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건설대책]'건설사 살리기' 종합선물세트..효과는 "글쎄"

김형섭 2011. 5. 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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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중견업체들의 연쇄부도로 위기에 몰린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건설사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부터 시작해서 미분양 주택 해소, 주택거래 활성화, 건설 관련 규제 완화, 민자사업 활성화까지 망라한 '종합선물세트'식 대책이다.

하지만 대책의 상당수가 이미 기존에 발표됐던 내용들에 구체적 계획은 빠진 총론 수준이고, 정작 건설사에 실질적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건설업 무너지면 국민경제도 위기"

정부가 1일 '건설경기 연착륙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것은 건설업의 위기가 지속될 경우 국민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현재 시공능력 상위 100위 이내 건설사중 29개 업체가 부실화됐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후로 ▲한솔건설 ▲동일토건 ▲월드건설 ▲진흥기업 ▲LIG건설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 등 7개 업체가 잇달아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2009년 0.6%포인트에서 지난해 -0.3%포인트로 낮아졌다. 특히 IT나 금융업이 취약해 건설업 의존도가 높은 지방경제는 상당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또 건설업 취업자의 48.9%인 84만여명이 일용직 근로자인 현실을 감안할 때 건설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감소하면 서민층이 가장 직접적 피해를 입는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건설업체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택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003~2007년 연평균 37만가구에 달하던 민간건설사의 신규주택 인허가 실적은 2008~2010년 연평균 23만가구로 급감했다.

실제 분양실적도 2007년 29만7000가구에서 ▲2008년 25만5000가구 ▲2009년 23만1000가구 ▲2010년 20만1000가구로 부진하다.

무엇보다도 건설사들의 연쇄부실은 저축은행은 물론 시중은행의 동반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주택공급 감소와 입주물량 부족이 계속 이어찌면 고용여건과 내수경기는 물론, 서민주거안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 6월 건설사 구조조정 '칼바람'…PF 사업장 골라내기도 가속화

우선 정부는 오는 6월께 금융권의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건설사 '옥석 가리기'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6월에 이은 4차 구조조정이다.

A~D까지 4개 등급으로 나눠 C등급은 워크아웃, D등급은 자체정상화나 퇴출 시키는 방식이다. 지난해 3차 구조조정에서는 9개 건설사가 C등급을, 7개 건설사가 D등급을 받았다.

부실 건설사를 솎아내는 것과는 별도로 PF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도 실시한다. 자체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은 금융권이 만기연장이나 자금 추가공급 등의 지원에 나서고 부실 사업장중 회생이 가능하다 싶은 곳은 민간 배드뱅크를 활용한다.

PF 배드뱅크는 PF 사업장을 선별해 회생 가능성이 있는 곳의 채권을 금융기관들로부터 사들여 채무재조정이나 신규자금지원 등을 통해 사업장을 정상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필요할 경우는 시행사나 시공사 교체 등의 강수를 두기로 했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은행들로부터 자체정상화가 가능한 PF 사업장 채권을 떼어내는 만큼 배드뱅크보다는 굿뱅크에 가깝다"며 "부실 채권 1조원 정도를 5000억원 정도에 매입해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지매입이 일정수준 이상 이뤄진 부실 PF 사업장을 공공이 인수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구체적 사업장을 조사중으로 50~60개 정도 사업장이 검토 대상"이라며 "적당한 곳이 있으면 바로 실행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폐지로 거래 활성화

미분양 주택 해소와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도 이번 대책에 담겼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울과 과천, 신도시 등 수도권 7개 지역에 적용되던 양도소득세 비과세 거주요건을 폐지하는 것이다.

현재 1가구1주택자가 집을 팔 경우 양도세를 내지 않으려면 최소 3년 이상 집을 보유해야 한다. 만일 서울과 과천, 5대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거주자라면 2년간 거주 의무가 추가된다.

정부는 소득세법시행령을 개정해 수도권 7개 지역에 대한 거주요건을 없애기로 했다. 거주요건 제한이 특정지역을 역차별한다는 지적과 거래활성화의 '걸림돌'이라는 판단에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판교의 경우 거주요건이 없었던 반면 집값이 많이 떨어진 산본이나 중동은 거주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폐지 이유를 밝혔다.

미분양 주택 해소와 관련해서는 리츠, 펀드, 신탁사가 수도권 미분양을 매입할 경우 지방 미분양과 마찬가지로 종부세 비과세, 법인세 추가과세 배제 등의 지원을 실시키로 했다. 또 리츠나 펀드가 미분양 뿐만 아니라 신규 민영주택을 분양받아 임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주택 공급과 관련한 각종 규제도 완화했다. 택지개발지구의 단독주택에 대한 층수제한은 완화되고 가구수 규제는 폐지된다. 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된 100~300가구 미만 주거지역은 지자체장이 5층짜리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게 허용 했으며 평균 18층으로 돼 있는 2종 일반주거지역의 층수제한도 해제해 다양한 아파트가 나올 수 있게 했다.

아울러 30㎡ 이상의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에는 침실을 따로 설치하고 새로 짓는 부분임대형 아파트는 주차장 설치기준도 완화해 준다.

◇ "이것저것 끌어다 놨지만 역부족"

정부가 건설사 구조조정부터 주택거래 활성화까지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내놨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업계 반응도 미지근하다. 대한건설협회는 이번 대책에 대해 "건설업계에는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 건설업을 근본적으로 살리기는 역부족"이라고 평했다.

건설업계는 대책 발표에 앞서 지난달 27일 정 장관을 만나 ▲PF대출 만기연장 ▲분양가상한제 폐지 ▲DTI 및 LTV 규제 완화 ▲SOC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유보 등을 건의했다.

협회 측은 "민간건축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획일적인 DTI 규제, 소형평형 의무비율 등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시급히 풀어줘야 한다"며 "또 국회에서 장기간 계류중인 분양가상한제 폐지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고 최저가낙찰제를 개선하는 한편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민간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주택거래 활성화가 필수적인데 이같은 대책이 다소 약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거래활성화부터 주택공급 확대까지 다 언급했지만 강력한 한 방이 없다"며 "지금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거래 부진으로 거래가 이뤄지면 좋든 나쁘든 시장이 제 자리를 잡아가겠지만 이 부분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거래 활성화를 위한 유인책으로 포함된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삭제 조치가 투자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시장에 매물을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실제 거주를 안해도 되니 투자수요를 자극하는 부작용도 있다"며 "특히 건물 노후도가 심한 재건축에 투자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어 "재개발·재건축이나 민자사업 활성화 방안 등은 구체적 내용이 없다"며 "정부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실질적으로 건설사에 도움이 될만한 부분들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보다 직접적인 지원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몇년 전만 해도 공공공사 1조원 클럽이 10여개 정도 됐는데 지난해에는 공공물량을 1조원 넘게 수주한 건설사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다"며 "정부가 공공물량 발주를 많이 늘려 토목 부문의 경기를 부양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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