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여전히 고공행진

홍원상 기자 2011. 7. 13.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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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주부 박모(40)씨는 지난 10일 강남구 개포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4개월 넘게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에 '지금쯤 투자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헛걸음이었다. 매물로 나온 주공1단지 36㎡(11평) 가격은 6억4000만원. 2년 전 최고가(7억5000만원)보다 1억원 정도 내렸을 뿐이다. 박씨는 "강남이나 과거 버블세븐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일반 봉급생활자가 투자하기엔 여전히 비싼 수준"이라고 말했다.

많이 떨어졌다는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하지만 '체감 가격'과는 딴판이다. 실제 현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주택경기가 절정이던 2005~2006년의 최고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만큼 강남아파트 가격의 하방경직성이 강하다는 뜻이다.

◆찔끔 떨어지는 강남 아파트값

본지가 12일 국토해양부의 아파트 실거래가격 신고동향을 분석한 결과, 최근 아파트값은 최고가 대비 평균 10~20%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재건축 사업 지연으로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던 송파구 가락동 시영1차(56㎡)의 최근 실거래가격은 6억4000만원. 2006년 12월 이 아파트가 가장 비싸게 거래된 가격(7억6800만원)보다 17% 떨어진 수준이다. 최근 재건축 사업인가가 난 서초동 우성3차(101㎡)도 2006년 9월 최고가(9억원)보다 4000만원쯤 하락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최근 21주 연속으로 하락했다. 그런데 왜 체감 집값은 떨어지지 않았을까. 닥터아파트 이영호 팀장은 "1주일에 평균 100만~500만원 정도로 찔끔찔끔 떨어지다 보니 실제 가격은 아직도 비싸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의 기대 가격과 실제 가격 사이에 괴리감이 커지면서 주택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치동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집을 사겠다는 사람 중에는 실제 시세를 확인한 뒤 투자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며 "지금보다 1억원 이상 떨어지면 사겠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 전세금 추가 상승하나

서울 강남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가운데 전세금마저 들썩거릴 조짐이다. 대치동 청실아파트 등 강남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줄줄이 이주 계획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강남구청으로부터 재건축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청실아파트 1378가구는 18일부터 내년 2월까지 이주에 들어간다. 논현동 경복아파트(308가구)도 9~10월쯤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서초구 신반포5·6차, 반포우성, 서초한양 등도 재건축을 위해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재건축 이주수요가 하반기 전세 대란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재건축발(發) 전세난은 이들 이주 수요가 역삼·개포동 등 강남의 인근 지역은 물론 전세금이 상대적으로 싼 송파구와 경기 판교신도시까지 옮겨가면서 수도권 남동부로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역삼동 J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주를 앞둔 강남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 중에서 전셋집을 구한 가구는 전체의 10%도 안 된다"며 "가을에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되면 전세금이 1억원 이상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급 부족이 원인"

주택경기 침체 속에서도 강남권 아파트값과 전세금이 비싼 이유는 공급이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기 학군과 학원, 편리한 교통 등으로 강남에 들어가려는 대기 수요는 두껍다.

문제는 최근 강남권에 공급된 새 아파트는 거의 없다는 것. 실제로 매년 강남으로 이사하는 수요는 평균 11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5~6년 동안 강남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는 잠실 주공1~4단지(1만7615가구)와 반포 자이·래미안(5854가구)에 불과하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하반기에는 강남권의 주택 공급량이 예년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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