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울지 않는 두견새

2011. 9. 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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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두견새를 보내왔다. 그러나 두견새는 울지 않는다. 두견새가 울지 않는다면 목을 쳐버려라(오다 노부나가), 두견새가 울지 않는다면 울게 만들어라(도요토미 히데요시), 두견새가 울지 않는다면 울 때까지 기다려라(도쿠가와 이에야스)."

 일본 에도시대 말기 지방호족이었던 마쓰라 세이잔이 전국시대 영웅 3인의 인생관을 빗대 만든 일본 시조(하이쿠)의 한 대목이다. 이들은 임진왜란과 관련된 장본인이지만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웅이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캐릭터 때문에 팬이 나뉠 정도다.

 불 같은 성격의 오다는 오닌의 난으로 전국시대에 접어든 일본 통일의 초석을 놓았다. 지략과 전술의 대명사로 꼽히는 도요토미는 처음으로 통일 대업을 완수했다. 때를 기다린 도쿠가와는 결국 통일 제국을 265년간 굳건히 지키는 토대를 만들었다.

 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도 개성파 영웅 전쟁이 한창이다. 특허 공세로 경쟁자를 단칼에 베어버릴 기세인 애플은 오다를 닮았다.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목을 쳐버리듯 천하 제패까지 거침없이 밀고 갈 기세다.

 기술과 시장을 읽는 혜안을 가진 삼성전자는 도요토미와 비슷하다. 어떻게든 두견새를 울리기 위해 새로운 제품과 마케팅 묘책을 만들어낸다. 오다 사망 직후 특유의 기지로 강력한 경쟁자인 도쿠가와를 따돌리고 왕국을 차지한 것도 닮았다.

 천하를 얻기 위해 때를 기다린 도쿠가와를 닮은 기업은 많다. LG전자·팬택·노키아·모토로라·마이크로소프트 등이다.

 무엇보다 LG전자의 대반격이 관심사다. 드디어 롱텀에벌루션(LTE)폰을 공개하고 승부수를 띄우기 때문이다. 도쿠가와는 오랫동안 때를 기다리며 탄탄한 힘을 축적했다. 덕분에 265년간 지속가능한 국가를 창업했다. LG전자도 과연 그런 힘을 비축했을까.

 전국시대 승패는 언제나 리더십에서 갈렸다. 그 어느 때보다 CEO들의 결단력·지략·타이밍이 시험받고 있다. 누가 두견새를 울릴 것인가.

 장지영 모바일정보기기팀장 jya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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