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남은 '최지우', 전략수정이 필요하다

이문원 2011. 8. 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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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우, 고현정에게 한 수 배워야

[엔터미디어=이문원의 문화산업비평] 배우 최지우와 윤상현을 앞세운 MBC드라마 '지고는 못살아'가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올렸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4일 방송된 첫 회는 불과 6.2%의 시청률을 올리는데 그쳤다. 2회도 소폭 상승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6%대에 머물렀다. 이를 두고 'MBC, 다시 수목극의 저주? '지못살' 꼴찌 출발(스포츠서울)'처럼 MBC드라마의 계속된 저조현상으로 풀이한 언론도 있었지만, ''지못살', 최지우 효과 없었다…6.2% 힘겨운 출발(조이뉴스24)'처럼 톱스타 최지우의 출연에도 탄력을 받지 못했다며 의외임을 표한 언론도 있었다. 내용상으로만 보면 이른바 '최지우 효과'가 제대로 일지 않았음을 지적한 기사들이 더 많았다.

◆ '최지우 효과'는 8년 전에나 통용됐던 기대심리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일게 된다. 대체 '최지우 효과'란 무슨 의미냐는 것이다. 액면 그대론 최지우가 출연한 드라마들은 대부분 그 덕에 수혜를 입어왔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는 뜻 정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가 못하다. 최지우는 꽤나 오래 전부터 드라마 시청률과 별반 관계없는 배우였기 때문이다. 최지우 커리어를 돌아보자.

1996년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으로 데뷔한 최지우가 TV드라마에서 첫 주연을 따낸 작품은 1999년작 KBS2 '유정'으로 기록돼있다. 지금 들어도 낯선 제목인 만큼 당시도 별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던 드라마다. 그러나 최지우는 곧바로 다음해인 2000년 상상을 초월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류시원, 박선영, 손지창 등과 함께 출연한 MBC '진실'이다. '진실'은 한국 트렌디 드라마 사상 손에 꼽을 평균시청률 42.7%, 편당 최고 시청률로는 무려 56.5%를 기록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최지우가 일약 톱스타급으로 등극하는 계기가 됐다.

기세를 몰아붙여 같은 해 MBC '신귀공자'에 출연했지만 의외로 심심한 반응만을 얻었고, 대신 다음해 SBS '아름다운 날들'로 또 다른 성공을 거뒀다. 드라마 속 민철(이병헌 분)의 직함인 '실장님'을 '실땅님'처럼 발음해 한동안 개그맨들의 웃음소재로 활용되기까지 했다. 평균시청률은 21.8%였다. 그 다음해인 2002년 KBS2 '겨울연가'가 평균시청률 23.1%를 기록하고, 2003년 SBS '천국의 계단'이 다시 평균시청률 38.4%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우며 마침내 '최지우 전성시대'가 선언됐다.

그러나 '최지우 전성시대'는 딱 거기까지였다. 2004년부터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대단한 반향을 일으키며 '지우히메'라는 별칭까지 얻었지만, 이후 최지우는 드라마 출연을 크게 줄였고 그나마 출연한 드라마들도 대부분 눈뜨고 보기 힘들만큼 실패했다. 2006년 일본 TBS드라마 '윤무곡'에 출연, 일본 내에선 그런대로 괜찮은 반응을 얻었지만 국내에서 제대로 방영되진 못했다. 이어 2007년 MBC '에어시티'로 4년 만에 한국 드라마로 복귀했으나 처참한 실패를 겪어야했다. 평균시청률은 고작 11.0%였다. 다음해인 2008년 SBS '스타의 연인'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깨졌다. 평균시청률이 7.6%까지 내려앉았다. 그 다음이 '지고는 못살아'다. 첫 회 6.2%다.

결국 '최지우 효과'란 무려 8년 전 당시로 돌아가야만 성립되는 기대효과란 얘기다. 오히려 현 시점 최지우를 기용한다는 것은 일정부분 모험에 가깝다. 이전 2편의 드라마가 평균시청률 11.0%, 7.6%짜리였다면 일반적으로 그 주연배우에 어떤 판단을 내리겠느냐는 말이다.

◆ '지우히메' 덕에 최지우 위상이 보전된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최지우 효과'나 그에 준하는 표현들이 여전히 미디어에서 오르내리는 까닭은 뭘까. 표면적으론 '겨울연가' 한류 신드롬에 따른 '지우히메'의 메아리 효과라 볼 수밖에 없다. 일단 최지우와 똑같이 7~8년 전 큰 인기를 모았던 한가인, 송윤아, 채림, 최수종 등엔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하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본래 전성기가 그 정도로 지나버리면 당연히 벌어지는 일이다.

시청률은 늘 안 좋게 나오지만 그럼에도 '효과'는 늘 기대되는 또 다른 배우로 손예진을 꼽아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손예진은 영화에서만큼은 초장기간 흥행보증수표 역할을 해왔다. 영화에서도 별달리 활약하지 못했던 최지우와 크게 다른 부분이다. 결국 최지우에게 남는 건 '지우히메' 하나뿐이란 얘기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어딘지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지우히메'는 어디까지나 '욘사마' 현상의 부수적 동반효과로서 받아들여졌다. 일본에서도 그랬고, 한국에서도 그런 상황을 충분히 눈치 챌 수 있었다. 단순히 '욘사마'에 딸려서 동반이익을 봤다는 정도로 그 후광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요소가 최지우의 생명력을 여기까지 끌고 올 수 있었을까. 여기서 최지우 커리어를 조금 다른 측면에서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최지우는 사실 영상 콘텐츠 데뷔로부터 주연급 캐스팅까지 '시동' 기간이 무척이나 짧았던 배우다. '박봉곤 가출사건'에서 대사 한 마디 없는 단역으로 출연한 후 불과 1년여 만에 영화 '올가미'에서 주연을 차지했다. 이유는 단 하나다. '너무 예쁜' 외모 덕택에 '박봉곤 가출사건' 공개 즉시 화제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봉곤 가출사건' 개봉 당시 미디어와 대중의 초점은 심혜진, 안성기, 여균동 등 주연급 배우들이 아니라 오직 신예 김태균 감독의 연출력과 마찬가지로 처음 보는 신예 최지우에 집중돼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의 화제를 모을 신인급 연기자 기근에 시달리던 영화계는 곧바로 최지우를 낚아내 콘텐츠 중심에 앉혔고, 영화계에서 이처럼 최지우를 밀어주니 TV드라마계에서도 자연스럽게 최지우를 주연급에 앉히기 시작했다. 결국 대박은 TV드라마 쪽에서 먼저 났고, 이를 무시할 수 없었던 영화계는 연속되는 흥행실패에도 꾸준히 그녀를 주연급에 캐스팅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조금 특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21세기 들어서자 곧바로 최지우라는 배우 개인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물론 배우의 신비감이야 몇 년 지나면 곧바로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최지우의 경우는 또 달랐다. 개인적 면모, 즉 성격과 말투, 태도 등이 '너무도' 특이했기 때문이다. 그런 탓인지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잦지도 않았는데 한 번 출연했다 하면 늘 화제로 등극했다. 그리고 그 절정에 이른 것이 바로 2001년 '아름다운 날들'의 '실땅님' 상황이었다. 드라마 속 연기보다 그녀 특유의 발음과 말투가 더 화제가 됐다.

◆ '실체'가 배우 본연 역할보다 더 커져버린 경우들

이후부턴 사실상 연속적 도미노 상황이었다. '겨울연가'가 인기를 얻긴 했지만, 드라마 방영 중 최지우는 거의 거론되지 조차 못했다. 화제의 중심은 둘둘 만 목도리를 걸치고 나온 배용준에 집중돼있었고, 이 때 즈음부턴 최지우의 연기에 대해 비판여론이 더 크게 일었다. 다음해 출연한 '천국의 계단'은 더했다. 사실상 권상우와 김태희가 성공시킨 드라마나 마찬가지였다. 최지우는 신예들의 무대에 무게감을 더해주는 중견급 톱스타 이름값 정도로만 역할 했다.

당연한 일이다. 배우 본인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고 독특해 대중의 이목을 끌어버리면, 자연스럽게 그 연기나 배역에의 몰입감은 줄게 된다. 어떤 연기를 봐도 그 배우의 실체를 떠올리게 되고, 실체와 배역 간 갭에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런 배우들의 콘텐츠는 대개 실패하거나 성공하더라도 상대배역 등의 매력에 기대는 패턴으로 흘러가지만, 해당배우 자체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거물급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이다. '인간 그 자체'가 팔려버리면 그 인지도와 접근성, 무게감 등이 대폭 상승해버리는 탓이다. 실질적 콘텐츠 공헌도와 배우 본인 위상이 반비례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 탓에 아직까지도 '최지우 효과' 같은 용어가 살아 숨 쉬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대중문화계에서 비단 최지우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선례가 바로 김혜수다. 김혜수는 오히려 최지우보다 콘텐츠 연속 성공률이 더 떨어지는 배우였지만, 몇 배의 무게감과 위상을 지니고 있다. 김혜수 '본인'의 이미지가 더 일찍, 더 광범위하게 팔려나간 탓이다.

확실히 '배우 김혜수'와 '자연인 김혜수'는 완전히 달랐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깐깐한 여성, 의지 강한 여성, 암울한 여성 등의 역할을 맡았지만, 영화 시상식이나 예능프로그램 등에선 섹시 아이콘적 면모를 더없이 뽐냈다. 그리고 대중은 바로 그런 섹시 아이콘적 면모를 샀다. 그러니 콘텐츠 속에서 김혜수의 '다른 모습'을 보면 왠지 적응이 안 돼 위화감이 일게 됐고, 그런 탓에 한동안 김혜수 콘텐츠는 부진을 면치 못하거나 이름값으로만 김혜수를 사용한 뒤 정작 다른 배우들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동원하게 된 것이다.

이후 등장한 김수로, 장나라, 문근영 등도 모두 '실체'가 더 부각된 탓에 상당기간 고전을 겪어야했고,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겪은 탓에 한국 연예매니지먼트 업계는 급기야 모든 배우들에 신비주의 전략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오랜 활동기간에도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거나 재기를 모색하는 배우들에만 해당되는 전략이 됐다. '제2의 김혜수' '제2의 최지우'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전략적 의지였던 셈이다.

◆ 최지우, 고현정․김혜수의 '실체 탈출'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다시 최지우를 돌아보자. 확실히 그녀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와있는 듯 보인다. 이번 '지고는 못살아'만 봐도 그렇다. 시청률은 죽을 쑤고 있지만, 그녀가 제작발표회장에서 기자들에 던진 멘트 "다들 이제 저 예쁜 거야 알고 계시잖아요"는 대대적인 화젯거리로 떠오르며 뭇 남성들 애간장을 녹였다. 반대로 거의 모든 언론이 받아 적은 멘트를 날렸음에도 첫 회 시청률 6.2%라는 건 현재 최지우가 처한 상황의 면면을 정확히 꿰뚫어준다.

그럼 최지우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이대로 MBC '무한도전'에서나 화제를 모으며 예능프로그램 시청률을 높여주는 역할, 자기 실체만으로 승부하는 특이한 배우 위치로 만족해야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상황을 전환시켜볼 여지는 아직 충분히 남아있다.

먼저 고현정 사례를 적용해볼 수 있다. 고현정도 마찬가지로 실체가 배우로서 본연 역할보다 더 커져버린 경우였다. 국내 최대기업 삼성가(家)의 며느리로 살았던 탓에 어떤 콘텐츠를 봐도 그런 이미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고현정이 택한 것은 자신의 실체를 아예 눌러버릴 만한 압도적인 이미지, 가히 만화적일 정도로 카리스마적인 이미지였다. 그런 노선에서 출연을 감행한 MBC '선덕여왕'과 SBS '대물'은 모두 성공을 거뒀고, 고현정의 연기력 또한 다시금 인정받는 계기로 작용했다.

앞선 김혜수도 비슷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영화 '타짜'에서 만화적 캐릭터인 정마담 역으로 분위기를 전환시킨 뒤 다시 SBS '스타일'에서 압도적 카리스마의 박기자 역으로 실체를 뛰어넘는 이미지를 동원, 대중을 천천히 설득해 나가고 있다.

최지우도 이런 방식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고현정과 김혜수처럼 카리스마 중심의 실체로서 이목을 집중시킨 게 아니라 상당부분 희화화된 실체로서 알려진 경우라 똑같은 노선의 콘텐츠 선택은 금물이다. 대신 그 희화화된 실체를 보다 폭발적으로 증폭시킨 캐릭터, 실체를 눌러버릴 정도로 우습고 재밌는 캐릭터를 골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아무리 희화화된 캐릭터더라도 '지고는 못살아'처럼 자기 실체 이미지를 완전히 부순 캐릭터보단 자기 실체의 연장선상에서 고르는 편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어찌됐건 그럼에도 '지우히메'는 '지우히메'다. 여전히 그녀의 한류 폭발력은 잠재돼있고, 정확한 콘텐트를 고른다면 제2의 한류 폭발도 충분히 가능할 정도 인지도를 갖춘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다. 그런 가능성을 놓고, 최지우가 더 이상 자기 실체와의 경쟁에서 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한국대중문화산업 전체 입장에서도 최지우가 잘 되는 편을 당연히 바라겠지만, 여전히 그녀의 애교스런 말 한 두 마디에 녹아내리는 남성팬들 입장에선 더더욱 그렇다. 벌써 우리 나이 서른일곱이 된 여배우가 그 정도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기 때문이다. 건투를 빈다.

이문원 칼럼니스트 fletch@empas.com

[사진=MBC, 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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