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청소노동자 지하실 물 퍼내다 감전사

류인하 기자 2011. 7. 28.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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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도 없었다. 유족과 동료들은 사진조차 갖춰지지 않은 빈소 앞에 절을 했다.

하루아침에 부인을 잃은 남편은 빈소 앞에서 그저 망연자실했다. "잘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던 부인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27일 오전 7시3분 김정자씨(64)는 은마아파트 2동 지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감전사였다. 이날 김씨는 평소 출근시간보다 2시간가량 먼저 집을 나섰다. 밤사이 내린 폭우로 아파트가 침수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수유동 집에서 대치동 은마아파트까지는 지하철로 꼬박 1시간이 걸렸다.

김씨는 2004년부터 이곳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해왔다. 15층짜리 은마아파트의 절반은 그의 몫이었다. 매일 계단과 복도를 쓸고 닦았다. 지난해 남편 이씨가 식도암 판정을 받고 남편 병수발을 위해 잠시 일을 그만뒀지만 병원비와 생활비를 대기 위해 지난 5월 다시 은마아파트에서 일을 시작했다. 김씨의 가장 오래된 직장이었고, 아파트 청소는 김씨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꼬박 일해 그의 손에 들어오는 월급은 7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일했다.

이날도 평소보다 일찍 도착한 김씨는 늘 하던 대로 다른 환경미화원과 함께 지하실 물을 퍼냈다. 자신이 들고 온 가방과 우산을 지하로 내려가는 첫 번째 계단에 내려놓았다. 물에 젖을까봐 신발도 바로 아래 계단에 내려놓았다. 지하실은 김씨의 무릎까지 물이 차 있었다. 김씨는 지하실에 내려간 지 불과 3분 만에 쓰러졌다.

수서경찰서는 "김씨가 지하실의 오래된 전원 스위치를 켜다가 감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자 조사에서 관리소장은 "들어가지 말라고 했는데 김씨가 무리하게 들어간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은마아파트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6년 동안 일한 아파트인 데다가 전기장치가 노후화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김씨가 단순히 스위치를 잘못 눌러서 감전사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씨의 큰딸 이모씨는 "용역회사 측이 사망 원인을 어머니 과실로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다른 동료들도 김씨처럼 아파트 지하에서 물을 퍼내고 있었다. 김씨의 동료들은 "그동안 비가 내릴 때 아파트 지하의 물을 퍼내지 않으면 관리소장으로부터 지적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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