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시나리오 작가가 제대로 된 대접받는 시대를 기다리며 [박세준의 영화세상]

박세준 2011. 4. 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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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박세준의 영화세상] 가끔 누군가가 "영화"가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 물어 볼 때가 있다.

관객이나 투자자가 아닌 제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만드는 입장에서 그 매력을 되새겨 보면, 딱히 한 두가지로 말하기가 곤란할 만큼, 참 무수히 많은 매력이 그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창조적인 작업이라는 것 자체가 그만큼의 고통과 아픔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때론 작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고되고 어려운 과정을 낳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바다 안에 거침없이 몸을 맡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그 만큼의 무한한 매력을 품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도 생각한다.

오늘은 그중에서 이런 매력들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해서 말을 하려한다.

세상의 모든 영화들은 시나리오로부터 출발한다. 물론, 자다가 갑자기 떠올라 적어둔 한줄 자리 메모도, 우연히 조간신문에서 본 사회면 기사도, 유투브에 올라온 기발한 동영상이나, 인기를 끄는 웹툰 만화도…동일한 선상에 위치하고는 있지만, 영화라는 틀을 갖추며, "제작"에 관한 공식적인 업무들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나리오" 혹은 "각본"이라 불리는 텍스트 북이 존재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100에서 120씬, A4지로 90장 내외로 완성되는 장편영화의 시나리오는 그 자체만으로 한편의 영화 같은 존재감을 뽐내며, 한장면 한장면씩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필름으로 기록되게 되는데, 텍스트로만 존재하던 이야기나 이미지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영상으로 변환될 때, 수개월, 수년 동안 만드는 사람들의 손을 떠날 수 없었던 그 텍스트 북은, 그제야 비로소, 그 자리를 내 놓게 된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백지 위에…한자 한자 적어 가며 완성되던 "내가 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읽히고, 누군가로부터 재현되며, 누군가에게 보여지게 되는 것인데, 어렵고 복잡한 과정들이 반드시 따라야 "내 이야기"가 빛을 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시작만은 결코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기에 어찌 보면,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또다른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그 근원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장의 시놉시스나, 대여섯장의 트리트먼트를 작성하는 것보다, 백여장의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이, 아니, 그 분량 만큼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물론 간단하게 치부될 수 있는 쉬운 작업은 결코 아니지만, 글 자체보단, 영화화 하는 것에 목적성이 있는 관계로 "뛰어난 글재주"가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오히려 그 접근성은 다른 문학 작품들 보다 용이한 것도 사실이다.

설사, 어딘지 미흡해 보이는 각본이라도, 이후 전문적인 각색작가를 섭외해 보다 매끈한 시나리오로 다시 수정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구지 완벽을 기할 필요성도 없다.

그리고 이야기만 좋다면… 영화화 이후,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작품으로 될 가능성만 있다면, 그것은 곧바로 "금전적인 가치"가 매겨지고, 공식적인 "매매"절차가 진행될 수도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비 전문작가, 그 어느 누구라도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공개적으로 사고 팔수 있는 마켓을 운영하고 있고, 실제로 이곳을 통해 시나리오들이 매매되고 영화화되는 작품들이 늘어가고 있는데 (홈페이지는 한국영화시나리오 마켓 http://www.scenariomarket.or.kr/ 이다) 이 참신한 정책은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좀더 좋은 이야기, 참신한 이야기, 더 매력적인 이야기를 찾고자 하는 제작자의 입장에선 수천편이나 등록되어 있는 이곳에서도 선뜻 작품을 골라내기가 쉽지가 않다. 아직까지도 작품을 연출할 감독이 직접 글을 쓰며,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작자들은 책 보다는 감독을 우선적으로 섭외하려는 경향도 짙다.

앞서 말한 듯, 각색이라는 또 한번의 작업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입장에선 그 과정에서 원안이 훼손되거나 이야기의 틀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원작자 혹은 각본가"로서의 지위는 크레디트로 유지되거나 계약상의 보상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 제작사나 투자사 혹은 배우들의 입김에 의해 초안의 기획이 틀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어왔다.

누구나 시나리오를 써서 공개 마켓에 올리고, 원하는 제작자들은 이들과의 계약을 이뤄내면서 그동안 특정 작가나 감독들에게 편중되었던 '각본'의 지위가 넓혀진 것은 사실이나, 그 확장되는 편수와는 달리, 시나리오의 질적인 향상도 함께 늘어난 것은 아닌 것 같기에 조금은 답답할 때가 있다.

영진위를 포함해 콘텐츠 진흥원 또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일반적인 기준을 훨씬 넘어서는 "상금"을 걸어 놓고, "콘텐츠"의 개발이 마치 대단한 미래의 성장동력인냥 선전하고 있지만, 국민의 세금인 이러한 상금을 덜컥 내주고 난 뒤, 막상 영화화가 되지도 못하고 '시나리오' 자체만 덩그러니 남는 우스꽝 스러운 상황도 반복되고 있는 터라, 이게 어딘지 한참 잘못된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들이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고, 관계기관이 직접 나서서 이들이 편안하게 자기들의 재주를 뽐낼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영상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그 기초적인 영역인 콘텐츠 개발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 역시 틀리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영화시장에서 뛰고 있는 투자사나 제작사 그리고 그곳의 실무자들과의 괴리감을 좁히지 않은 채, 그들만의 잔치로 소비되고 있는 '이벤트성'공모전 들은, 앞으로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애는 낳아 놨으니 이제부터 자신 있는 사람 아무나 와서 키워보세요!" 라며 포대기째 아이를 아무 대나 방치해 놓는 철없는 부모 같은 모습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무책임한 부모들을 두고, 덜컥 이들을 맡아 기를 자신감도 책임감도 생기지 않는 것은 응당, 당연한 감정이 아닐는지 싶다.

제작자가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재미나 거기서 얻어가는 매력 만큼, 어딘가에 묻혀 있는 시나리오들을 발견하는 재미 역시 큰 것도 사실인데,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사적인 재미나 매력마저 누군가가 강제하고 빼앗아 가버려는 것 같아 씁쓸 할 때도 있다.

소문난 잔치에는 당연히 먹을 것들이 많아야 하는 거 아닌가?

영화시장만큼 바람직한 시나리오 시장들이 지금보다 좀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티브이데일리=박세준의 영화세상 new@tvdaily.co.kr]

*본지 필진중 한명인 박세준 씨는 현재 화앤담이엔티 투자제작팀장으로 재직 중이며 15년째 영화제작투자 분야에 필드 경험을 갖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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