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우리맛] 전남 신안 '병어'

증도(신안)=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2011. 6. 2.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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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지면서 담백한.. '생선계의 베이글녀(청순하면서 육감적인 여성)'

병어는 영어이름이 '버터피시(butterfish)'이다. 왜 이렇게 부르는지는 요즘 나오는 병어를 먹어보면 안다. 결이 곱고도 보드라운 흰살에서 버터처럼 고소한 감칠맛이 배어 나온다.

병어가 제철을 맞았다. 생선은 산란기를 앞두고 생식기가 비대해지고 지방을 몸에 비축한다. 병어는 산란기가 5~8월경. 산란을 코앞에 둔 이맘때 맛이 극대치에 도달한다. 그중에서도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잡히는 병어를 최고로 친다. 신안 지도읍 송도수협공판장은 주변에서 잡히는 병어의 집하장이다. 공판장 중개인들은 "다른 곳에서 잡은 병어도 '지도병어'라고 해야 잘 팔린다고 할 정도"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흰살생선은 콜라겐 함량이 높아 육질이 단단하다. 차지게 씹히는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이 횟감으로 광어, 우럭 등 흰살생선을 높이 치는 까닭이다. 대신 지방을 포함한 맛 성분은 붉은살 생선보다 적다. 혀로 느끼는 감칠맛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이 다랑어나 방어, 전갱이 따위의 붉은살 생선을 선호하는 이유다.

병어는 흰살생선이면서도 붉은살 생선처럼 지방 함량이 높다는 게 특징이다. 100g당 지방 함유량이 5.0g. 광어(1.7g)보다 훨씬 높은 건 물론이고 기름진 생선의 대표격인 삼치(6.1g)나 방어(5.8g)에 육박한다.(황지희 '생선 해산물 건강사전') 그러면서도 붉은살 생선처럼 비리지 않고 흰살생선의 담백한 맛을 가지고 있다. 몸매가 육감적이면서도 얼굴은 청순한 여성을 요즘 '베이글(베이비 페이스+글래머)녀'라고 한다는데, 기름지면서도 담백한 병어야말로 '생선계의 베이글녀'라고 할 만하다.

병어는 생김새가 독특하다. 등 가운데가 뾰족하게 솟은 데다 폭이 좁고 납작하다. 전체적으로 큰 마름모꼴이다. 몸길이가 최대 60㎝까지 자란다. 어른 손바닥 둘을 합친 크기면 최상품으로 친다. 입이 작고 암팡지다. 등쪽은 푸르스름한 회색이고 배쪽은 흰색이다. 전체적으로 금속빛을 띤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특히 회와 조림으로 즐겨 먹는다. 작은 병어를 뼈째 회로 썰어서 된장과 함께 깻잎에 싸먹으면 특유의 단맛을 즐길 수 있고, 햇감자와 함께 매콤 달콤 짭짤하게 조림으로 만들면 보드랍고 촉촉한 육질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1일 신안 지도읍 송도수협공판장은 병어를 구하려고 전국에서 몰려온 상인들로 북적댔다. 그런데 기대보다 병어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송도수협공판장 중개인이자 '유달수산' 주인인 주영자씨는 "요새 병어가 귀하다"고 했다. "지구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병어 어획량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이러니 가격도 비싸다. 공판장에선 한 상자에 들어가는 숫자에 따라 병어를 '20미' '30미' '40미'로 구분해 판다. 공판장에서 1일 현재 병어는 경매가가 20미 1상자 20만~23만원, 30미 25만~28만원, 40미 15만~16만원쯤 한다. 소매가격은 여기에 10% 정도가 더 붙는다. 20미짜리 병어가 1마리에 1만원이 넘고, 40미라고 해도 1마리에 3000원이 훌쩍 넘는다는 계산이다. 지도수협 남희연 과장은 "어획량은 준 데 반해 병어 맛은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수요도 과거보다 늘어 가격이 예년보다 비싸졌다"며 "그러나 일단 맛을 보면 돈 아깝다는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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