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로 만든 여행 기념품 '멸종위기' 부른다

2011. 7. 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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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거래 금지협약 동·식물 제품 적발 땐 처벌

리조트 휴양지에서 파는 산호 목걸이는 동남아 여행의 필수 구매 품목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산호 제품을 사 온 사실이 세관에 적발되면 최고 1000만원의 벌금을 물고, 야생동물을 멸종 위기로 내몰았다는 죄책감까지 질 수 있다. 산호, 코끼리 상아 조각, 사슴 뼈 젓가락 등 해외 여행지 기념품들이 국제적으로 거래가 금지된 보호 동식물로 만들어진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 환경단체인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과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에 따르면 전 세계 여행지 곳곳에서 야생동물로 만든 기념품을 팔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코끼리 상아를 깎아 만든 공예품이나 장신구뿐 아니라 코끼리 가죽 핸드백, 코끼리 다리를 통째로 잘라서 만든 의자까지 판다. 남미는 바다거북의 등껍데기로 만든 안경테, 희귀한 선인장 등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이 찾는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호랑이 기름이나 곰 쓸개즙 등을 넣은 약이 인기리에 팔린다. 산호나 조개껍데기로 만든 장신구는 전 세계 리조트 어디에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기념품이다.

독일 함부르크 공항에 전시된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만든 기념품들.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코끼리 상아로 깎은 조각, 캐비어, 호랑이 모피와 약재, 악어·뱀 등의 가죽으로 만든 신발. | 최명애 기자

그러나 기념품 재료가 되는 호랑이, 코끼리, 바다거북 등은 대부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라 국가 간 이동이 금지된 종들이다. 상업적 거래를 제한해 멸종위기의 야생동식물이 희생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살아있는 동식물뿐 아니라 뼈·가죽 등 부산품, 동식물을 가공한 모든 종류의 제품이 포함된다. 조금이라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이 포함돼 있으면 기념품도 국제 단속 대상이 된다.

야생동물 기념품 반대 국제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국제동물복지기금은 "서식지 파괴가 계속되는 가운데 기념품 제작을 위해 밀렵까지 늘어나면서 호랑이, 코끼리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사파리 관광객 사이에 상아 조각 등이 기념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상아 확보를 위한 코끼리 밀렵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동남아 관광객 사이에서는 근육통이나 관절염에 좋다며 호랑이 뼈를 사용한 약이 인기다.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은 "1990년대 이후의 호랑이 개체수 급감은 약재용 호랑이 수요 때문"이라며 "야생 호랑이는 전 세계적으로 5000~7000마리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열대지방 바다거북의 등껍데기는 얇게 잘려 고급 안경테나 머리핀으로 만들어진다. 고급 숄인 샤투슈 재료가 되는 히말라야 사슴은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해 있지만 숄 수요 때문에 꾸준히 밀렵되고 있다. 베트남과 버마에서는 웅담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곰 사육이 늘어나면서 야생 곰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미영 녹색연합 야생동물팀장은 "별 생각 없이 구입하는 야생동물 기념품이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특정 지역 야생동물을 멸종 위기에 이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야생동물 기념품은 관광지 쇼핑센터, 면세점에서도 판매된다. 국내법상 해당 동물에 대한 보호 조치가 없거나, 주민들이 수익을 위해 임의로 만들어 파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입국 세관에 적발되면 국제법 위반으로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은 "영국에서만 2007년 한 해 동안 코끼리 상아 제품 221점을 포함해 16만3000점의 야생동식물 불법 반입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독일은 2000년부터 6년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다녀온 여행객들로부터 코끼리 제품 176점을 포함해 909점의 불법 야생동물 기념품을 압수했다.

관세청이 집계한 우리나라 야생동물 불법 반입 단속은 지난해 10건 등 매년 수십건 수준이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중국을 다녀오는 여행객들이 웅담분을 갖고 들어오다 적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을 허가 없이 국내로 반입할 경우 최고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유럽연합(EU)과 '야생동물 거래 감시를 위한 국제 민간기구'는 지난 1일부터 유럽 주요 공항에서 야생동물 기념품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야생동물 기념품을 찾아낼 수색견을 투입하고, 7만2000여장의 전단을 비치한 상태다. 앞서 태국 방콕공항과 베트남 하노이공항에서도 지난해부터 같은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국제동물복지기금 측은 "야생동물 기념품 대신 지역 주민들이 만든 수공예 기념품을 구입하는 것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최명애 기자 glaukus@kyunghyang.com

▲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국가 간 거래를 줄여 야생동식물의 포획을 막기 위한 국제조약으로 1973년 채택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167개 국가가 가입해 있다. '1종'으로 지정된 호랑이, 고릴라, 밍크고래 등 827종은 국제거래가 전면 금지돼 있고, '2종'인 상어·하마 등 3만2840종은 정부 허가를 받아야만 반입·반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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