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파일엔 '戰時 지휘통제 시스템'까지 있었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2011. 5. 2. 03: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보법 전과자 K씨, 외장하드엔 신문 30만장 분량의 軍·정부·기업 기밀자료

공안 당국은 작년 12월 압수한 K씨(43)의 외장하드를 열어 보고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K씨가 저장해둔 자료의 규모가 신문 30만장 이상에 해당하는 5.38GB(기가바이트)에 달했기 때문이다. 1500여개 폴더에 1만2300여개 파일이 저장돼 있었다. 공안 당국은 K씨가 2005년 3월 정부기관 및 기업들의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관리하는 N사에 입사해 작년 3월 정직될 때까지 6년 동안 지속적으로 기밀 자료를 빼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K씨가 방북했던 2007~2008년 그의 행적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기간 K씨는 군사보호시설인 합참 전산센터를 집중적으로 출입했고 정부통합전산센터(대전)에도 들어갔다. 2008년 4월에는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평양 6·15정보기술사가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 '려명' 관계자와 이메일로 접촉하기도 했다.

합참 군 기밀 유출

K씨가 합참 전산센터를 15번 들락거리며 빼낸 군 기밀은 '통합지휘통제체계(KJCCS) 제안요청서'와 '노드 IP 주소'가 대표적이다. KJCCS는 작전사령부급 이상 부대에 전·평시 전장(戰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부대 간 전장 상황을 공유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한국군 C4I(지휘·통제·통신·전산 정보체계) 구축과 관련이 있다. KJCCS 제안요청서는 60여쪽 분량으로 군 기밀이 포함돼 있어 합참이 입찰 참여업체에 10여매 배포한 뒤 100% 회수한 자료다. 정부 소식통은 "제안요청서를 입수하면 전쟁 시 합참과 작전사령부급 이상의 지휘통제 체계 운영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제안요청서는 조달청 입찰 통합시스템(나라장터)에 공시됐지만 파일 제목이 '120XXXXXXXXXXX-1.hwp'로 돼 있어 일반인은 절대 찾을 수 없다고 한다. 또 노드 IP 주소가 유출되면 외부에서 해당 서버에 저장된 자료의 추가·수정·삭제가 가능하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K씨의 '합참' 폴더를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기관·대기업 전산 자료도 유출

K씨의 외장하드에는 '합참'이란 폴더 외에 ' 금감원 ', '우체국금융', ' 대검 ', ' 방위사업청 ', '조달청', '교육청', '강원도교육청', '정보통신부', '범정부 EMS', '범정부 대전', '통전센(통합전산센터)2차(광주)', '국회사무처' 등의 이름이 적힌 폴더가 있었다. 또 '포스코', '하이닉스', '신협', '전북은행', '두산그룹', '대한병원협회', '사학연금', '도로공사', '인터파크', '한림대의료원', '교보문고', '데이콤', '벡스코', '인천공항공사', '인천공항철도', '한국개인신용', '한국고용보험' 등의 폴더도 존재했다. 이들 폴더에 담긴 전산 자료가 어떤 종류이며 얼마나 중요한 내용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공안 당국은 최근 농협 서버 해킹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신협', '우체국금융', '금감원' 등 금융 기관의 이름이 적힌 폴더를 주의 깊게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K씨가 빼낸 정부기관 자료 중에는 '제1정부 통합전산센터 2단계 구축제안서', 'WAS(웹어플리케이션서버) 소스와 관련된 IP' 등이 기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K씨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검찰 수사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Snapshot] 그의 파일엔 '戰時 지휘통제 시스템'까지 있었다

  • 北의 대남공작 사이트 '려명' 관계자와 2008년 접촉

  • 합참·정부·검찰 전산센터 국보법 전과 검증 안했다

  • "기회 주어진다면, 간첩질 할랍니다" 국보법 전과자… 합참 전산센터 4년 출입, 기밀 빼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