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남궁민

2011. 7. 1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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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의 눈빛은 슬펐다. 웃고 있어도, 화를 내고 있어도 그의 눈빛은 이상하게 슬펐다.

인기리에 종영한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는 유난히 아련했던 그, 봉마루(장준하)의 눈빛과 함께 그렇게 아련한 기억으로 남는다.

'내 마음이 들리니?'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행복이 시작된다는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진리를 보여준 착한 드라마였다. 극중 봉마루는 어린 시절 헤어졌던 이복동생 봉우리(황정음 분)에 대한 안타까운 사랑을 가슴에 품은 남자.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운명 앞에 좌절도, 분노도 했지만 결국 가족의 품이라는 따뜻한 고향으로 돌아갔다.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만난 남궁민은 놀랍게도 마루에 대한 짝사랑(?)을 고백했다. "20대 중·후반엔 서브로라도 뭔가 해야겠단 생각이 강했는데, 언제부턴가 내 캐릭터를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제가 마루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마루만 생각하면 왜 이렇게 짠하고 정감이 가는지 모르겠어요." 상대 역 '봉우리'로 열연한 황정음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황)정음 씨는 정말 진심으로 연기하려 노력하는 배우에요. 그 진심이 느껴지니 상대 배우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죠. 정음 씨의 눈만 봐도 연기가 편하게 나왔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정말 고맙죠." '내 마음이 들리니?'는 남궁민의 군 제대 후 두 번째 작품이다. 컴백작이던 '부자의 탄생' 당시엔 왠지 힘이 들어간듯한 모습이었지만 '내 마음이 들리니?'에선 맞춤옷이라도 입은 듯 캐릭터에 완벽하게 동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내마들'을 하면서 제 연기의 흐름을 찾은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편안했어요. 마음이 충실하니 그에 맞는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더군요." 어느덧 데뷔 10년차.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할 정도로 짧지 않은 시간인데 그는 이 드라마에서 연기력으로 재조명을 받았다.

"사실 저는 늘 똑같이 분석해왔는데, 캐릭터가 얼마나 저를 이해시키느냐에 따라 몰입도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남궁민이 말했다. "순진하진 않지만 순수하달까요. 제 나이가 벌써 서른넷인데도 싫으면 싫은 표정이 먼저 나오고, 이해 못 하면 못 한 대로 하게 돼요. 이번엔 마루가 처한 상황이 이해가 됐기 때문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얼마나 연기에 몰입했는지를 알려주는 에피소드 하나. 그는 21회 황순금(윤여정 분) 앞 봉마루의 폭풍 오열 장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악몽에 몽유병까지 겪었다. "꿈 속에서 자꾸 촬영을 하는 거에요. 머리도 메이크업도 아무런 준비가 안 됐는데. 악몽을 꾸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해서 그런지 잠을 자도 개운치가 않네요." 한계 상황에서 자극을 긍정으로…남궁민은 자칭 '로딩이 긴' 배우다. 충분한 준비가 되면 능력치를 150%, 200%까지 끌어올린다. 게다가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아주 지독한 배우다. "저보다 훨씬 연기 잘 하는 선배들 사이에 들어가 스트레스 받고 열등감을 느끼면서 연기하고 싶어요." 얘기를 계속 듣고 있자니 그에게는 스스로를 한계 상황으로 몰아가는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한꺼번에 확 올라간 적이 없었거든요. 늘 꾸준히 올라가면서 생긴 버릇이 바로 열등감인 것 같아요. 나쁜 의미의 열등감이 아니라, 늘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런 생각이랄까요.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어야 잘 되는 것 같아요." 묵묵히 거북이걸음을 이어 온 그는, 자극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법을 터득한 지 오래였다.

10년 내공이 응집된 결정체가 된 봉마루와 함께, 남궁민은 '떴다'. "이젠 의도적으로 기사를 내려 하지 않아도 제 일상이 기사화가 되기도 하더라고요.(웃음)" 소박한 행복이다. 한 방송에서 '보물 1호'로 칭한 남동생 이야기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두고두고 회자되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동생과 붙어 다녔고, 치고 박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거든요. 지금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다보니 가족에 대한 애틋함도, 미안함도 있는데 갑자기 (앵커분이) 소중한 사람을 물어보니 저도 모르게 동생이 툭 튀어나왔어요.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는데, 동생한테 칭찬도 받았죠, 하하. 데뷔 후 처음으로 동생에게 힘이 된 것 같아요." 남궁민은 현재 여자 친구가 없다. 주위 친구들의 결혼이 부럽거나 연애하고픈 마음도 있지 않을까. "친구들이 결혼하는 걸 보면 좋아 보이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게 그의 답이다. "이제 막 연기의 맛을 다시 알아가고 있거든요. 만약 지금 (연기에서) 제 관심을 뺏어갈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면, 언젠가 그 사람을 원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향후 3년간은 데뷔 때처럼 일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현실 앞에 무기력해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좌절하기보단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묵묵히 발걸음을 옮겨온 그에게선 지금, 스타보다 더 진한 배우의 향기가 난다.

[글 = 박세연 기자 / 사진 = 강영국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87호(11.07.2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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