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용하 1주기] "사랑한다", 추모 편지에 하늘도 울었다
일본 현지 팬 1,700여명 운집… "오로지 추모를 위해 비행기 탔다"
"용하야, 사랑한다."
고(故) 박용하의 어머니가 5분여에 걸쳐 추모글을 읽었다. 안개가 자욱이 꼈을 뿐, 비는 내리지 않던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졌다. 2,000여 명이 약천사 법당 마당에 모여있던 현장은 순식간에 우산으로 가려졌다. 제주도에서 왔다는 한 40대 여성은 "비가 오면 박용하가 우는 것 같아서 안 오길 바랐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배우 박용하가 세상을 뜬 지 1년이 됐다. 박용하의 1주기 추모 행사는 6월 30일 오전 6시 30분부터 경기도 포천 동래읍 약천사에서 진행됐다. 약천사까지 올라가는 길은 가팔랐다. 자가용은 물론 취재 차량도 올라가지 못했다. 오전 9시께 1,700여명의 일본 팬들이 10여대의 관광버스에서 내려 약천사로 향하는 행렬은 진풍경이었다.
일본 팬들은 추모식에 앞서 6월 29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사이에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팬들과 일본 여행사를 통하지 않은 팬들을 제외한 1,100명이 4시간여 사이에 우리나라로 운집한 셈이다.
이들을 인솔한 한 진행 요원은 "일본 모든 지역의 팬들이 요나(박용하)의 1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 진행 요원은 "일본에서도 유명 인사가 세상을 뜨면 추모 행렬이 펼쳐진다"며 "하지만 다른 나라 배우를 위해 모든 일을 차치하고 달려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약천사 입구에 걸려있는 '박용하 1주기 추모식'이라는 현수막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입구에는 앰뷸런스가 대기 중이었다. 인파가 몰린 만큼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우려했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일본 팬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줄을 서서 박용하와 마주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추모식에 참석한 72세 할머니는 이날 40대 일본 남성의 도움으로 박용하의 사진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오사카에서 온 이 남성은 "아들이 없어서 박용하를 아들 삼아 좋아했단다"라며 "먼 곳까지 왔는데 제대로 보지 못하면 속상해할 것 같아 도와드렸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통역사는 "이곳에 모인 일본 팬들은 어제 밤에 우리나라에 도착해서 내일 밤에 일본으로 돌아가는 일정을 소화한다"고 말했다. 이 통역사는 "오로지 박용하 추모를 목적으로 한 관광 상품이었다"며 "박용하가 일본에서 갖는 의미는 한류스타 그 이상이다"고 말했다.
이날 고인의 추모식은 경기도 성남 분당의 메모리얼 파크에서 가족과 동료 연예인, 팬들이 모인 가운데 마무리 됐다. ▶연예계 뒷얘기가 궁금해?▶연예계 이슈추적·테마기획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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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천사(파주)=강민정기자 eldol@sphk.co.kr사진=김지곤기자 jgkim@s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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