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325)원소이름

2011. 8. 1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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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공인 원소는 112종..이름놓고 쟁탈전도

일본이 원자번호 113번의 인공원소를 `자포늄'(Jp) 또는 `리케늄'(Rk)이라고 불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겨우 0.000344초 동안 존재하는 인공원소에 일본을 상징하는 이름을 고집한다고 웃을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겨우 설계에 착수한 중이온 가속기로 `코리아늄'(Kr)이라는 인공원소를 만들 계획이다. 혼인도 하기 전에 아이 이름부터 정해놓은 셈이다.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공인된 이름을 가진 원소는 112종이다. 94번 플루토늄(Pu)까지의 원소는 137억년 우주의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고 나머지는 1940년대 이후 입자 가속기를 이용한 원자핵 충돌 실험을 통해 인공적으로 합성된 인공 원소들이다.

자연에서 순수한 상태로 발견되는 구리(Cu), 금(Au), 은(Ag)과 같은 원소 이름은 지역과 문화에 따라 전통적으로 다양한 이름이 붙여졌다. 오늘날 `화학의 아버지'로 알려지고 있는 프랑스의 앙톤 라부아지에가 1789년에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단위로 `원소'의 현대적 의미를 정립하면서 당시에 알려져 있던 23종의 원소의 정체와 이름이 정리됐다.

19세기에 들어서서 새로운 화학 분석법이 등장하고 방사능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새로운 원소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19세기 말까지 61종의 천연 원소의 존재가 추가됐다. 초기에는 원소의 출처, 색깔, 용도 등 다양한 특징을 나타내는 이름을 썼다. `수소'(H)는 `물의 원소'이고, `산소'(O)는 `산(酸)의 원소'이고, `마그네슘'(Mg)은 원소가 처음 발견된 그리스의 지명을 이용해서 이름을 붙였다. 다양한 색깔의 `크롬'(Cr)은 `색깔'을 뜻하는 그리스어, `이리듐'(Ir)은 `무지개'라는 뜻의 라틴어, 독성이 강한 `코발트'(Co)는 `악령'이라는 뜻의 독일어, `니켈'(Ni)은 `구리빛 광석'을 뜻하는 스웨덴어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그런데 1844년에 러시아의 칼 클라우스는 자신이 발견한 원소를 `러시아'라는 뜻으로 `루테늄'(Ru)이라고 불렀고, 1875년에는 프랑스의 부아보드랑도 자신의 고향 `갈리아'라는 뜻으로 `갈륨'(Ga)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톡홀름'과 `스칸디나비아'를 뜻하는 `홀륨'(Ho)과 `투륨'(Tm)도 등장했다. 원소의 이름에 국가, 지명, 과학자의 이름을 붙이는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1974년에는 생존 중인 과학자의 이름을 붙인 `시보?'(Sg)까지 등장했다.

1960년대에 원자번호 104번과 105번의 원소에 대해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다른 이름을 제안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특히 소련은 자신들이 원자탄의 아버지라고 여기는 이고르 쿠르차토프의 이름을 제안해서 국제적으로 심각한 논란이 벌어졌다. 사실 그런 논란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지금도 `텅스텐'(W)을 `볼프람'이라고 부르고 싶어 한다.

오늘날 원소의 이름에 대한 혼란은 화학 분야의 국제기구인 `국제화학및응용화학연합'(IUPAC)을 통해 해결한다. 새로운 원소를 발견한 연구진이 원하는 이름을 제안하는 권리를 갖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원소의 이름과 기호는 IUPAC의 총회에서 결정한다. 이런 절차에 따라 논란이 됐던 104번과 105번은 `러더퍼듐'(Rf)과 `두브늄'(Du)으로 결정됐다.

IUPAC의 공식적인 원소 이름이 결정될 때까지는 원자번호를 그리스어와 로마자를 이용해 체계적으로 나타내도록 고안된 임시 이름과 세 글자로 된 원소기소를 사용한다. 113번 원소의 임시 이름은 `운운트리움'(Uut)이다. 새로운 원소의 발견에 대한 실험 결과가 학술지에 보고되면 IUPAC이 실험 결과를 검토한 후 새로운 원소 합성의 우선권을 인정한다.

일본이 주장하는 113번 원소에 대한 2004년과 2007년의 실험 결과는 아직 IUPAC으로부터 공식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114번에서 118번까지의 원소에 대한 실험 결과도 IUPAC의 우선권 인정을 기다리고 있다. 인공원소 합성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닌 셈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 대한화학회 차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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