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큐, 세시봉" 악기산업 부활의 멜로디

진중언 기자 2011. 8. 27.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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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시 덕계동에 있는 '크라우스 악기' 공방(工房). 수제(手製) 클래식 기타를 만드는 김제만(61)씨는 직원 두 명을 데리고 톱밥이 날리는 작업장에서 수십대의 기타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작업장 한쪽에 걸어놓은 화이트보드엔 9월까지 생산해야 할 주문 내용이 빈틈없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올 들어 주문량이 70~80% 정도 늘었습니다. 수제 공정이라 한 달에 50대밖에 만들지 못해 요즘은 주문 후 두 달을 기다려야 합니다." 김씨는 "통기타가 1980년대의 인기를 되찾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던 국내 악기 산업이 통기타라는 '단비'를 맞았다. 악기업체들은 올해 상반기에 가파르게 증가한 통기타 매출을 앞세워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통기타가 유행했던 1980년대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국내 악기업체들의 최전성기였다. 삼익악기는 1980년대 말 악기 수출 세계 1위 기업이었다. 당시 삼익악기는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피아노의 75%를 생산했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팔리는 기타의 45%를 제조했다.

그러나 국내 악기산업의 '양 축'이던 삼익악기와 영창악기는 1990년대 들어 경영 상태가 크게 나빠졌다. 주력 제품인 피아노 시장이 급속히 위축됐고, 노래방의 등장과 컴퓨터 보급으로 통기타의 인기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결국 삼익악기는 1996년 부도가 났고, 2002년 힘겹게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19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영창악기는 2004년 최종 부도가 났고, 2006년 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됐다.

악기산업이 침체를 맞자 업체들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국내 공장을 정리하고 중국·인도네시아로 나갔다. 1969년부터 기타를 만든 김제만씨는 "2000년대에 큰 공장들이 차례로 문을 닫으면서 기타 기술자 중 실업자가 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고사 위기에 몰렸던 악기업계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은 '세시봉 열풍'이 몰고온 통기타 인기다. 업체들은 "올해 상반기엔 기타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고 입을 모았다.

영창악기는 올해 7월까지 4500대의 통기타를 판매해 작년 같은 기간(1300대)보다 판매량이 3.5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삼익악기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공장의 생산 라인을 증설했는데도 국내 공급 물량을 채우기 어렵다"며 "상반기 통기타 매출이 4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 악기업체 관계자는 "직접 치든, 자녀에게 선물하든 대학 시절 통기타 문화를 경험했던 40대 이상이 가장 적극적인 소비층"이라고 말했다. 초중고교의 방과 후 학교 활동에서 음악교육이 늘어난 것도 기타 매출에 도움이 됐다. 학생들이 가장 빨리 배울 수 있고, 수업을 지도할 선생님을 찾기 쉬운 악기가 기타이기 때문이다.

기타 인기는 다른 악기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중장년층이 악기 연주에 관심을 보이면서 관악기와 건반악기 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영창악기 관계자는 "40~50대가 중심이 된 동호회를 중심으로 색소폰 수요가 늘면서 100만~400만원에 이르는 전문가용 색소폰 매출이 작년보다 30% 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

악기 유통시장도 오랜만의 활황을 맞았다. 악기 판매상이 몰려 있는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는 주말이면 밀려드는 손님들로 복도가 비좁을 정도다. 낙원상가 '삼천리음향'의 문진형씨는 "상인들끼리 '20년 만에 제대로 붐이 일었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악기 교습업도 덩달아 인기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기악강좌는 봄학기 170개에서 가을학기 들어 200개를 돌파했고, 기타 강좌는 수강생이 60% 정도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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