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짝짓기.. 앵글에 담은 '맹금류의 생태'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2011. 6. 3. 1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5일까지 롯데갤러리 본점서 사진전

바람의 눈 / 김연수 사진·글 / 수류산방

일상에서 곧잘 쓰는 '매섭다' '매몰차다'는 '매가 사납다' '매가 꿩을 몰아서 차다'라는, 매사냥에서 비롯된 우리말이다. 또한 민요 '새타령'에 등장하는 '산진이 수진이 해동청 보라매…'는 산에서 여러 해 묵은 매, 집에서 길들인 매 그리고 한국의 청매와 어린 참매를 일컫는다. 이처럼 생활용어나 민요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그러나 옛 선조의 삶과 밀접했던 매와 매사냥의 흔적을 읽어낼 수 있다.

지난해 11월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한국을 비롯해 몽골 아랍에미리트 스페인 등 동·서양 11개국이 공동 신청한 매사냥을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매사냥은 매, 수리같은 맹금류를 이용해 토끼, 꿩같은 들짐승과 날짐승을 잡는 사냥술. 기원전 3500년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됐고, 북방 수렵계인 우리 선조도 매사냥 문화권이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매사냥 그림이 등장하고, 조선시대 세종대왕도 매사냥 마니아였다.

한국전쟁 이후 멸종 위기에 처한 매, 그리고 전설이 되고 있는 매사냥을 사진 책으로 되살린 저자는 문화일보 사진부 부장인 현직 사진기자다. 20여년 전 취재 중 죽어가는 천연기념물 고니의 눈망울을 접하면서 사라지고 있는 야생동물과 그 생태를 주목해 왔다. 희귀 야생동물을 시작으로 한국의 새를 쫓던 그의 카메라 앵글은 근래 매 참매 흰꼬리수리 부엉이 등 맹금류에 집중됐다.

책 제목 '바람의 눈'은 바람을 가르며 먹이를 찾아 헤매는 맹금류를 상징한다. 하늘에서 영역을 다투는 솔개와 까마귀, 갓 부화한 새끼에게 먹이를 잘게 찢어주는 조롱이, 습지에서 잉어를 재빠르게 낚아채는 물수리…. 저자가 길게는 십수년간 많게는 50번씩 깊은 산속, 외딴 섬이며 절벽, 늪지, 풀숲 등에서 밤낮없이 잠복해 촬영한 사진에는 비상, 사냥, 짝짓기 등 새들의 바로 그 순간이 생생하게 포착돼 있다.

갈매기를 덮친 후 날카로운 발톱으로 숨통을 조이는 해동청, 어미가 잡아온 청설모를 부리로 쪼는 어린 참매 등, 촬영이 힘들뿐더러 발견도 어렵다는 맹금류 30여종의 컬러사진 230여장을 통해, 직접 대하는 듯 생생한 생태 현장을 드러낸다. 저자의 집념과 열정이 깃든 사진들을 살펴보는 재미와 감동도 각별하다.

3장 '한국 매사냥의 부활을 꿈꾸며'에서 매사냥 기능보유자인 박용순 응사의 수진이가 장끼를 사냥하는 모습을 다큐멘터리식으로 기록했다. 2장 '사라져 가는 한국의 매사냥을 찾아서'에선 매, 매사냥에 얽힌 직·간접적 경험과 정보를 실명의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책과 동명의 사진전이 서울 롯데에비뉴엘 9층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15일까지 열린다. 사진전에선 '하늘의 제왕' '강상결투' '쏜살같이' 등의 맹금류 사진 39점을 통해 가족애, 약육강식이라는 생존 법칙과 더불어 자연생태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한편, 전지구적 관심사인 생태환경문제를 일깨운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