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나이스' 접근성 기대이하

박상훈 2011. 4. 2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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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서비스 제대로 지원 안돼.. 장애인 교사 불편 커

정부가 지난 3월 가동한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나이스)의 웹 접근성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 장애인 교사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특수학교의 시각장애인 교사는 3월부터 새 나이스를 쓰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부분을 동료 교사에게 부탁하고 있다. 그는 "음성서비스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고 음성과 화면이 일치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며 "특히 에듀파인은 장애인 지원 기능이 거의 구현되지 않아 결제를 올릴 때마다 다른 교사에게 부탁해야 하는 것이 너무 번거롭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서울에 위치한 한 특수학교의 시각장애인 교사는 "출석부와 생활기록부, 특별활동 등 학기초 업무는 처리할 수 있지만 성적 산출, 성적 처리 관련 기능은 여전히 안되고 있다"며 "4월 중간고사 결과를 입력해야 하는데 동료 교사들에게 모두 부탁할 수도 없고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천 소재 한 일반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시각장애인 교사도 "업무처리시스템의 경우 공문 제목까지 확인할 수 있는데 정작 내용은 볼 수 없다"며 "차세대 나이스 개통 이후 시원하게 되는 것이 한가지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나이스 개발 프로젝트를 발주할 당시에는 장애인 교사를 고려한 웹 접근성 구현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지난해 3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발표한 차세대 나이스 개발 제안요청서(RFP)에 따르면 장애인, 저사양 컴퓨터 사용자 등 서비스 이용 소외계층을 고려해 설계하고 `인터넷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에 준해 대국민, 특수학교, 복무, 급여 등의 업무에 적용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중순경 차세대 나이스의 웹 접근성 기능을 검토했던 한 장애인 교사는 "업체에서 이미 개발을 마친 상태에서 검증을 해달라고 했는데 막상 테스트해 보니 시각 장애인을 위한 필수 프로그램인 화면읽기 프로그램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식 개통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도 장애인 웹 접근성 기능 개발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나이스 개발업체는 프로젝트의 막바지인 지난해 12월부터 관련 기능 구현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 작업이 늦어지면서 웹 접근성 개발 일정도 함께 늦춰진 것이다. 뒤늦게 개발을 시작했지만 국산 읽어주기 솔루션의 기능과의 연동이 쉽지 않았고, 장애인 교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단축키 등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서 장애인 교사를 위한 웹 접근성 구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장애인 웹 접근성은 분석, 설계 단계부터 실제 사용자들이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개발사가 좀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막상 개발에 들어가서야 기능 구현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지만 장애인 교사들이 실제 업무에 활용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월 이후 일부 장애인 교사들이 주축이 돼 기능 개선을 제안했지만 3월 개통과 함께 시스템 오류가 크게 늘어나면서 장애인 웹 접근성 이슈는 뒷전으로 밀렸다. 한 장애인 교사는 "1월 차세대 나이스 시연 이후 장애인 교사들이 자문단을 구성해 기능개선이 필요한 리스트를 취합해 전달했지만 일부 기능만 반영되고 나머지는 자문단마저도 기능 구현을 포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장애인 교사들은 상당수 업무를 비장애인 동료 교사들에게 부탁해 처리하고 있다. 업무 시스템을 새로 개발할 때마다 반복되는 이러한 혼란들이 장애인 교사들의 어려움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찬홍 한빛맹학교 교사는 "장애를 만드는 것은 결국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사회적 환경"이라며 "정부와 업체가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ERIS는 기본적인 장애인 웹 접근성은 RFP에 따라 잘 구현됐으며 2월에 있었던 차세대 나이스 사업 최종 감리에서도 이와 관련된 주요 지적사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KERIS 관계자는 "다만 기존 방식에 익숙한 일부 장애인 교사들이 불편해하는 것은 알고 있으며 앞으로 장애인 웹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보완조치들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4월 현재, 학기초 및 학기중, 학기말 등 담임교사용 업무가 모두 오픈된 상황이고 학기말 업무를 대상으로 6월에 추가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향후 1년간 무상유지보수 기간 동안 3명의 전담강사 요원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개선사항을 접수해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나이스)은 인사, 급여 등 일반행정과 학교행정, 교무업무 등 교육관련 업무 시스템을 전면 재개발하는 총 사업비 975억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회계 프로그램 `에듀파인'과 전자결제 프로그램인 `업무관리시스템', 그리고 나이스를 단일 포탈을 통해 하나의 아이디로 로그인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박상훈기자 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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