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박물관도? 한국족보박물관

임연희 2011. 8. 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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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박물관 관람객의 대부분은 학생이다. 그런데 대전에는 학생 못지않게 중장년, 특히 할아버지·할머니가 북적이는 박물관이 있다. 전국에서 유일한 한국족보박물관이 그곳이다. 손자·손녀에게 가문의 뿌리를 폼 나게 들려주고자 하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은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꼼꼼히 받아 적고 사진도 찍어가며 열심이다.

평일 하루 3000명, 주말이면 5000명 이상이 찾는 족보박물관은 대전 시민보다 외지 관람객이 많기로 유명한데, 여기에는 고속도로와 인접한 교통 여건이 한몫한다. 대전시 중구 침산동 산34번지 한국족보박물관은 경부고속도로 비룡분기점에서 대전남부순환도로를 타고 안영나들목으로 들어와 시내 방향으로 1㎞만 가면 된다.

ⓒ족보박물관 제공 한국족보박물관은 할아버지·할머니나 어린이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평일에는3000명, 주말에는 5000명가량이 찾는다.

ⓒ족보박물관 제공 한국족보박물관은 할아버지·할머니나 어린이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평일에는3000명, 주말에는 5000명가량이 찾는다.

136개 성씨 조형물 보는 재미 '쏠쏠'

톨게이트에서 5분 거리인 데다 주차비와 입장료가 없어서 학생과 가족 단위 관람객도 많이 찾는다. 특히 전국 유일의 효 테마공원으로 조성된 뿌리공원 내에 있어 족보박물관에서 자신의 성씨와 족보를 공부한 뒤 뿌리공원에 있는 관련 성씨 조형물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넓은 잔디광장에 문중별로 특색 있게 조성된 136개 성씨 조형물에는 시조를 비롯한 문중의 유래, 문중 대표 인물, 후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등이 담겨 있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학부모에게는 최고의 체험학습장이다.

한국인의 족보는 세계적으로 그 유례가 없는 방대한 가계 기록이다. 국보 제151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 조선왕조실록 > 이 472년간의 국가에 대한 공적 기록이라면, 족보는 한 가문의 사적 기록이다. 내 가족이 누구인지 알고자 하는 개인적이고 가족주의적인 관심에서 족보 기록이 시작됐지만 족보에 담긴 개별 가문의 역사와 인물을 집대성하면 곧 우리나라 역사가 된다.

역사가 영웅을 중심으로 기록된 것이라면 족보에는 이 땅에서 살다 간 백성의 흔적이 담겨 있는 셈이다. 기존 역사 서술에서 찾아볼 수 없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미시사적 관점에서 한 가정이 시대를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족보는 좋은 사료가 된다.

족보박물관은 공적인 역사 서술의 빈 공간을 채워주고 역사 기록에서 배제된 이야기를 담은 족보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사유재로서 보관되던 족보를 공적인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족보박물관 제공 한국족보박물관에 전시 중인 초계 주씨 세계(草溪周氏世系·위)와 안동 김씨 성보(오른쪽).

더구나 대전에는 회상사(回想社)라는 족보 전문 출판사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57년째 우리나라 전체 족보의 90%를 만들고 있다. 대동보·파보·가승보 등 반세기 넘게 회상사에서 찍은 족보만 해도 600만 부가 넘는다. 역대 대통령 문중도 이 출판사에서 족보를 만들었는데 윤보선 전 대통령은 '해평(海平) 윤씨 대동보' 발간에 맞춰 회상사를 방문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고령(高靈) 박씨 대동보' 발간 때 '친화(親和)'라는 친필 휘호를 써 보내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대전에 족보박물관이 만들어졌으며, 뿌리공원에서는 매년 뿌리와 효를 주제로 효문화뿌리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10월7일부터 9일까지 개최되는데 우리나라 280여 성씨의 대표 문중이 참여해 문중 체험관을 운영하고 문중 퍼레이드와 성씨 축원제, 문중 요리전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현전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족보는?

우리 선조들의 다양한 족보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족보박물관은 5개의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1층 로비에는 젖먹이를 둔 여성을 위한 수유실이 있는데, 대전의 대표 선비 우암 송시열 선생의 계녀서(戒女書)를 적어놓은 세심함이 돋보인다. 계녀서란 친정 부모가 시집간 딸에게 여자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부녀의 도리를 글로 써준 것이다. "자녀를 가르칠 때에는 어리다고 속이지 말고 지나치게 때리지 말고 글을 배울 때 차례 없이 권하지 말고 글은 하루 세 번씩 권하여 읽히고 벗과 약속한 것은 꼭 실행하게 하고 남과 신의를 잃지 않게 하고 옛사람의 좋은 일을 배우게 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제1전시실은 족보의 체제를 보여주는데 씨족의 의미와 성씨의 탄생, 혈통 계열을 나타내는 본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은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인류가 자기 혈통의 뿌리를 기억하고 같은 조상에서 나온 가족관계를 나타내기 위해 만든 것은 분명하다. 성씨는 성(姓)과 씨(氏)가 합쳐진 용어로 성은 혈족 집단을 말하며 씨는 사는 지역, 곧 본관을 의미한다.

제2전시실에서는 족보의 간행 체계를 보여주고, 제3전시실에서는 족보의 역사를, 제4전시실에서는 다양한 족보의 세계를, 제5전시실은 나의 뿌리를 알 수 있는 성씨 유래비 찾아보기와 승경도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운영된다.

한자가 주를 이루는 어려운 족보를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우리나라 성씨 일람표와 항렬표, 촌수 따지는 법, 족보 찾아보기 연습 등 실제 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가득하다.

현전(現傳)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족보 '안동 권씨 성화보'와 1565년 간행된 '문화 류씨 가정보', '안동 김씨 성보·내외보·인아보' 등도 꼼꼼히 살펴볼 만하다.

할아버지·할머니, 부모, 아이들이 함께 족보박물관에 가서 우리 집 족보를 공부하고 성씨 유래비를 찾아본다면 가족과 뿌리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관람 정보

주소:대전시 중구 뿌리공원로 79(침산동 산34)관람 시간:뿌리공원 오전 6시~오후 10시(3~10월), 오전 7시~오후 9시(11~2월)휴관일:연중 무휴관람료:무료전화:042-581-4445홈페이지:ppuri.djjunggu.go.kr놓치지 마시라:족보공원에서 내 성씨와 족보를 공부한 다음에는 뿌리공원으로 내려와 성씨별 조형물을 찾아보시길.

임연희 ( < 중도일보 >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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