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보금자리]②일단 지정하고 보자..실행은 뒷전
[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MB정부의 히트 상품 보금자리주택이 용두사미가 될 전망이다. `반값 아파트` 150만가구 공급이란 장밋빛 목표는 현실과 멀어지고 있으며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지구 지정은 하지만 뒷감당이 안 되는 형국이다. 또 하나의 `공약(空約)`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보금자리 사업의 현실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보금자리 한 번 지정할 때 4만가구 가량을 공급하면 된다. 그런데 광명시흥 한 곳에서만 1.5배인 6만6000가구가 공급된다. 광명시흥 물량을 조정하면 계획에는 차질이 없다"
박민우 국토해양부 공공주택건설추진단장이 지난해 말 4차 보금자리지구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내년까지 수도권 그린벨트 지역에서 32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에 따라 연간 2차례, 8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인데, 4차 지구 물량이 1만6000가구에 불과하다는데 대한 설명이었다.
◇ 지구 지정해도 뒷감당 안돼
그러나 지난 17일 발표된 5차 지구 역시 1만6000가구 규모에 그쳤다. 올해 또 한 차례 매머드급 보금자리 지구를 발표해야 계획량을 맞출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광명시흥 지구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게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현실이다. 지구를 지정하고 주택규모를 발표할 때는 일견 계획과 엇비슷하게 가는 것 같지만, 실제 사업 추진 상황을 보면 비관적이다.
실제로 LH는 올해 4차와 5차 보금자리 물량만 사업승인을 추진하고, 광명시흥은 내년 이후로 넘기기로 방침을 정했다.
광명시흥 지구의 사업계획은 지난해 말 정해졌으나 지자체와의 미진한 협의 때문에 계획 변경 작업을 하고 있다. 사업계획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LH의 자금난 때문에 당장 손을 대기 어렵다. 이에 따라 잠정적으로 보상은 일러야 내년 말부터, 청약은 2014년께로 예상된다.
광명시흥 지구의 보상비는 8조8000억원에 이르고 전체 사업비는 23조원에 달한다. LH의 올해 전체 사업비는 30조7000억원이고, 이 중 신규 사업에 소요되는 돈은 2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LH 입장에서는 광명시흥 사업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밖에 없다.
당초 국토부는 지구를 관통하는 제2경인고속도로를 기준으로 1단계(북측), 2단계(남측)로 나눠 개발할 예정이었는데, 최근에는 3~4단계로 추가 분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광명시흥 지구와 함께 3차 보금자리로 지정됐던 성남 고등 지구 역시 성남시의 반대로 1년가량 진척을 보지 못하다가 지난 3월에야 다시 추진하고 있다. 이 곳도 사업계획 승인은 올해를 넘기게 됐다.
◇ 주민 소송 진통.."목표 조정해야"
1~4차 보금자리지구 중 보상이 완료된 곳은 시범지구인 서울 강남과 서초 지구 뿐이다. 1차에 포함됐던 하남 미사지구의 경우 지난해 6월 시작됐어야할 보상이 올해 하반기로 1년 이상 늦춰졌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로 잡혀있던 본청약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가하면 4차 지구로 지정된 하남 감북은 해당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의 반발로 사업 진행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다. 주민들은 보금자리지구 지정 취하 소송을 제기했고, 하남시도 환경영향평가 공람 공고를 거부하는 등 파행을 빚고 있다.
LH도 주민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는만큼 사업 내용을 재검토해달라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법적으로 타당한지를 따지겠다"면서 보금자리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까지 검토하고 있다.
상황에 맞게 보금자리 추진 목표를 조정하고 임대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진영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LH가 다른 사업들을 최소화하고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사업에 보다 집중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목표치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분양보다는 장기전세를 비롯한 임대 위주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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