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혼선', 선거때부터 잉태
[CBS경제부 이재웅 기자]
영호남 대결로 비쳐지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가 결국 경남 진주로 일괄이전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13일 오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 보고된 정부안은 오는 16일 지역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그러나 이번 입지 선정 과정은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 경남 진주와 전북 전주의 과열경쟁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극심한 과열경쟁과 지역감정으로 번졌다.
대형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 선거때 내놓은 대선공약을 '없던 일'로 백지화하거나, 정부가 결정을 미루고 방향을 트는 과정에서 빚어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때 확정된 세종시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는 한때 수정안을 추진하려다 한나라당 일각과 충청권 민심의 강한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올들어서는 지난 3월말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이 백지화됐다.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서로 접근성과 경제성 등의 우위를 내세우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지지기반인 영남권 내부에서 극심한 분열양상이 초래됐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선정도 초대형 태풍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행복도시, 대덕연구단지, 오송· 오창의 BT, IT 산업단지를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부가 세종시 입지약속을 철회하고 과학밸트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3조5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사업인 만큼 대부분의 지자체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과학밸트기획단은 후보지를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울산, 포항, 천안, 청원 등 10개로 압축한 상태다.
김관용 경북지사가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할 정도로 경쟁은 과열로 치닫고 있고, 일각에서는 '형님밸트'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국론분열과 지역갈등은 결과적으로 현 정부가 초래한 것이다. 거액의 예산이 수반되는 대형국책사업을 효율성과 합목적성을 따지지 않고 정치적 목적에 따라 공약으로 남발한데서 잉태됐다고 볼 수 있다.
LH공사 본사 이전 논란은 주택공사,토지공사의 통합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정부가 당초 예정됐던 분산이전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시간을 끌면서 논란을 키웠다. 과학비즈니스밸트는 당초 충청권 표를 겨냥한 공약이었다고 이 대통령이 올해 초 고백을 한 바 있다.
정치인의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잘못된 공약이라면 늦지 않는 시기에 수정하는 것도 옳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초래되는 정책적 혼선과 국론분열은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다.
고려대 이필상 경영학과 교수는 "선거과정에서 남발되는 포퓰리즘적인 공약이 국민에게 상당한 고통과 혼란을 주고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반드시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leejw@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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