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시장, 세금폭탄 잔재 걷어내야 정상화된다

기자 2011. 7. 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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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세금폭탄' 제거에 다시 한번 도전하려는 인상이다. 기획재정부는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폐지를 다음달 22일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완화해 주택 공급 여력을 확충하겠다"고 밝혀왔다. 추진 방향은 세율 인하와 장기보유특별공제 부활, 두 갈래다.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5년 이후 일반 세율 6 ~ 35%보다 턱없이 높게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은 50%, 3주택 이상에는 60%가 적용되고 있다. 폭탄으로 비유되는 이유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주택 보유기간만큼 물가상승분 등을 과세표준액에서 빼주는 것이지만, 이 또한 2004년부터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겐 적용을 배제해 오래 보유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역차별을 겪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세금폭탄의 잔재가 수두룩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노 정권이 서울 강남 거주자 등 부유층을 손보겠다는 취지로 내놓은 징벌적 세제다. 그러나 과도한 양도세는 자연스러운 거래마저 봉쇄해왔다. 공급이 달리면서 노 정권이 겨냥한 고가 주택은 외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질투의 경제학'이 촉발한 '시장의 역공'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유층을 잡겠다고 꺼내든 칼이 저소득층의 고통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부동산 임대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지속적인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 주 공급자인 다주택자를 죄악시하고 세금으로 두들기니 시장을 탈출하거나 수요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부동산 거래 자체가 얼어붙은 상황에선 더하다. 임차료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그나마 구하지 못해 도시 변두리를 전전하는 전월세 대란의 단초가 바로 부동산 세금폭탄이다.

현 정부는 출범 후인 2009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을 발표했다가 부자 감세와 투기 재발은 안된다는 정치권의 반대에 부닥쳐 한시 완화하는 쪽으로 두리뭉술하게 타협했다. 현재 서울 강남3구 등 투기지역을 제외하면 2012년까지 양도세 중과가 유예되고 있지만, 세금폭탄의 골격은 여전히 잔존해 있다. 또 다른 세금폭탄은 종합부동산세다. 정부는 2009년 재산세와 통폐합하겠다고 공언했다가 '부자정권'이라는 비난이 일자 세 부담을 다소 낮추는 선에서 봉합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이 이중과세로 인한 초과 징수 세액을 돌려주라고 결정하는 등 종부세와 재산세의 불합리한 동거로 인한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정부가 징벌적 세금폭탄 제거에 번번이 실패한 것은 정치권의 부자 감세 논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이번에도 이를 앞세운 야당의 반발은 물론, 내년 총·대선을 의식한 여권의 포퓰리즘이 발목을 잡을 소지가 크다. 기존 부동산 규제도 모자라 전월세상한제 같은 반(反)시장 정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들이다. 부동산시장을 왜곡하면서 저소득층을 울리는 세금폭탄의 잔재를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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