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훈의 연극家 사람들]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앴다..관객의 평가는?

2011. 7. 1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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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어웨이크닝'-'화선, 김홍도'-'수상한 흥신소'관객의 평가는?

[세계닷컴]

무대 앙옆에 일부 객석이 자리한 [스프링 어웨이크닝], 오케스트라 피트석을 없애 객석과 하나로 이어진 무대를 선보인 [화선, 김홍도]가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또한 공연 중간 중간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과의 호흡을 확인하는 연극 [수상한 흥신소]를 만나고 왔다. 세 작품 모두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앤 점이 공통점이다. 공통점이 한가지 더 있다. 각 작품에 대한 평가가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 초연 멤버의 아우라를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인가? [스프링 어웨이크닝]

인터미션 시간 쉴 수가 없었다. 옆 자리에 앉는 관객들의 수다가 끊임없이 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2011년 멤버들과 초연 멤버인 배우 김무열과 조정석의 연기를 비교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결론은 아직은 더 무르익어야 한다는 점. 그럼에도 볼거리로 채워진 여타의 뮤지컬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의 도발적인 뮤지컬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19세기 말 독일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사춘기를 겪는 주인공들의 불안심리를 담아냈다. 19세기 독일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동명 희곡이 원작. 성애 장면, 자살, 자위, 동성애, 임신, 낙태 등 파격적인 소재로도 숱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마니아가 되거나 내 취향이 아니거나? 이번 작품은 숨겨진 매력이 가득하다. 조명과 오브제에 디테일한 의미가 숨겨져 있고 시적이고 관념적인 가사와 감각적인 안무로 드라마를 완성시킨다. 사진 속의 인물들, 인물들이 입고 있는 의상과 취하고 있는 포즈, 사진의 액자 프레임까지 모두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던컨 쉭 (Duncan sheik)의 강렬한 비트와 크로스 오버적인 얼터너티브 록은 억압돼 있는 10대들의 메시지를 보다 깊고 강렬하게 전달한다. 물론 별 고민없는 흥겨운 뮤지컬을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주인공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공연이 아니다. 출연진 모두에게서 독특한 색채가 느껴진다. 우수한 학업성적을 지녔으나 여러 시련에 휩싸이는 멜키어.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소녀 벤들라, 열등생이지만 가슴 속에 꿈틀거리는 욕망을 지닌 반항아 모리츠 외에도 동성애를 나누는 한센과 에른스트의 배우들이 무대 정중앙 혹은 무대 양 옆에 자리한 의자에 대기 해 한 순간도 관객들의 시선을 벗어나지 못한다. 무대 위에 자리한 소규모 오케스트라의 연주 역시 보다 생생하게 보고 들을 수 있다. 10대 청춘들의 마음을 위안하듯 세심하게 조리하는 조선아 음악감독의 지휘 역시 극 이해에 도움을 준다.

멜키어와 벤들라의 정사신은 상당히 예술적으로 연출됐다. 마치 커다란 그네를 연상시키는 흔들리는 목판 위에서 두 남녀의 몸이 포개질 때 관객들의 상상력은 자극된다. 관객을 흠칫 놀라게 하는 장면으로 그치지 않고 기성세대와의 갈등과 불안감이 그 안에 다 담겨있었다.

마지막 '자줏빛 여름의 노래'가 불려진다. 자줏빛 희망을 발견한 뮤지컬 관객들은 주위 사람들을 따라하는 박자맞추기식 박수가 아니라, 진정한 뮤지컬의 매력에 취해 자신도 모르게 온 몸으로 열광하고 있었다. 다만, 초연을 보고 마니아가 된 원년 관객들은 잠깐 잠깐 아쉬운 표정을 내보였다. 공연은 오는 9월 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 '감탄'이 '감동'이 될 수는 없을까? [화선, 김홍도]

해오름극장 무대를 가득 채우는 5대의 프로젝터와 24m의 대형 스크린, 3개의 샤막 등의 거대한 영상 매커니즘을 통하여 김홍도의 그림이 때로는 무대 배경이 되고, 때로는 제3의 배우가 되어 입체적으로 극 속에 녹아 들었다. 이미지에 방점을 찍는 관객이라면 입을 쩍 벌리며 '감탄'하게 될지 모른다. 반면, 주제와 전개방식에 무게감을 둔 관객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화선, 김홍도]는 김홍도의 그림이 중심이 된다. 무동· 씨름·나룻배·대장간 등 김홍도의 풍속화첩을 주요 모티브로 하여, 단원이 바라보았던 풍정(風情)과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림을 통해 생긴 새로운 이야기가 추가됐다. 한마디로 약 2시간 동안 김홍도의 그림 속을 여행하는 셈이다.

이 작품에서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김홍도의 '추성부도'에 집중한다. 그림엔 인생무상의 색채가 담겨있어 이번 작품의 주제와 맥을 같이 한다. 극중 배경은 1850년대 한양. 김동지와 손수재라는 두 늙은이가 김홍도 발자취를 따라가며 인생의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그린다. '일장춘몽' 속에서 손수재는 꿈에도 그리던 연인 연이를, 김동지는 꼭 한번 만나고 싶었던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김홍도의 작품세계를 보다 예술적으로 만나게 했다는 점에서는 칭찬할만하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이 함께 참여해 다채로운 몸짓과 소리를 들려줬으니 두말하면 무엇하랴.

그러나 가무악극 [화선, 김홍도]는 전 세계인들과 함께 한국의 미학을 공감하고 감동하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제작한 '국가브랜드'공연이다. 타이틀에 걸맞는 한국적 인 색채를 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은 엿보이지만 감동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세상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세상'이란 이치에 도달한 두 선비의 깨달음이 너무 밋밋했다. 김홍도의 그림만으로 이 모든 것을 막아내기엔 뭔가 파워가 딸린다. 보다 많은 관객들의 가슴까지 끌어안기 위해서는 담금질이 필요해 보인다.

오는 7월 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이후 10월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참가작으로 재공연될 예정이다.

◇ 배우들의 역량 Good, 웃음과 울음의 경계에서 갈피를 잃은 연출력 보완시급…[수상한 흥신소]

공연 초반 30분 동안은 로맨틱 코메디 물에만 열을 올리는 대학로의 그렇고 그런 연출가 아닌가? 고민했다. 오버스런 웃음 포인트가 쉽게 마음의 문을 열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개그 콘서트 류의 연극에 흥미를 보이는 초보 관객들의 입맛에는 맞을 수 있다. [수상한 흥신소]3차 공연을 보고 온 첫 소감이다.

연극 [수상한 흥신소]는 젊은 극단 익스트림플레이의 작품이다. 지금까지 작품을 접해보지 못했던 젊은 연출가 임길호가 극작· 제작 ·조명 등 1인 4역을 맡아 힘을 쏟고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이 열어진 순간은 흥신소를 차린 주인공 오상우의 사무실에 멀티맨이 들어닥쳐 관객들을 웃긴 이후 부터이다. 이전까지는 극이 다소 산만하게 흐르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아무 생각없이 웃는 연극을 보기 위해 관객들은 소극장 연극을 찾지 않는다. 뭔가 가슴을 통쾌하게 울리거나 짜릿하게 감정을 정화시켜 주는 작품을 원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수상한 흥신소]는 초반 의미없이 버려지는 장면, 자연스럽지 않은 막간 연결로 늘어지고 있었다. 여기서 연출의 방향성이 의심됐다. 쉽고 재미있는 연극만을 원하는 초보 관객들에게 어필한 것인가? 탄탄한 전개방식에 환호하는 매니아층까지 끌어안을 것인가? 보다 고심했어야 했다. 연출가이자 제작자의 마인드가 보다 바로 서야 할 듯 보인다.

연극 [수상한 흥신소]는죽음을 맞이한 귀신들이 이승에서 정리하지 못한 일들을 주인공 '상우'를 통해 해결한다는 내용이 기본 줄거리. 임길호 연출은 "다소 비극적인 성향이 강한 제 자신의 내면을 달래기 위해 쓴 작품이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은 채 갑자기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 건가?" 라는 궁금증에 작품을 쓰게 됐다며 집필동기를 밝혔다.

그의 집필 동기를 십분 이해한다 쳐도 작품은 희극과 비극 사이를 균형감있게 저울질 하지 못하고 있다. 초보 관객들과 매니아 관객들의 불만을 한꺼번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초보 관객들은 중반 이후 급격히 어두운 색채로 변모해 흘러나오는 우울한 정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볼멘 소리를 낼 수 있다. 반면 매니아 관객들은 웃긴 것도 아니고 울리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전개방식이 흔쾌히 박수를 칠 수 없게 만든다고 토를 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극은 오상우와 정윤의 현재의 사랑, 정윤의 옛 애인인 김동연과의 과거 사랑, 경비원의 사랑, 깡패의 죽음에 얽힌 사랑을 한 데 뭉쳐놨다. 그 속에서 엿볼 수 있는 배우들의 연기 변신도 충분히 볼거리를 제공한다. 뮤지컬 무대가 아닌 연극무대는 처음인 배승길은 노래의 힘에 기대지 않고 오로지 연극 배우의 역량만을 전달했다. 특히, 멀티맨과 멀티걸로 활약한 배우 맹주영와 이초롱의 연기가 눈여겨볼만하다. 이초롱의 애교스런 목소리가 정확한 발성 역시 귀를 만족시킨다. 단, 이초롱이 경비원의 부인, 깽패의 부인 역으로 동시에 나오는 결과 눈물연기의 감동이 다소 떨어진다. 오히려 정윤 역 여배우(강민혜)가 한번 쯤 나서도 될 듯 보인다. 김동연이란 캐릭터 역시 보다 살을 더 보태 극의 전개에 힘을 실어야 할 듯 보인다.

또한, 극이 중반을 넘어서기까지 주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가 후반에 가서 눈물짜는 로맨스로 급변해 공기변화가 적응하기 쉽지 않다. 물론 그럼에도 드라마몰입도가 높은 관객들은 초반 희희낙락거리다가 슬픈 장면에 가서는 금새 눈물을 떨어뜨린다. 일부 관객분 아니라 평단까지 끌어안기 위해서는 보다 다듬어져서 완성도를 높여야 할 듯 보인다. 10월 30일까지 대학로상명아트홀 2관서 공연.

공연전문 칼럼니스트 정다훈(

otrcoolp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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