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혁신적 믹서기 '도깨비 방망이' 사례로 본 '역발상 혁명'

2011. 7. 15.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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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서' 이름마저 버려라, 오직 기능만 생각하라

[동아일보]

《 1980년대에 믹서기는 주부들에게 '꿈의 주방기구'였다. 갖가지 과일을 갈아 즉석에서 주스를 만들 수 있었고 야채나 고기, 생선 등도 손쉽게 갈아 제수 음식을 쉽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신통방통한 재주를 부리는 기능에 혹해 주부들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앞다퉈 믹서기를 장만했다. 하지만 이 믹서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주부들에게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유리컵 하단에 칼날이 달려 있는 전통 믹서기는 식재료를 손쉽게 갈 수 있다는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불편함이 많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이런 문제점을 주방기구 업체들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

혁신적 해결책 뒤에는 러시아에서 개발된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론 '트리즈(TRIZ)'의 발명 원칙 중 하나인 '역발상 변환'이 숨어있다. 기존 믹서기와 전혀 다른 혁신적 식재료 분쇄기(일명 '도깨비 방망이')의 탄생을 가능케 한 역발상 변환 방법론을 DBR 85호(2011년 7월 15일자)가 자세히 소개했다.

○ 모순 인식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모순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트리즈에서 모순을 인식하는 첫 단계는 해당 시스템의 핵심 기능과 조건을 파악하는 것이다. 믹서기의 경우 무거운 유리컵 안에 달려 있는 칼날이 내용물을 분쇄(핵심 기능)한다. 이때 칼날은 유리컵과 연결되는 하단부 본체의 모터에 연결돼 회전(조건)한다.

핵심 기능과 조건을 파악했다면 다음 단계로 그에 따른 선기능과 역기능을 분석해야 한다. 믹서기의 선기능은 유리컵 안에서 식재료를 쉽게 분쇄하는 것이다. 반면 역기능은 △유리컵이 무거워 세척하기가 불편하고 △칼날 때문에 음식 잔여물이 잘 닦이지 않아 이전 식재료가 다음 식재료에 섞이게 되며 △칼날과 연결된 모터에서 열이 나 식재료가 약간 익게 돼 맛이 떨어지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 이상해(理想解) 상상

문제의 본질을 파악했다면 그 다음 단계로 역기능을 최소화하거나 없애기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우선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때 믹서기라는 특정 단어에 얽매이지 말고 믹서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기능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믹서기'라는 단어에 집착하다 보면 믹서기 외에 다른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정신상태로 변해 창의적이고 개방적 사고를 하기 어렵게 된다.

믹서기의 본질적 역할은 식재료 분쇄다. 따라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시스템의 이름을 '식재료 분쇄기 X'로 정해 벽에 걸어둔다. 그 후 모순 인식 단계에서 파악한 본질적인 기능은 수행하면서 유해한 작용이 모두 사라진 '이상해'를 상상한다. '식재료 분쇄기 X는 가벼워서 취급하기 쉽고 세척하는 데 번거롭지도 않으며 모터의 열 때문에 식재료 맛이 변하지도 않는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 자원 분석

이상해가 무엇인지 파악했다면 그 다음에는 현존하는 식재료 분쇄기(믹서)의 요소와 특성, 장점 및 단점에 대해 정밀하게 분석한다. 이처럼 어떤 시스템의 요소 및 특징들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하는 과정을 트리즈에서는 '자원 분석'이라고 부른다. 현재 존재하는 식재료 분쇄기의 요소 및 특징을 열거해 보자면 △유리컵의 경우 무겁고 잘 깨지며 세척이 불편하다는 점 △칼날이 유리컵 내부에 있어서 불편하고 식재료를 갈 때 내용물이 튄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 역발상 변환

자원 분석까지 끝냈다면 본격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역발상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보자. 트리즈의 40가지 발명 원리 중 13번째 원리인 '역발상'은 거의 모든 모순 상황의 극복에 관건이 되는 원리다. 역발상은 핵심 요소에 대해 기존 특성을 안 갖게 하거나 거꾸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있다면 제거하고 없다면 만들어라' '크다면 줄이고 작다면 키워라' '길다면 짧게 하고 짧다면 길게 만들어라' '가열한다면 냉각하고 냉각한다면 가열하라' 등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이 역발상 원칙을 믹서기 문제의 핵심 원인인 유리컵에 적용해 보자. '유리컵이 서 있는 게 문제라면 뒤집어라' '유리컵이 있어서 씻기가 힘들다면 아예 유리컵을 없애라' '유리가 잘 깨져서 문제라면 유리를 아예 쓰지 말아라' 등이 가능한 역발상 변환이다. 믹서기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또 다른 요소인 '칼날'에도 역발상 변환을 적용할 수 있다. '칼날이 있다면 아예 없애라' '분쇄 기능을 하는 칼날이 유리컵 안에 있다면 분쇄 기능 부분을 유리컵 밖에 놓아라' '칼날이 유리컵 아래쪽에 있어서 위쪽의 식재료를 분쇄한다면 분쇄 기능 부분을 위쪽으로 올려 아래에 놓인 식재료를 분쇄하라' 등이 가능한 예다.

위의 모든 역발상을 조합한 모습이 바로 과거의 믹서기와 전혀 다른 형태의 주방기구인 '도깨비 방망이'다. 혹자는 믹서기와 도깨비 방망이의 기능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주부 입장에서 도깨비 방망이를 써보면 30년 전의 중후장대한 하단 칼날형 유리컵 믹서기와 칼날이 위에 달린 도깨비 방망이는 분명 동일한 기능을 한다. 거기다가 씻기도 쉽다.

도깨비 방망이 사례에서 잘 드러나듯이 혁신적인 시스템 변환은 △모순 인식 △이상해 상상 △자원 분석 △역발상 변환의 단계적 절차를 따라 이뤄질 때가 많다. 역발상 변환을 할 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역발상을 통해 도출되는 내용은 △반드시 기록해야 하며 △기록 당시에는 그 유용성이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절대' 평가해선 안 되고 △도출된 아이디어를 결합한 후 △맨 나중에 유용성과 문제점에 대해 분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애써 역발상 변환을 활용해 내놓은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너무 일찍 죽을 수 있다.

송미정 삼성종합기술원 CTO 전략팀 부장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5호(2011년 7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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