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캠프 어디로 갈까? "학교 밖에서 더 너른 세상 배워요"

2011. 6. 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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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기주도학습·진로캠프 인기

부모 욕심보다 아이 의견 우선

캠프 주관단체 '신뢰성' 중요

쉬운 것부터 실천하도록 지도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조지은(45)씨는 한겨레교육에서 진행하는 여름방학 '자기주도학습 집중캠프'를 신청했다. 공부는 곧잘 하지만 적극성이 많이 부족한 중학생 딸을 위해서다. 엄마가 시키면 잘하지만 스스로 뭔가를 계획하는 것은 서투른 편이다. "단순히 공부를 잘하기보단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알고 왔으면 해요. 중학교 2학년이라 스스로 하는 공부습관을 잡아줘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친구가 권해서 신청을 하게 됐는데, 딸이라 캠프를 보내는 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단체생활을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교육 프로그램도 꼼꼼히 살펴봤고요. 캠프를 진행하는 기관의 신뢰성을 보고 신청을 결정했습니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바로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방학이 되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깨지면서 시간을 허투루 보내기 쉽다. 일부는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 무작정 학원을 늘리기도 한다. 하지만 억지로 공부를 시키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동기를 부여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방학 때 '캠프'를 가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기주도학습'이나 '진로·진학'과 관련된 캠프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일찍부터 진로를 고민하고 진학 목표를 세운 아이들이 입시에서도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캠프가 다양해지면서 선택 폭도 훨씬 넓어졌다. 전통적으로 인기있는 영어, 과학 캠프부터 리더십, 진로 캠프까지 좀더 다양해진 캠프를 만날 수 있다. 일산 가좌고등학교 1학년 김은아양은 '아하! 한겨레 기자체험 캠프'를 지난해 여름방학과 올해 겨울방학에 연달아 다녀왔다. 꿈이 기자인 김양은 캠프를 통해 진로를 더 확실히 정하게 됐다. "선생님이 알려줘서 신청하게 됐어요. 제 꿈이 기자거든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캠프를 통해 많은 종류의 기사를 쓸 수 있었어요. 보도자료도 요약해 보고 '인터뷰 기사'도 써 보았죠. 학생인권조례에 관한 기획 기사도 썼어요. 평소에 접할 수 없는 경험이어서 방학 때마다 신청했죠. 현장에서 한겨레 교육기자들이 직접 첨삭도 해줬거든요. 제가 쓴 글들의 문제점이 뭔지 알게 됐고요. 글쓰기에 자신감도 얻었어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 것도 큰 성과였다. "캠프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가봤어요. 독서 캠프였죠. 기자체험 캠프는 참가한 친구들의 생각이 무척 성숙했어요. 시사적인 문제에도 관심있는 아이들이 많았죠. 부족한 점을 많이 배우게 됐어요. 처음엔 서로 어색했는데 방도 같이 쓰고 어울리면서 친해질 수 있었어요." 김양은 캠프에 다녀와서 신문을 더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번은 관심있는 기사를 스크랩한다고 했다.

과천중학교 1학년 박수림양도 방학 때마다 한겨레 '우리말논술 캠프'를 갔다.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 처음 간 '우리말논술 캠프' 프로그램이 글쓰기에 꽤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벌써 다섯번이나 다녀왔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아하! 한겨레 기자체험 캠프'를 신청했다. "처음엔 엄마가 신청해서 가게 됐어요. 나중에는 친한 언니랑 같이 듣고 싶어서 신청했죠. 평소에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지 관심이 많아요.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써 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아요. 캠프를 통해 배운 것들이 많아서 방학 때마다 한번씩은 꼭 가는 편이죠."

이렇게 캠프를 적극적으로 고르는 학부모와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어떤 캠프를 가야 할지 몰라 고민이 많다. 방학을 맞아 무턱대고 보냈다가 후회만 하는 경우도 많다. 꼼꼼히 살펴보고 보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인기가 많은 캠프에 보내는 것도 좋지만 뭣보다 아이의 관심과 흥미가 우선이다. 부모의 욕심보단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서 어떤 캠프에 참가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한겨레교육 초중등교육사업부 이기욱 팀장은 "낯선 단체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힘든데, 아이들에게 과도한 학습량을 요구하는 캠프에 보내는 건 문제가 있다"며 "아이의 학습 수준과 연령대에 맞는 캠프를 골라서 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캠프는 아이가 부모를 떠나서 독립적인 생활을 해본다는 경험이 가장 큽니다.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배우는 것도 많죠. 하지만 학습 수준이 너무 높은 캠프라면 오히려 아이가 주눅 들게 됩니다. 부모님들이 처음부터 너무 큰 결과를 얻으려고 해선 안 됩니다. 하루 10시간씩 공부만 하는 캠프에 보내면 오히려 '캠프'에 대한 나쁜 기억만 갖게 되죠. 아이들이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캠프에 보냈으면 합니다."

이 팀장은 초등 저학년에게는 체험 위주의 활동적인 캠프를 권했다. 극기 훈련이나 해병대 캠프 등은 체력 소모가 큰 만큼 자녀의 나이와 체력을 고려해야 한다. "초등 5학년부터는 아이의 진로 적성을 발견할 수 있는 캠프가 좋습니다. 꿈이 과학자라면 과학 캠프에 한번 보내보는 거죠. 중학교 3학년이라면 학습이나 입시처럼 목표가 정해진 캠프를 가는 게 도움이 됩니다."

캠프를 주관하는 단체의 신뢰성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캠프가 인기를 끌면서 급조된 캠프 단체들이 부쩍 늘었다. 직접 방문하는 게 힘들다면 누리집을 통해 회사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교육 프로그램과 강사진 등은 어떤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한국청소년캠프협회 지영수 이사는 "주관하는 단체의 캠프 경력이 어느 정도 됐는지를 꼼꼼히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시판 후기를 살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학부모나 학생들의 다양한 평가를 살펴보는 것이죠. 게시판의 최초 게시일을 확인하면 누리집이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인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가비가 합리적인지도 비교해봐야 합니다. 참가비가 지나치게 싸다면 한번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숙박시설이나 식단, 강사의 질이 부실한 경우가 있거든요."

교육적 효과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뭣보다 아이가 안전하게 다녀오는 게 먼저다. 연중 캠프를 운영하면서 숙련된 경험을 쌓은 캠프 단체를 선택해야 한다. 환불 규정 및 보험 가입 여부도 꼭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캠프 참여를 결정했다면 사전에 뭘 준비해야 하는지도 확인해 본다. 아이의 건강에 특이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미리 캠프 단체에 알려줘야 한다. 지나치게 많은 용돈을 주는 것도 삼가야 한다. 캠프 기간에는 자녀와 직접 통화를 하기보단 캠프 인솔자와 통화하는 게 좋다. 급하게 연락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캠프 책임자의 비상 연락처도 알아둬야 한다.

캠프는 다녀와서가 더 중요하다. 캠프가 끝나면 아이의 캠프 활동 내용이 담긴 결과 보고서를 주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도 아이를 지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자기주도학습 캠프'라면 여러 검사와 활동을 통해 아이의 강점을 알려주고 아이에게 맞는 학습방법을 제시해준다. 이기욱 팀장은 "교육 내용을 다시 한번 훑어보면서 방학 때 아이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건 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캠프를 다녀온 아이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가장 인상 깊었거나 실천하기 쉬운 것부터 방학 때 적용해 봤으면 해요. 교육적 효과를 얻는 건 캠프를 다녀온 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냥 캠프에 다녀온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되죠."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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