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피해 파출부 할머니의 절규

2011. 5. 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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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0년간 소처럼 일해 모은 돈…

웃을줄만 아는 7살 지능 남편 위해…

나 죽으면 남편 지켜줄 피 같은 돈…

직원 말대로 후순위채로 바꿨을 뿐인데…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가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제출한 피해자들의 탄원서 가운데 박성자(65)씨가 쓴 탄원서를 10일 <한겨레>에 보내왔다. 소액예금 피해자들의 눈물겨운 처지가 잘 드러난 이 글을 싣는다. 지면 사정에 따라 글의 길이는 다소 줄였으나, 표현은 절절한 느낌이 가감 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손대지 않았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 직원의 권유로 가입한 후순위채권 1400만원과, 예금 6000만원 중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닌 1000만원 등 2400만원을 날릴 처지다. 박씨는 10일 부산 동구 부산저축은행 초량동 본점에서 200여명의 피해자들과 함께 원금 보장과 부산저축은행 매각 철회를 요구하며 이틀째 농성을 벌였다. 편집자

나는 이제껏 큰 돈을 만져 본 적이 없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소처럼 일했습니다. 파출부, 세차장, 폐지 수집 안 해 본 일이 없습니다. 세차장 일해본 사람들은 압니다. 겨울에 세차장에서 차를 닦으면 손이 저릿저릿 하다는 거. 들어가는 기름때 세재 독에 손에는 위생비닐장갑, 목장갑2겹, 고무장갑을 껴도 겨울에는 추위에 손이 쩍쩍 갈라집니다. 일하고 나서 집에 와 누우면 겨울내 긴 밤, 까만 밤, 초저녁부터 손 끝이 저릿해져 옵니다.

그래도 불평 누구한테 미운소리 한번도 한 적 없습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가면 그러면 노후에는 편안해지겠지 하며 지금껏 30여년 소처럼 일하며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나 못합니다. 몸이 더 따라주질 않고 젊은 시절 평생 30여년 죽도록 일한 몸뚱아리 이제 아무도 써주질 않아 겁 납니다. 그래도 몸은 그 시절을 기억해 일하지 않으면 도리어 몸이 아픕니다. 지금도 나는 파출부 일 다닙니다. 몸이 좋지 않아 예전만큼 일 하진 못하고 일주일에 2번3번 나갑니다.

내 남편은 장애인입니다. 지능이 7살입니다. 나는 유씨집안 맏며느리로 시집오며 양반집 자손이라 하여 남편의 사정은 모르고 시집왔습니다. 그러나 누구를 미워한 적 없습니다. 남편은 일을 못합니다. 남편은 항상 방안에서 TV를 봅니다. 그러다 내가 돌아오면 해맑게 웃으면서 반겨줍니다. 지능이 7살인 남편은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됩니다. 남편에게 항상 말했습니다. "당신 나 죽으면 내가 모은 돈으로 좋은 곳에 가서 있으소. 내가 돈 모으니까 그걸로 나 먼저 죽으면 좋은 요양원에 가서 있으소." 한평생 내가 일하며 모은 그 돈은 7살 지능을 가진 남편이 내가 먼저 죽으면 요양할 돈이고 내가 남편과 함께 있으면 함께 노후 생활할 돈입니다.

2월17일 새벽, 일하러 나가기전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방송 보며 충격에 덜덜 떨렸습니다. 처음에는 부산저축은행에 예금으로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후순위채로 변경하면 더 좋을거라고 말하여 바꿨습니다. 바꿀 때 은행직원은 나에게 원금손실이 될 수도 있다는 아니, 원금 전액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후순위가 법에서 말하는 그런 거였다면 바꾸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는 그저 내가 평생 동안 모은 돈을 은행에 맡겼을 뿐입니다. 나라에서 은행이라 하여 평생을 모은 내 평생의 세월을 믿고 맡겼습니다.

상상도 못했습니다. 은행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내가 모은 돈들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된다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나는 이제까지 그저 가진게 없어 겸허히 살았고, 이제 남은 것은 한평생의 짐을 내려놓고 노후에는 편안해 지길 그거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왔습니다.

내 돈을 돌려준다면 나는 발가벗고 춤도 출 수 있습니다. 나는 어떤 일도 할 수 있습니다. 나라에 내가 저금한 돈을 빼앗아가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 가슴이 뛰다가도 한에 눈물이 납니다. 나는 그 돈 포기 못합니다. 내 평생의 세월이 담긴 그 돈은 나와 남편의 생명같은 돈입니다. 내 돈 돌려주세요. 나는 그 돈이 없으면 살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박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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