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리감투·새끼보 파는 순댓국집 있어요

신동립 2011. 7. 2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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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의 맛있는 집

대표적 서민 음식인 순댓국은 어느 동네에든 파는 집이 꼭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일부러 산 넘고 물 건너 찾아가는 순댓국집이 있다면, 그래서 너무 잘 돼 가게를 계속 확장해가고 있다면, 그 집 순댓국 맛이 얼마나 좋을지 짐작할 수 있다.

서울 신대방동 377-1번지, 7호선 보라매역에서 보라매공원으로 가는 길에 자리한 '서일 순대국'(02-821-3468)이 그곳이다. 서울 한강 이남에서는 서초동 '남순순대국'(옛 서초순대국 02-574-3227)과 쌍벽을 이룬다는 평가를 받는 집이다.

이 집은 골목 안 좁고 허름한 1호점과 골목 밖의 좀 더 깨끗하고 넓은 2호점으로이뤄져 있다. 1호점은 가게가 작기 때문에 10분 이상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2호점 역시 손님이 많지만 그보다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두 곳 다 골목 안 한 작업장에서 만든 순대를 재료로 같은 조리법으로 만드는 직영점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손님들은 1호점으로 더 몰린다.

물론, 신발을 벗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1호점을 선호하는 심리가 작용하는 듯하다. 그래서 이 집이 허름한 1호점을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메뉴는 '순대국'(7000원), '야채 순대'(7000원), '오소리 감투'(1만2000원), '머리 고기'(1만2000원), '새끼보'(1만2000원), '모둠'(1만5000원) 등이다.

전에는 순댓국이 보통(6000원)과 특(7000원) 등 두 종류였는데 이제는 한 종류 뿐이다. 가격은 특이지만 전에 주던 순대 몇 점을 안 주는 것을 보면 가격이 사실상 오른 셈이다. 지난 겨울 구제역의 여파가 여전해 보인다.

오소리 감투를 한 접시 시켰다. 오소리 감투는 돼지 위장을 말한다. 쫄깃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인 부위다. 그러다 보니 예로부터 돼지를 잡을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누군가 훔쳐가는 것이 오소리가 굴 속에 숨으면 도무지 찾을 수 없다는 것과 같다고 '오소리', 서로 차지하려고 싸운다는 의미에서 '감투'를 따와 합쳐 만들었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왔다. 이 집 오소리 감투는 직접 깨끗이 손질해서 삶아서 내놓는단다. 씹는 맛이 쫄깃하지만 전혀 질기지 않고 부드럽고 연한 데다 기름기가 없어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것이 정말 맛있다. 돼지 특유의 노린내도 없다. 먹다 보니 어느새 30여개 정도 되는 오소리 감투 조각들이 이미 내 몸 속 오소리 감투 안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정도다.

새끼보는 말 그대로 돼지 새끼를 싸고 있는 집, 그러니까 태반을 뜻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재료가 없어 팔지 않는다.

머리 고기는 어느 순댓국집에서나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지만 오소리 감투나 새끼보는 취급하는 곳이 많지 않으니 이 집에 가면 꼭 먹어보는 것이 좋다.

잠시 뒤 순댓국이 나왔다. 마음에 드는 것은 다진양념을 따로 준다는 점이다. 걷어내느라 불편함이 없어서 좋다. 어쩌면 다진양념을 안 넣어도 맛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한국 음식은 소금 양념, 고추장 양념 덕에 맛의 하향 평준화가 이룩됐다는 말의 반작용 같아 마음에 든다.

국물을 저어보니 세상에, 머리 고기와 오소리 감투를 비롯한 내장까지 가득하다. 어느 순댓국집, 아니 돼지국밥집을 가도 이렇게까지 고기를 많이 넣어주는 집은 없었다. 반면, 순대는 달랑 3개가 들었을 뿐이다. 흔히 먹는 당면이 가득 든 통통한 순대가 아니라 시래기를 넣어 만든 가느다란 순대였다. 개인차일 수 있으나 순대만 따로 먹으면 맛있을 수 있는 데 끓여서 나오니 별로였다. 순대가 너무 얇은 데다 순대 껍질이 질긴 탓인지도 모르겠다. 도리어 매력적인 것은 진하면서도 담백한 국물 맛이다. 역시 역한 냄새가 나지 않아 순댓국이라면 무조건 고개를 가로 젓는 여자친구나 아내와 함께 갈 만하다.

주차장은 없다. 가게 앞에 몇 대 세울 정도가 전부다. 좌석은 1호점 10여석, 2호점 60여석. 명절 당일만 쉬고 연중 무휴다. 매일 아침 7시에 문을 열어 7시20분부터 식사가 가능하다. 밤 11시에 닫는다.

문화부 차장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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