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정책 갈길 잃은 집값

2011. 7. 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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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6월 29일)는 가계부채 부실화를 방지한다며 주택대출 규제를 강화키로 하고 오늘(6월 30일)은 주택 관련 규제를 풀어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겠다고 하니…."(부동산 전문가 김모씨)

"3·22대책도 이름은 '주택거래활성화 방안'인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부활시켜 시장을 얼어붙게 해 놨잖아요. 정부가 시장 활성화라는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은 되레 움츠러듭니다."(부동산 중개업자 박모씨)

정부가 침체된 주택시장을 회복시킨다는 명분으로 올 들어 거의 매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처 간 정책에 '엇박자'를 내면서 시장이 제 효과를 내지 못하고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3일 국토해양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30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의 부동산 정책에서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을 대폭 완화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 또는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날 이후 주택시장에서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3·30 경제정책방향 발표 하루 전인 29일 금융당국에서는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고 DTI 한도 내에서 대출이 일어나도 은행이 별도의 소득기준을 추가로 적용하도록 권장하는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정부가 당정협의와 국민경제대책회의까지 거쳐 하루 차이로 내놓은 주택시장 관련 대책이 '냉탕'과 '온탕'을 오간 것이다.

정부의 주택관련 정책 엇박자는 이뿐만이 아니다. 3·22대책은 같은 대책 안에서 엇박자 행보를 보인 것. 주택거래활성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 대책에서 정부는 취득세 50% 감면과 함께 시장을 옭아매는 DTI 규제를 부활시켜 금융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이를 놓고 시장에서는 주택거래활성화 방안이 아니라 '주택거래동결방안'이라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수도권 주택시장은 3·22대책 이후 급전직하했다. 서울지역 주택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지난해 9월(2411건) 이후 올해 초 7000여건까지 늘었다가 4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6월에는 3840건까지 줄었다.

이처럼 부처 간에 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것은 정부 내에서 이를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주택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정책 방향은 공급 확대와 거래 활성화지만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부실화를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과 직결돼 있는 만큼 각각의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책 간에 충돌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책의 큰 틀을 내수활성화로 정한다면 부처 간에 정책조율로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박사는 "정책은 시장이 예측할 수 있도록 일관성을 가져가는 게 중요한데 이번 정부는 정책을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대책이 오락가락하며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며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차라리 정책을 내놓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반시장적이라고 비판받던 참여정부 때도 청와대나 총리실에서 정책을 컨트롤하면서 일관성은 유지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은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도 모두 제각각의 정책목표 달성에만 집착해 내놓는 정책 간에 서로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kwkim@fnnews.com김관웅 조창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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