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입은 참외·수박농가 "못 살겠다"..가격 급등 우려

이유경 기자 2011. 7. 1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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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때문에 못살겠어. 비만 오면 차고 빠지고‥"

12일 오후 경상북도 성주군 선남면 관화리 독산들 주민 이능호(65)씨는 자신이 일구던 약 6600㎡ 규모 참외밭이 하루아침에 못쓰게됐다며 한탄했다. 이씨 말대로 물을 머금었다 토해낸 참외 넝쿨과 잎은 이미 누렇게 변해있었고 군데군데 참외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며칠 간 남부지방에 내린 비로 경상북도지역 2204ha의 수박·참외 재배용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겼다. 물가 잡기에 여념이 없는 정부도 시름에 잠겼다. 전국 참외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성주 참외밭 대부분이 물에 잠겨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가격 상승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에 성주·고령군 1685ha 침수

지난 10일 오후 1시간동안 54mm 폭우가 내리면서 성주군 전체 1655ha가 물에 잠겼다. 지난 7일부터 11일간 성주군에 내린 비의 양만 266.9mm. 이로 인해 참외 재배용 비닐하우스 1610ha가 비 피해를 봤다. 고령군도 시간당 최대 56mm의 비가 내리면서 수박 재배용 비닐하우스 11ha가 침수됐다.

이번 비로 가장 피해가 컸던 관화리 입구에 들어서자 성주군 재해대책본부관계자는 "이 입구까지 물에 차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관화리의 경우 참외밭 54ha가 물에 잠겨 농민 69명이 피해를 봤다. 이 관계자는 "참외 재배용 비닐하우스가 입구보다 지대가 낮아 비닐하우스마다 물이 들어차있었다"며 "사람 가슴높이까지 물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고령군 우목면 연리 하미들은 이번 비로 6ha 규모의 수박 재배용 비닐하우스가 침수됐다. 성주군에서 차로 30분 정도 달려 이곳에 도착하자 곳곳에 부서진 수박이 흩어져있고 '수박 농민 피해 보상하라'는 현수막이 내걸려있었다.

이날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수해지역 피해 파악을 위해 현장에 방문하자 3~4명의 주민들은 길거리에 앉아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목면 객기리에서 수박 농사를 하고 있는 김진희(56)씨는 "지난해 비가 왔어도 비닐하우스가 이렇게 잠기지는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성주 참외·고령 수박 재배지역 피해 커‥참외·수박 가격 급등 우려

성주·고령군 과일재배지역이 침수되면서 농산물 수급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성주군의 참외 재배 면적은 전국의 71%, 경상북도의 81%를 차지한다. 지난해 참외 생산으로 3200억원의 수익을 거둘 정도로 지역에서 참외 농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성주군 전체 참외 생산규모가 4000ha 정도임을 감안할 때 절반 가까운 지역이 물난리를 겪었다. 벼 재배지역은 침수가 되더라도 물이 빠지고 나면 벼가 자랄 수가 있다. 하지만 수박·참외 등의 과채류는 물에 한번 잠기면 상품 가치가 없어지게 된다.

김주령 경상북도 친환경농업과 과장은 "성주지역에서 참외를 한해 5번 정도 수확하는 데 이번에 3번째 수확을 앞두고 있었다"며 "수급량이 4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장마철 영향으로 수요가 줄면서 참외·수박 등 가격은 하락한 상태다. 경기도 수원 농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수박은 1통에 한 달 전에 비해 4000원 떨어진 1만2000원에 선에서 거래되고 있고, 1상자(10kg)에 4만2000원이었던 참외도 3만원선으로 내려앉았다.

서 장관은 "계속된 비로 기온이 낮아 참외·수박에 대한 수요가 낮아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 장관은 "날씨가 더워지면서 수요가 늘면 수급차질로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예년보다 이른 추석으로 사과·배 등도 조기 출하를 해야하는 만큼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대응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배수장 건립·완공 등 근본대책 필요

이번에 참외·수박 농가 피해가 컸던 이유는 기상이변으로 시간당 많은 비가 쏟아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최대 시간당 강우량이 고령군 다산면이 56mm/h, 성주읍이 54mm/h, 청도읍이 49mm/h로 100년 빈도로 발생하는 폭우였다.

전체 강수량도 많았지만 짧은 시간에 갑자기 비가 내리면서 손 쓸 틈없이 과일 재배지역이 물에 잠긴 것이다. 이날 방문한 관화리의 경우도 시간당 30mm 정도의 강우량에 대비해 배수로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에 그 2배 정도의 비가 쏟아지자 배수로 용량을 초과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성주군 측은 피해방지를 위해 배수장 건립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성주군은 배수개선지역으로 지정돼있지만 아직도 사업관련 예산이 책정되지 않았다.

서규용 장관은 지역주민들의 배수장 건립 요구에 "(성주군) 배수시설문제를 조속히 검토해서 이런 피해가 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서 장관은 "배수시설이 보통 24시간을 기준으로 물을 빼도록돼 있는데 기상이변 등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만큼 상시로 배수할 수 있도록 배수장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령군은 현재 새 배수장을 짓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배수펌프 시설이 들어서지 못해 이같은 속도라면 내년에도 호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곽용환 고령군수는 "배수펌프 설치를 위해 책정된 내년도 예산을 미리 집행해 배수장을 빨리 완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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