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국무총리실 '완공'..투자 열기 '후끈'
도시는 지형적 여건이나 역사적 사건 등 필요에 의해 생성되고 팽창하며 성장한다. 역사적으로 많은 도시들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데 비해 '도시 기능의 분산'이라는 특수한 목적에 따라 계획도시로 제안된 세종시는 그 접근 방식에 대해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된 지도 벌써 1년이 지나 오는 12월이면 세종시 첫마을의 입주가 시작된다. 내년 7월 1일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을 앞두고 세종시는 그동안의 정치적 논란을 떠나 도시 면모를 갖추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대와 기다림을 반복했던 세종시 투자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월 23일 세종시의 준비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충남 연기군 일대를 찾았다.
서울 강남에서 출발해 차로 2시간을 달려 세종시 건설 현장에 닿았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45분을 달려 오송역에 내려 차로 약 15분 더 들어가면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약 1시간 정도에도 끊을 수 있다. 서울에서 120km, 대전과 청주로부터 10km 거리에 있는 세종시의 접근성은 전국 그 어느 도시에서도 2시간 내에 닿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차로 세종시 일대를 돌아봤다. 원수산과 전월산 등이 둘러싸고 있는 세종시는 면적 73k㎡의 평지에 금강이 휘감아 흐르고 있는 천혜의 지리적 조건을 갖고 있다. 현재 전반적인 부지 조성이 이뤄지고 있는 까닭에 붉은 토양이 그대로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광활하고 한적한 평야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도로에는 덤프트럭과 시설 차량이 바쁘게 오가고 있어 역동적으로 신도시가 준비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부분적으로 우뚝 솟아 있는 타워크레인 사이로 건축물이 올라가고 있었고 벌써 마천루의 신도시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는 곳도 있었다. 현재 건설이 가장 많이 진척된 곳은 총리실 등 정부 청사가 들어설 '중심행정타운'과 대단위 아파트 단지인 '첫마을'이다.
용 모양의 선형 건축물로 지어지는 중심행정타운(1-5구역)의 정부 청사는 1단계 부지에서 청사 절반에 해당하는 건물의 골조 공사가 타워크레인을 이용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용 모양의 건물에서 머리에 해당하는 국무총리실은 이미 완공된 상태다.
2008년 착공한 청사 건축은 올해 골조 공사와 마감 공사를 마무리하고 내년 4월 1단계 1구역 공사가 끝난다. 따라서 내년 4월 이후 가장 먼저 총리실이 이전할 예정이다. 그리고 내년 11월 준공 예정인 1단계 2구역 공사가 끝나면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농림수산식품부·국토해양부·환경부 등이 이전한다.
2단계 이전 대상 기관인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국가보훈처·교육과학기술부·문화체육관광부·지식경제부가 입주할 청사는 2013년 11월에, 3단계 이전 대상 기관인 법제처·국민권익위원회·국세청·소방방재청이 사용할 청사는 2014년 10월 공사가 마무리된다. 2014년까지 단계별로 공무원 1만452명이 세종시로 이주해 온다.
세종시 노른자위 1-5구역
중심행정타운이 속한 1-5구역은 세종시 내에서 가장 중심부에 있고 청사와 가까워 명당으로 꼽힌다. 앞으로 조성될 뉴욕 센트럴파크의 2배 규모인 호수공원과 수목원과도 가깝고 미술관·박물관·백화점·호텔 등 중심상업지구도 연계되기 때문이다. 1-5구역을 중심으로 1-2, 1-3구역까지 민간 건설사 아파트 분양이 9월부터 시작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기도 하다.
2007년 민간 건설사 12개사는 LH 측과 이곳 중심 구역의 민간 아파트 개발에 대해 계약했다. 이 중 롯데·두산·금호·효성건설 등 4개 건설사는 지난 4월 계약을 해지했고 대우·포스코·극동건설 등 4개 건설사는 오는 9월부터 총 5772가구에 대한 분양을 시작한다.
분양을 시작하는 민간 건설사들은 9월부터 정부 과천청사와 광화문 정부 중앙 청사에서 세종시 이전 기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분양과 관련한 합동 설명회를 열고 열기를 고조시킨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첫마을 LH 아파트 1단계, 2단계가 미분양을 겪은 이유가 이 중심 지역의 민간 아파트 분양을 기다린 공무원들이 많기 때문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LH 세종시 제2본부 판매부 오승환 부장은 "국내 다른 지역 분양 시장은 어려워도 세종시 분양은 현재 열기가 뜨겁다"며 "공무원 이전 수요와 관련해 1-2, 1-3, 1-5 지역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비해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인근 대전보다 분양가가 저렴한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4개 건설사가 해지한 1-2, 1-4구역 공동주택 용지 13필지에 대해서는 8월 25일 입찰을 통해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했다. LH는 지난 8월 5일 공고에서 8개 필지에 대해 대형 평형 위주인 아파트를 국민주택 규모의 중·소형으로 지구단위계획을 바꾸고 재분양했다.
나머지 5개 필지는 그대로 대형 평형 용지로 유지했다. 이번에 다시 팔린 땅은 기반 시설 공사가 상당 부분 이뤄져 낙찰 받은 건설사들은 계약 후부터 바로 아파트 분양을 준비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민간 건설사 사업자 중 아직 분양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현대건설·삼성건설·대림산업에 대해 LH는 세종시 사업을 조속히 진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LH 오 부장은 "LH는 현대건설·삼성건설·대림산업에 대해 계약 이행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마을은 마천루 모습 갖춰
지난해부터 분양을 시작해 올해 말 세종시 최초 입주를 앞두고 있는 첫마을(2-3구역)은 신도시의 풍모를 어느 정도 갖춰 나가고 있다. 첫마을은 1단계 2242가구, 2단계 4278가구 임대주택 등 총 7000가구의 분양이 이뤄졌다.
1단계가 지난 7월 100% 분양을 마쳤고 2단계는 예비 계약자까지 92%의 분양을 달성했다고 LH 측은 밝혔다. 분양가를 살펴보면 1단계는 평균 3.3㎡당 640만 원에, 2단계는 677만 원에 분양됐다.
대전 시내의 분양가가 3.3㎡당 900만 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LH 세종시2본부 건축사업부 정기홍 차장은 "첫마을의 분양가가 저렴한 이유는 세종시 최초 분양으로 공무원들이 이주를 빨리 결정하도록 하기 위해서였고 직접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당첨자의 분석 자료를 보면 이주 공무원 외에도 일반인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2단계 분양은 일반인이 당첨자의 10%(369명)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볼 때 당첨자는 서울·수도권이 46%, 대전·충청권이 49%를 차지했다. 세종시는 대전에서 1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신도시 혜택을 누리면서 대전으로 출퇴근하려는 실수요자들도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첫마을 1단계 아파트 공사는 90%의 공정률로 아파트의 가구 공사와 도배 등이 이뤄지고 있으며 단지 내 조경, 토목 포장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단계는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단계로 공정률 70% 보이고 있다.
현재 첫마을의 1단계 입주가 오는 12월 26일쯤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아파트 공사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도시 인프라와 커뮤니티 시설 조성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단계는 내년 6월 입주 예정이다.
세종시는 차도와 인도가 엄격히 구분되고 쓰레기통·전봇대·광고판·담장·노상주차가 없는 쾌적한 환경을 지향하고 있다. 2006년 국제 설계 공모를 통해 설계된 덕분에 미래 도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 세종시다. 일례로 단지와 단지를 연결하는 데크는 사람용·차량용으로 구분돼 설계됐고 그 아래로 중심 도로가 지나가 사람과 차가 뒤엉키는 모습을 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부권 신흥 명품 학군 목표
첫마을 내 초·중·고교 시설은 현재 부지 토목공사를 마치고 골조물이 세워지고 있다. 첫마을 내에는 보육 시설 2곳, 유치원 2곳, 초등학교 2곳, 중·고교 각각 1곳이 2012년 2단계 입주에 맞춰 개교한다.
첫마을의 나성초교는 전국 최초로 미래 학교(Future School)로 벌써부터 많은 학부모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래 학교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이 가시화된 차세대 미래형 학교로, 클래스당 20명 소수 정원의 유비쿼터스 스마트 학교를 지향하고 있다.
세종시는 인구를 성공적으로 유입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교육이라고 보고 인프라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세종시 전역에 걸쳐 2013년 9개교, 2014년 11개교 등 26개 학교를 단계적으로 설립하고 외국어고와 과학고도 설립해 특성화 교육에 나선다.
현재 중앙행정타운과 첫마을 사이에 있는 기존 성남 중·고교가 새로운 부지의 새로운 건물로 지난 5월 이주를 완료하고 성남고로 탈바꿈해 운영되고 있다. 대학 중에서는 카이스트가 세종시에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확정한 바 있다. 세종시에 들어설 교육기관은 총 200개에 이른다.
첫마을의 교통망도 연계 도로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입주 일정에 맞춰 문제가 없도록 단계적으로 개통될 예정이다. 세종시 내의 교통망은 정시성을 갖춘 순환형 BRT (Bus Rapid Transit : 간선급행버스체계) 시스템을 통해 시내 어디든지 20분 내에 도달하도록 설계돼 있다. 첫마을 외곽 금강변에는 첫 BRT역이 세워질 예정이지만 현재는 아직 도로가 포장되지 않았고 환승소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전국 주요 도시와 연결하는 광역교통 노선 총 12개 도로가 단계별로 설치될 계획이다. 현재 유성 오송역 정안IC 연결 도로 등 3개 노선은 공사 중이고 청주 청원IC 대덕테크노밸리 공주시 연결 도로 등 4개 노선은 설계 중이다. 이들 노선을 통해 세종시에서 전국 주요 도시까지 2시간 내외로 접근 가능한 교통 체계를 갖추게 된다.
금강을 가로지르는 금강1교·금강2교가 이미 그 위용을 뽐내고 있으며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금강1교는 첫마을에서 국도와 연결돼 시외로 빠져나가는 차량이 주로 이용하게 되고 금강2교는 세종 시내용 연결 도로를 잇는 다리다. 시내용·시외용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혼잡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첫마을의 금강변가 BRT 환승소 일대는 가장 번화한 상업지구가 될 예정이다. BRT 역세권에는 각종 상업 시설 외에 사설 학원가도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첫마을의 상가 분양은 지난 6월 1차 상가 점포 23개에 이어 지난 8월 말 2차로 아파트의 단지 내 상가 84개 점포를 입찰 방식으로 분양하고 있다.
첫마을 1단계 상가 23개는 평균 190%의 높은 낙찰 경쟁률을 보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2차 분양의 낙찰가는 3.3㎡당 213만~1214만 원이며 평균 501만 원이라고 LH 측은 예상했다.
이와 함께 우체국·경찰서·119구조대 등 기본적인 커뮤니티 시설도 골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첫마을 내 송원 초·중·고교가 모여 있는 커뮤니티 단지에는 복합 커뮤니티센터가 지어져 주민회의실·강당·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고 인근 공원 내에는 축구장·테니스장·피크닉장이 구성된다. 첫마을 내에는 대형 마트인 홈플러스가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연기군 대평리 읍내에는 이미 부동산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곳 부동산에 따르면 대전 일대의 부동산이 올 들어 대규모로 대평리로 옮겨 왔다고 한다. 첫마을의 아파트가 이제까지 미분양됐고 상가 분양이 이제 시작돼 이곳 부동산들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단지 연기군 내에 땅을 갖고 있는 현지인들이 땅을 내놓기 위해 문의가 이어지고 있었고 대전과 서울의 투자자가 드문드문 찾는다고 부동산 관계자는 밝혔다. 대평리 삼거리에 있는 부동산세상의 김효경 대표는 "아파트·상가와 관련해서는 대량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요가 거기에 미치지 못해 아직 거래는 거의 없지만 앞으로 세종시 기대 심리, 대전시와 가까운 이점 때문에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30년까지 세종시가 인구 50만 명의 명품 도시, 자족 도시로 활성화될 때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LH 오 부장은 "단계별로 도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어 2014년이면 어느 정도 도시로서 완숙된 모습을 갖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재=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