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인생을 바꾼 명대사>한순간도 소홀히 하지 말라 (Every second counts)

기자 2011. 7. 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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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시간

때는 2003년 5월1일. 스물여덟 살의 암벽등반가 아론 랄스톤은 부모님께 남길 마지막 작별인사를 캠코더로 녹화합니다. 이어서 암벽에 뭔가를 새깁니다. 자신의 이름과 출생일 그리고 사망 추정날짜입니다. 그런 다음 다목적용 칼을 꺼냅니다. 손목에서 결연한 의지가 묻어납니다. 하이킹 도중 실족해 암벽 틈에 갇힌 채로 6일간 사투를 벌인 아론의 실화가 극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제목은 '127시간(127 Hours)'. 감독은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의 대니 보일입니다.

무대는 미국 서부의 유타 주. 영화는 2003년 4월 말 아론(제임스 프랭코)이 여느 때처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집을 나서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어지는 장면들은 평소 사람들과 거리 두기를 좋아하는 그가 쳇바퀴 일상을 벗어나 '물을 만났을 땐' 얼마나 역동적이 되는지를 다채롭게 보여줍니다. 지프로 거리낌 없이 질주하고, 산악자전거와 함께 곤두박질치고도 마냥 좋아라하며 낄낄댑니다. '가지 않은 길'만 골라 정복감을 채우는 게 그의 전공처럼 비칩니다. 그러나 대자연의 품에서만큼은 완벽해 보이던 그의 자유도 상영 20분 만에 끝나버립니다. 블루 존 캐니언(Blue John Canyon)의 거대한 암벽 틈에 추락한 건데요, 헛디딜 때 함께 떨어진 360㎏의 바윗덩이에 오른팔이 끼어버립니다.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한 아론은 SOS를 칠 수도 없습니다. 휴대폰을 안 챙겨왔기 때문이지요.

영화는 '살고자 하는 의지보다 강한 힘은 없다(There is no force more powerful than the will to live)'는 홍보문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난 5일째가 되자 아론은 헛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살겠다는 의지도 바서지려 합니다. 간신히 자신의 존재에 관한 짧은 기록을 암벽에 새긴 후 지난 삶을 뒤돌아보며 자책합니다. "바윗덩이는 태곳적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과거의 내 모든 이기적인 행동들이 나를 바윗덩이와 함께 이 암벽의 틈 속에 가둔 거야." 그 순간 그는 어쩌면 나폴레옹의 회한의 말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행은 언젠가 내가 소홀히 보낸 시간들이 나에게 가하는 복수이다." 아론은 제멋대로 살아온 세월들이 바윗덩이로 화해 지금 자신의 목숨을 짓누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식이 극도로 혼미해진 아론은 "어머니, 저한테 전화하실 때마다 일부러 안 받았던 거 너무나 후회해요"라는 가녀린 독백을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습니다.

6일째의 해가 뜹니다. 죽은 거와 다름없어 보이던 아론도 기적적으로 눈을 뜹니다. 그러나 가물거리는 아지랑이처럼 그는 거의 무의식 상태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순간 아론의 눈엔 곁에서 자기를 지켜보는 미래의 아들이 보입니다. 아들을 무동 태워주는 장면도 보입니다. '매 순간은 소중하기에 한순간도 소홀히 하지 말라(Every second counts)'는 메시지가 그의 의식을 난타합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은 아론은 다목적용 작은 손칼을 펴 오른팔에 갖다 댑니다. 그 칼로 바윗덩이를 쪼개보겠다며 발악했던 무모함만큼이나 칼끝은 무뎌져 있습니다. 드디어 아론은 팔에 칼을 쑤셔 박고 자르기 시작하는데……! 아론 랄스톤의 자서전 제목은 'Between a Rock and a Hard Place'입니다. '진퇴양난에 빠진'이란 뜻이지요.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가 치명적일 수 있다는 함의를 담은 관용어구입니다.

작가, 외화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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