고등학생들의 논술문으로 논술 이해하기

장재선기자 2011. 9. 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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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간에 논술하기 / 김지영 지음 / 창비

'아직도 수업이 즐거운 교사'. 저자 김지영씨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교단에서 17년째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아직'이라는 단서가 있긴 해도 수업이 즐겁다니, 듣는 이로서도 즐거운 일이다.

저자는 현재 서울국제고에 재직하고 있다. 이 학교는 2008년에 개교한 공립 특수목적고교이다.

저자에 따르면, "학생들은 수업 끝나는 종이 쳐도 미동도 안 하는 공부벌레들"이다. 이 공부벌레들은 문학수업 시간에 논술문을 써 내라는 말에 자신이 없다며 벌벌 떨었다. 그러면서도 자기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하려고 애를 썼다.

이 책은 그 논술수업의 과정을 입체적으로 지면에 재현한 것이다. 제 1회 창비 청소년 도서상 학습 부문 수상작이다.

책을 읽어보면, 기존에 수없이 쏟아져 나온 논술 관련 책들보다 훨씬 짜임새 있고 현장감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국제고 학생들은 저자의 지도 아래 한국 현대 문학의 주요 중단편 소설 아홉 편을 읽고, 논술 시험 주제로 자주 나오는 현대 사회의 주요 테마와 연관해 작품을 이해한 뒤에 직접 논술문을 써 봤다.

'무진기행'(김승옥 작), '조동관 약전'(성석제),'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박태원), '잔등'(허준),'열린사회와 그 적들'(김소진), '경희'(나혜석), '착한 사람 문성현'(윤영수),'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박완서),'소문의 벽'(이청준) 등이 대상 작품이다.

작품 별로 이뤄진 각 강(講)마다 '작품 알아보기-작품 읽기-작품 이해하기-논술문 작성하기-논술문 평가하기'의 다섯 단계로 구성됐다.

특히 네 번째 단계에서 실제 논술문 작성을 위해 논제를 제시하고 그에 따라 논술문을 쓰게 한 것이 눈길을 끈다. 예컨대,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 나타난 '밥풀떼기'와 '대책위' 사람들의 현실 인식과 대응 방식에 대한 차이를 기술하고 자신의 견해를 1800자 이상으로 서술하는 방식이다.

이 책에 실린 논술문은 모두 서울국제고 재학생과 졸업생이 직접 쓴 글이어서 청소년들의 참신한 발상과 치열한 고민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저자에 따르면, 예시 논술문은 교사가 첨삭할거리가 없는 완벽한 글을 골라 제시한 것이 아니라, 첨삭 평가로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글을 골라 제시했다. 논술문에 대해 부분별로 평가한 저자의 글이 다섯번째 단계로 제시돼 있다.

청소년들은 이 책을 통해 자기 또래가 쓴 글을 읽고 자신의 글을 되돌아보며 개선점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 어른들은 우리 시대 아이들의 생각을 들여다봄과 동시에 뛰어난 소설 작품을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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