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에 '시간'을 선물한 롯데

딜리(동티모르) | 김보미 기자 2011. 5. 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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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빈국으로 시간개념 없어.. 수도 공원에 시계탑 건립중고시계 3만여개도 보내

3일 오전 9시 동티모르 수도인 딜리 정부종합청사 앞 공원. 바다가 보이는 이곳은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약속 장소다. 우리의 서울 광화문광장과 비슷한 개념이다. 시민 300여명이 공원 중앙 9m 높이의 커다란 시계탑 주변을 빼곡히 둘러쌌다. '움직이는' 시계는 동티모르 사람들에겐 귀한 구경거리다.

동티모르 국기의 세모 모양을 본뜬 삼각형 시계탑엔 앞 뒤로 동티모르의 상징인 악어와 커피가 새겨졌다. 다른 면에는 동티모르 국기와 우리나라 태극기가 나란히 붙어있다.

"Time is Gold. Time is money."(시간은 금이다. 시간은 돈이다.)

3일(현지시간) 동티모르 수도인 딜리 정부종합청사 주변 광장에서 롯데그룹이 만든 '시계탑'이 완공돼 현지인들의 관심 속에 축하행사가 열렸다. | 연합뉴스이날 롯데백화점의 시계탑 건립식에서 서경석 주 동티모르 대사가 한 인사말이다. 서 대사는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이 발전하기 전 '코리아타임'이 있었듯 아직 빈국을 벗어나지 못한 이 나라도 아직 시간개념이 없다"며 "이 시계탑이 어린이들에게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말했다.

동티모르는 '시간을 잃어버린 나라'로 불린다. 500달러 수준의 1인당 국민소득에다 전 국민의 40% 이상은 하루 55센트 수입으로 생활한다. 이곳에서는 시계가 부의 상징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시계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곳 어린이들은 자신의 나이를 모르는 것이 다반사다. 태어난 시간과 날짜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티모르는 인구 110만명 중 4분의 1가량인 32만명이 학생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등·하교 시간을 정확히 몰라 지각·결석을 하기 일쑤다. 비 오는 날이나 하루 종일 궂은 날씨면 시간을 구분할 수조차 없다고 한다.

서 대사가 아이들을 위해 '밥' 대신 '시계'를 기부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 남아도는 시계를 모아 이곳에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서 대사는 방법을 찾던 중 2009년부터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한 롯데백화점과 뜻이 맞았다. 백화점은 사회공헌 범위를 해외로 확대키로 하고 베트남·남아공·에티오피아에 이어 동티모르를 정했다.

롯데백화점은 전국 점포를 찾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장롱 속 시계로 동티모르에 시간을 나누어 주세요'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고객들이 하나 둘 갖고 온 중고시계에 백화점이 가지고 있던 재고를 더해 총 3만1168개의 시계를 모았다. 백화점은 이 시계들과 함께 중고 컴퓨터 100대와 옷 5200벌, 라면 1500박스를 대사관에 보냈다.

대사관은 롯데와 함께 동티모르에 시계탑을 건립키로 하고 한 달여의 공사를 거쳐 이날 일반에 공개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호세 루이스 구테레스 동티모르 부총리와 존 칸시오 프레이타스 교육부 장관도 참석했다. 한국대사관 측은 "시계탑이 시내 중심부의 높은 곳에 자리잡아 약 3만명이 시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딜리 시내에는 롯데가 만든 것 외에 2개의 시계탑이 더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전기가 귀한 동티모르에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멈춰선 것이다.

손을경 롯데백화점 마케팅팀장은 "시계탑은 태양열을 이용하는 데다 바닷바람에 부식되지 않도록 강화유리와 코팅 소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 딜리(동티모르) |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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