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속과 겉이 다른 우리나라 전자정부 수준

2011. 5. 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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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는 수년째 UN이 실시하는 전자정부 평가에서 단연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고 있다. IT강국인 우리나라가 행정부의 발 빠른 정보화를 통해 내부 업무프로세스의 효율성 및 유연성을 제고하고 또한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전자정부를 실현하는데 있어서도 앞장서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면서 자랑스런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정부기관에서 발주한 연구용역 과제에 대한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지각이 헛된 것이었음을 깨닫고는 허탈하기까지 했다. 몇 해전부터 전자입찰시스템(일명 G2B시스템)을 통해 입찰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는 과연 듣던 바와 같이 전자정부가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이용해 실제로 입찰을 제출하고 또 제안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은 실제로 전자정부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국가의 행정업무가 아니었다. 우선, 입찰참여를 위해 필요한 서류로 국세완납증명서는 인터넷에서 발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방세완납증명서는 동사무소를 가야만 발급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법인 인감증명은 인터넷으로 발급받을 수 있는 반면, 법인 등기부등본은 온라인 발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발급을 받기 위해 등기소를 직접 방문해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입찰참여 준비과정에서 가장 큰 장벽은 전자입찰서를 제출하는 부분이었다. 조달청 전자입찰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문보안 토큰을 통해 온라인 인증을 거쳐야 하는데, 처음 전자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는 지문보안 토큰이라는 장치를 구입하고 또 범용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은 후 지문보안토큰에 공인인증서를 저장하여야 인증을 통과할 수가 있다. 그런데 공인인증서를 취급하는 기업의 웹사이트에서 지문보안 토큰과 공인인증서를 구매한 후 이를 인도받는 절차가 문제였다. 공인인증서를 빠르게 발급받기 위해, 출력한 구매확인증과 기타 관련서류를 준비해 안내 받은 대로 우체국으로 갔다. 그러나 우체국에서는 온라인 주문 시 서류제출 기관을 상공회의소로 표기했다는 이유로 처리를 거부했다. 공인인증서는 컴퓨터 파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물리적인 제품을 인도받을 필요도 없는데, 서류 제출기관을 다르게 표기했다고 해서 서류 접수를 왜 받을 수가 없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시 상공회의소를 방문해 공인인증서 발급에 필요한 서류들을 제출한 뒤 온라인으로 발급받는데 필요한 코드가 인쇄된 안내서를 받아왔다. 공인인증서 발행사이트에서 코드를 입력한 후 인증서를 발급받았다. 이제 조달청을 방문해 지문보안토큰을 수령하고 이에 지문을 등록시킬 차례였다. 필자가 속한 과제수행기관이 조달청 사이트에 이미 입찰참가자격등록이 되어 있으나 기관의 대리인이 퇴사한 상태여서 온라인상으로 대리인을 변경하고자 하였으나 계속 에러가 발생해 조달청 민원실에서 직접 도움을 받기로 했다. 다음 날, 사전에 미리 출력해온 지문보안토큰 수령증을 조달청 민원실에 제시하며 지문등록을 하기 전에 앞서 대리인 변경에 문제가 발생하니 이 부분에 대해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러나 민원실 직원은 안내문 한 장만을 달랑 제시하며 기재된 조달청 콜센터 번호로 전화를 해서 도움을 요청하라는 답변만을 반복하였다. 콜센터에 전화해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민원실은 왜 운영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국 민원실 내에서 콜센터로 전화를 해 대리인 변경과 관련한 문제를 언급하였으나, 콜센터 직원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사업자등록증과 재직증명서 등 서류를 구비하여 다시 조달청 민원실에 제출하여야 대리인 변경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전자입찰 마감시각까지 시간이 30분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고 현실적으로 조달청 측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모두 기한 내에 제출할 수가 없다는 판단에 이르러 이번 용역과제 입찰참여는 포기해야만 했다. 물론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자입찰 참여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기 위한 준비를 완료하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을 제공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전자입찰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우리나라가 전자정부를 도입한 이후 이용자 입장에서는 과연 무엇이 크게 달라졌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전자정부 포털 G4C 및 G4B 사이트를 만들고 이를 통해 편리한 민원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주민에게 홍보만 한다고 해서 훌륭한 전자정부를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또 마치 시험준비를 하듯 UN의 전자정부 평가지표를 기반으로 전자정부 우수평가에 필요한 개선보완 작업을 함으로써 세계 1위의 전자정부 국가가 됐다고 진정한 전자정부가 구현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비록 모든 행정기관 업무를 하루 아침에 모두 전자정부로 구현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시스템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통합적으로 전자정부를 구현함으로써 불필요한 서류이동을 줄이고 주민의 편의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발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현재 중앙행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서비스의 이용자가 누구이고 이들이 각각 전자정부시스템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치밀한 전자정부 진단이 필요하다. 아무리 많은 비용을 들여 화려한 전자정부를 구현하더라도 주민관점에서 볼 때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면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홍일유 교수 jhong@cau.ac.kr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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