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책 비웃듯..8월 가계대출 6조 급증
[한겨레] 29일까지 5조8000억 늘어
부채 증가세 이어지면
당국, '총량규제'하기로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이 발표된 지 두달이 지났지만 7~8월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등 '약발'이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급증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추석 이후 '가계부채 간접적 총량 규제' 등을 도입하기로 하는 한편 심각성에 따라 정부 차원의 더 강력한 대책 마련도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31일 "예년보다 이른 추석으로 자금 수요가 앞당겨지고, 전세난으로 이사철이 빨라지는 등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도 7~8월 가계대출 증가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며 "추석 때까지 지켜봐서 계절적 요인을 넘어서는 급증이라는 판단이 서면 금융당국 차원에서 간접적 총량 규제를 도입하고, 심각성이 더할 경우 기획재정부 등과 논의를 거쳐 정부 차원의 더 센 대책 마련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 차원에서는 가계대출 안정화 준비금 도입이나 가계대출 내용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조정하고, 대손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등의 추가 대책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계대출 증가 추이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8월 들어서는 지난 12일 금융위가 시중은행 담당자들을 불러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기준치로 가계부채 억제를 다그치면서 시중은행들이 월 증가율을 0.6% 이내로 맞추기 위해 사실상 대출창구를 닫아버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달 29일까지 은행 가계대출은 3조원이 늘었고, 전체 가계대출은 5조8000억원이 늘었다. 이는 7월 가계부채가 은행권 2조2000억원, 전체 4조3000억원 증가했던 것에 견주면 각각 36%, 34%가 늘어난 것이다.
금융당국은 정권 실세로 통하는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포진한 시중은행을 상대로 명시적인 정책수단 대신에 물밑 행정지도로 가계대출을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른바 '4대 천황'이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사실상 무시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6월 대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금융당국 한마디로 흐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정부 대책의 문제와 한계를 지적했다. 지난 7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위원은 "이번 대책은 차입자 부담이 일시에 늘어나는데다 은행도 만기 불일치에 따른 위험관리 비용이 늘어나 양쪽 모두에게 유인동기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통위 위원은 "금융당국이 은행 가계대출을 억제한다고 해도 민간 자금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면 실질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대책이 미시적 수단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고 정부 차원의 총체적 해법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송태정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 대책과 은행의 대출 옥죄기에도 대출이 줄지 않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라며 "전체 가계대출의 40%를 차지하는 생활비, 전세자금 수요 등은 부동산 안정, 소득증가, 경기회복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부작용없이 줄어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세라 이재명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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