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산업의 화려한 부활] 부산 신발산업

2011. 5. 1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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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3시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에 위치한 트렉스타 신발공장. 100여 명의 직원들이 바쁘게 손을 놀리며 신발 제조에 집중하고 있었다.

신발 밑창에 본드를 칠하는 작업부터 외부 갑피를 씌우는 작업까지 공장 안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공장에서 만난 권동칠 대표(56)는 "최근 해외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물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며 "자체 브랜드인 트렉스타의 생산도 크게 늘어 지난달 중순부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3시간가량 연장근무를 실시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신발 제조 물량이 너무 많아 이 물량들을 감당하기 위해 지난달 초에는 생산 라인의 길이를 확장하는 공사를 했다"며 "지난달에는 한국 공장에서만 월 4만켤레의 신발을 생산해 불과 1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생산량이 늘었다"며 활짝 웃었다.

부산 신발산업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 신발산업 생산액은 2006년 7300억원에서 저점을 찍은 후 조금씩 증가해 2009년 8600억원 규모까지 회복했다. 올해는 2002년 이후 9년 만에 1조원의 생산액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부산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신발산업의 올 2분기 경기 전망은 처음 조사를 시작한 1990년 이후 2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양산업이라고 불리는 신발업종(160)이 최근 잘나가고 있는 전기전자(158)와 자동차부품(155)을 제치고 전체 업종 중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신발산업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업체들이 많다는 의미다.부산 신발산업은 1980년대 세계 유명 브랜드 OEM 방식 생산기지로 세계 유명 브랜드 신발의 80% 정도를 생산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급속히 쇠퇴했다. 국내 업체들이 높은 인건비를 견디지 못하고 생산라인을 속속 외국으로 이전하고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과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고전을 거듭하던 부산의 신발업체들은 자체 브랜드 개발과 첨단소재, 부품 개발로 새로운 신화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로 옮겨간 OEM 공장의 빈자리엔 첨단 부품ㆍ소재업체와 디자인센터들이 대신 들어서 있다.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100여 곳의 완제품 및 부품 업체, 기술개발 지원기관인 부산신발산업진흥센터 등이 입주해 신발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정병철 부산신발산업진흥센터 과장은 "최근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물론 유럽의 아웃도어 업체들까지 부산 기업들에 OEM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워킹화 등 기능성 신발의 인기도 부산 신발산업 부활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 기능화 시장 규모가 2005년 500억원에서 올해 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잘 걷기만 해도 운동이 된다'는 컨셉트의 워킹화는 웰빙 등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르까프에서 선보인 워킹화 '닥터세로톤'은 출시 두 달 만에 4만켤레 이상 판매됐고, 프로스펙스 역시 스포츠워킹 전용 브랜드인 'W'를 선보이며 신발 부문 매출이 80% 이상 성장했다.

자체 브랜드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호평받고 있는 경쟁력을 갖춘 부산 기업들이 선전하는 것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트렉스타는 지난해 7월 유럽미디어그룹인 EDM에서 출간하는 COMPASS에서 발표한 전 세계 아웃도어 신발시장 랭킹에서 아시아 1위, 세계 16위를 차지했다.

1998년 일본과 미국시장에 진출한 지 불과 13년 만에 세계 20개 국가에 진출하는 쾌거도 이뤘다.

학산도 테니스화와 배드민턴 신발 시장에서 부산 신발산업 부활에 앞장서고 있다. 학산의 '비트로(VITRO)'는 현재 국내 테니스화 시장점유율이 40% 안팎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늘어나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공장을 3배 정도로 확장하고 있다. 배드민턴 신발 역시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요넥스를 제치고 국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외국 유명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테니스화와 배트민턴화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 비트로가 엄청난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 = 박동민 기자] [Hot★이슈] 연예계 뒷담화, 헉! 이런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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