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쉽게 죽이는 드라마

2011. 4. 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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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기생뎐' '주홍글씨' 등

"죽음 가볍게 다뤄" 비판

최근 몇몇 드라마에서 '죽는 장면'을 별다른 개연성 없이 쏟아내고 있다. 극의 전개에 대한 고민 없이 자극적 설정으로 시청률을 올리는 데만 급급하는 것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쏟아진다. 물론 <내 마음이 들리니>(MBC), <짝패>(MBC)처럼 등장인물이 죽는 과정과 이유를 적실하게 그린 드라마도 있다. 하지만 일부 작품의 경우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 등이 합당하게 드러나지 않아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기생뎐>(SBS·사진)이다. 이 드라마는 17회 방영분에서 할머니 애자(박영주)가 죽은 데 이어 18회에서 할아버지 시조(이대로)가 또 죽었다. 드라마의 기본 설정과 주된 갈등구도를 풀어놓는 초반 방영분도 아닌데, 2회 만에 등장인물 두 명이 죽는 자극적인 전개에 주말 밤 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특히 두 사람의 죽음이 드라마 전개상 개연성이 없어 몰입을 방해하는 것이 문제다. 사란(임수향)이 자신의 손녀딸이라고 확신하는 시조가 사란을 불러 유전자 검사에 필요한 머리카락을 뽑으려는 순간 의식을 잃고 쓰러져 모든 사건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출생의 비밀을 가장 적극적으로 밝히려 했던 인물인 시조가 죽으며 극은 새 국면을 맞았지만 굳이 죽일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한 드라마 작가는 "자극적인 장면이 있어야 시청률이 오르고 광고가 붙기 때문에 주부 시청층이 주로 보는 일일드라마나 주말드라마는 잔잔한 내용만 싣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낙태도 일부 드라마가 손쉽게 갖다 쓰는 소재다. 현실에선 누구도 낙태를 쉽게 결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종영한 <주홍글씨>(MBC)에선 주인공 차혜란이 성공을 위해 별다른 고민 없이 낙태를 결심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낙태를 결심하기까지 임신부가 겪는 고통과 갈등은 형상화되지 않았다.

배우가 드라마 중간에 중도하차하는 경우에도 죽는 설정이 손쉽게 채택된다. <강력반>(KBS2)은 중도하차를 하기로 한 배우 선우선을 7회 방영분에서 사건을 해결하다가 사고로 죽는 것으로 처리했다. 경찰을 그만두거나 전근을 가는 설정도 가능했을 텐데 굳이 죽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최근 드라마들이 '죽는 설정'을 남발하는 데 대해서는 작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짝패>의 김운경 작가는 "드라마는 등장인물이 인생을 개척하는 삶의 과정을 보여주는 인생사의 문제라며 죽음을 다룰 땐 과정의 고민도 신중하게 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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