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짝퉁 조기종영 일일극 '폭풍의 연인' '남자를 믿었네'

신일하 2011. 5. 2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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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하의 텔레비안 나이트] MBC는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을까? 일일극 '남자를 믿었네'의 조기조영 소식이 거짓이라고 했다. 급하면 일단 "아니다"며 부정부터 해보는 게 방송 쪽만이 아니고 정치, 사회, 문화 등 우리나라 전반에 걸친 현상인 걸 알고 있다. 하지만 'MBC의 아니다'는 조삼모사 처세술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10여일 밖에 지나지 않아 MBC는 입장을 번복하고 '남자를 믿었네'의 도중하차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KTV 드라마국의 한 간부 L씨를 만났더니 "MBC 일일연속극은 파리 목숨이라면서요?"하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필자가 좀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는 "시청률 지상주의가 초래한 드라마의 조기종영이 MBC에서 악순환으로 치닫는 이상 현상을 빚어내고 있어요. MTV의 일일극이 연이어 도중하차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그렇다"면서 지난해 '폭풍의 연인' 후속으로 방송중인 '남자를 믿었네'도 6월3일 막을 내린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방송국 간판 프로나 다름없는 일일연속극이 부실한 시청률에 의해 도중하차하는 일이 연속 일어나다니 "어찌 그런 일이!" 하고 나 자신도 모르게 경악이 터져 나왔다.

조금 뜸들이다 L씨는 드라마 기획안을 하나 꺼냈다. MBC 일일연속극 '불굴의 며느리'였다. 외주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의 기획안이고 방송 날자는 6월6일. KBS가 2006년 방송, 40%의 시청률 대박을 터뜨린 일일극 '열아홉 순정'의 구현숙 작가 작품이다. 외주사와 친분이 두터운 L씨는 "팬이 주말극으로 준비 중이었는데 MBC에서 갑자기 일일극으로 방향 전환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군요. 내용을 검토해달라며 하나(기획안) 보내 왔어요"하며 상대방송의 정보를 입수한 과정을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L씨는 구현숙 작가는 히트한 일일극 집필의 노하우도 있으니 '불굴의 며느리'가 시청률 효자노릇을 해줄 가능성도 있다며 긍정론을 펼쳐 보였다.

'불굴의 며느리'는 MBC 사상 처음 외주제작사에 의뢰해 만드는 일일극이다. '남자를 믿었네'가 MBC프러덕션 제작이라 엄밀하게 따지면 첫 외주 제작은 아니다. 그동안 MBC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매일 저녁 8시20분에 방송되는 일일연속극은 자체 기획과 제작을 고수해 왔다. 'MBC 드라마 왕국'이란 지난날의 자존심을 꺾을 수 없어 지켜왔는데 그 전통이 '남자를 믿었네'부터 무너지며 변칙이 움텄다. MBC 프러덕션이 아침 드라마로 기획했지만 저녁 일일연속극으로 대체하는 바람에 "내부제작이냐 아니면 아웃소싱이냐의 구별은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는 게 MBC 드라마국 PD들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이는 MBC 저녁 일일연속극의 기획부재 일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되었고 이번에 '불굴의 며느리'를 계기로 'MBC는 모든 드라마를 외주에 의존'이란 기현상을 낳게 이르렀다.

MBC 일일연속극 '남자를 믿었네'가 첫 방송된 지난 2월28일 시청률은 4.3%(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로 불안한 출발이었다. 전작 '폭풍의 연인'이 5%대의 저조한 실적으로 휘청거리다 쓰러진 것처럼 '남자를 믿었네'도 스타트부터 순조로운 항해는 아니었다. '폭풍의 연인'의 첫 회 시청률이 7.4% 인데 반해 '남자를 믿었네'는 그보다 3%나 빠지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자 KBS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와 버거운 싸움이 될 거로 예상되었다.

출발에서 시청률이 부진한 현상을 보이자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했지만 제일 먼저 지적된 것은 기획의 부재였다. 철저한 훈련과 준비 없이 선수가 출발선상에 올라선 격이었다. 아침 드라마로 기획되었던 작품을 마치 땜질하듯 교체한 게 '남자를 믿었네'였다니 방송왕국의 자존심을 완전히 깔아뭉갠 편성이다. 방송 50주년의 역사를 지닌 MBC에 이런 발상의 편성이 살아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비판도 받았다.'폭풍의 연인'과 '남자를 믿었네가'는 방송 69회 단명의 일일극이란 오명을 남겼다. 그런데다 똑같이 방송 3개월 만에 도중하차의 짧은 수명이라 일부 방송인이 "짝퉁 조기종영 일일극이 탄생한 것이 아니냐"며 비유, 방송가의 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었다.

MBC의 이런 현상은 "IT시대에 개념탑재도 안 된 TV 편성을 보여준 사례다"며 꼬집은 KBS 한 간부는 "한류스타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시청률을 높이려는 발상은 아날로그 시대의 유물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MBC는 브랜드 파워를 키우지 못해 KBS와 경쟁의 상대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동시간대의 KBS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도 MBC는 그 원인을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며 말했다.

"브랜드 파워는 경쟁력에 의해 만들어 져요. 그래서 시청자의 생각과 본질적으로 같아야 해요. 시청자들이 안심하고 볼 수 있는 청정 프로를 만들지 못하다보니 감동을 주지 못하는 드라마뿐이다"고 말한 그 간부는 "그러다 보니 (MBC에서) 막장 드라마가 나와 판치는 현상까지 빚었어요"하고 목청을 높였다.

일일극 '불굴의 며느리' 사활을 거머쥔 신애라. 그녀가 '불굴의 며느리' 이미지를 살려줄 까. 아니면 '불굴의 MBC 일일극 여주인공'으로 탄생해 'MBC 드라마 왕국'의 부활을 이끌 것인가.

신일하 편집위원 ilha_shin@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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