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철의 영화음악 이야기] 어느날 밤의 만찬

2011. 5. 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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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감성으로 매듭지은 비극과 슬픔

[세계일보]

주세페 파트로니 그리피의 1969년 작 '어느 날 밤의 만찬'(Metti Una Sera A Cena)은 영화보다 음악으로 더 유명하다.

이 성애(性愛)영화는 매력적인 이탈리아 중산층들의 일탈게임을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유명한 작가가 자신의 부인, 그리고 부인의 양성애자 친구 사이에서 사치스러운 유희를 즐긴다. 이 세 사람 사이에 또 다른 인물들이 개입하면서 관계는 점차 미궁으로 빠진다. 영화의 제목처럼 다섯 등장 인물들이 테이블에 앉아 만찬을 벌이는 장면은 고풍스러운 미장센과 편집, 미술로 완성됐다.

1960년대 말의 자유로운 분위기, 이를테면 68혁명이나 우드스탁 같은 움직임이 급속도로 전염되던 시기에 성적으로도 비교적 급진적이었던 이탈리아에서는 수많은 성애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당시 이탈리아(혹은 유럽)의 성애영화 사운드트랙들은 현재 여느 카페들이나 라디오 시그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라운지 음악, 이지 리스닝의 토대가 됐다. '르네의 사생활', '끌로드 부인', 혹은 '엠마뉴엘'의 음악들을 생각해 보라.

그 무렵 엔니오 모리코네 역시 다양한 에로영화들의 사운드트랙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어느 날 밤의 만찬'은 그의 60년대 성애영화 레퍼토리로는 유일하게 아직까지도 공연에서 연주되는 작품이다. 모리코네의 75세 생일을 기념해 자신의 곡들을 직접 선곡해 재녹음한 앨범 '이티너래리 오브 어 지니어스'(Itinerary of a Genius)에서도 본 사운드트랙의 수록곡 '디종, 욍수아 아 디네'(Disons, un soir a diner)가 삽입된 바 있었다. 일단은 모리코네 본인이 이 사운드트랙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듯 보인다. 앨범은 미수록곡들을 추가해 두세 번에 걸쳐 재발매됐다.

세 개의 음이 무한 반복되는 모리코네 특유의 멜로디 작법을 토대로 아름다운 스트링이 더해진 메인 테마 '어느 날 밤의 만찬'의 경우 몇십, 몇백 명의 아티스트들에 의해 다시 불렸다. 이는 현재까지 이어졌는데 칸초네의 여왕 밀바부터 2000년대의 이탈리아 라운지 트리오 발란소까지 다양한 세대들을 아울렀다. 미국에서는 샌드파이퍼스를 통해 '허리 투 미'(Hurry to Me)라 번안돼 불려지기도 했다.

아마 한국의 젊은 세대들에겐 CF를 통해 시에스타 레이블의 편집앨범 '여행 3부작'에 수록된 말라벨라의 버전으로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 특유의 아련한 무드로 채워진 보사노바 명곡이다. 이 아름다운 멜로디의 스캣은 누구나 쉽게 따라 흥얼거릴 수 있었다.

피아노로 심플하게 시작되는 가슴 시린 트랙 '니나'(Nina) 또한 공연장에서 메인 테마에 이어 곧바로 연주되곤 했다. 메인 테마가 행복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면 이 곡은 감정선의 클라이맥스로 청자를 인도하려 들었다. 약간의 허무를 머금은 비극과 슬픔은 세련된 감성으로 매듭지어진다.

모리코네의 공연에서 직접 이 레퍼토리를 들었을 당시의 흥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는 제목처럼 어느 날 밤의 만찬, 혹은 여유로운 휴식시간에 가장 적합한 레코드 중 하나일 것이다. 4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신선하다. 이 심플하고 인상적인 멜로디는 결코 귀에서 멀어지는 법이 없다.

불싸조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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