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지방공항의 진실] 새판 짜기 시급..'공항 구조조정' 나서라

2011. 4. 1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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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벗어날 해법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이 백지화됐다. 정부는 지난 3월 30일 현재로서는 새로운 공항 건설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공항 운영(30점), 경제(40점), 사회 환경(30점) 등 3개 평가 요소에서 합격 기준(50점)에 훨씬 미달되는 가덕도와 밀양은 신공항 후보지가 아니라고 탈락시킨 것이다.

경제성 평가를 보면 동남권 신공항의 2020년 기준 약 1300만 명의 여객 처리를 위한 공항 건설에 1차로 1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2곳 후보지를 제외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번 결정은 운영 요소와 사회 환경 요소에서도 기준 점수 미달이지만 특별히 경제성의 미달 점수가 크고 분명하게 인식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월에 2025년 기준으로 인천공항의 여객 수요 예측이 6000만~7000만 명이기 때문에 올해부터 2015년까지 여객 처리 능력을 배가하는 3단계 확장 사업 계획을 확정 고시했다. 대략적으로 보면 약 4조 원을 추가 투입해 처리 능력을 여객 1800만 명, 화물 130만 톤을 증강하는 공사 계획이다.

복수 허브 공항은 실패한 정책

기본적으로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한 인구변화를 보면 지난 수년간 부산 인구는 계속 6%씩 줄어온 반면 경남 인구는 6%씩 늘면서 결과적으로 부산·경남인구는 700만 명에 못 미치는 정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미 지역에 따라서는 현재 65세 인구 비중이 14% 이상인 고령사회도 있다. 지역에서는 더할 것이다.

지금의 부산 김해공항의 여객 처리 능력은 1350만 명이지만 아직까지 50% 안팎의 가동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공항은 KTX 개통 후 더욱 줄어 30% 초반대로 떨어졌다. 해당 지자체 재정 상태도 매우 열악하다.

반면 수도권 기준으로 주변 450km 권내에서는 고속철도가 계속 건설되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여객은 주로 3시간 내외의 중·단거리 관광 수요 노선 이용자인 현실에서 초대형 국책 사업을 유치하려는 노력은 현실적으로 너무도 안타깝다.

실제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는 국제선 터미널을 운영하는 국제공항을 수개씩 가지고 있더라도 대외적이면서 주된 허브 공항은 1개에 집중하는 체제를 유지한다. 이웃한 일본은 우리보다 3.8배 더 넓고 인구도 2.6배 많은 나라로, 경제 대국이었던 시기에 허브 공항으로서 수도인 도쿄에는 국내선 허브인 하네다, 국제선 허브인 나리타, 남쪽 규슈 지역의 후쿠오카, 세계적 비스니스 도시인 오사카의 간사이공항 등 모두 4개를 건설, 운영하려고 시도했지만 어느 하나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허브 공항을 운영한다는 것은 국적 항공사와의 협조가 선행돼야 하며 기본적으로 공항 주변 지역에서 출발 도착 고객의 잠재 수요가 풍부해야 가능하다. 또한 국가 전체적으로는 개별 외국마다 상호간의 국제선 운항 편수의 형평성을 위한 노선 조정 및 배분 과정이 선행돼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이를 무시한 일본의 허브공항 정책은 하드웨어 공항은 건설했지만 소프트웨어적 운영이 불가능해 막대한 적자를 낳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곧바로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정부의 경제 동력을 약화시킨 주요인 중 하나가 됐다.

이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21세기는 복합 물류 체계로 보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 전체 지도를 앞에 두고 현재의 눈으로 미래를 응시하는 예측력으로 항공뿐만 아니라 항만·철도를 함께 연동하는 '토털 복합 운송망 구성체' 개념 하에 구상해야 한다.

이미 개별 수단별로 각기 많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이뤄졌으므로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으면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물류 체계의 복합 물류 시스템 분석을 먼저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논의되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과 입지 선정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고 최우선적으로 공항 시스템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국내 모든 공항들의 역할과 규모를 정의하는 '공항 시스템 계획(Airport System Plan)'을 수립한 후에 시스템 계획에서 동남권 신공항에 할당된 역할에 적합한 개발 과정으로서의 개별적인 '공항기본계획(Airport Master Plan)'을 수립해야 한다.

이때 동남권 신공항의 역할 정도를 국가 전체적 수준에서 볼 것인지, 아니면 표현 그대로 동남권 지역의 신공항 차원에서 볼 것인지에 따라 시스템 분석에 포함될 공항이 15개 또는 5개가 될 것이다.

21세기는 복합 물류 시대

그렇다면 어찌됐든 현재 영남권의 5개 공항에 대한 지역 시스템 분석이 선행돼야 했다. 이후 신공항의 입지 선정을 위한 경제성 분석을 포함한 여타 분석에 따른 조치가 이어져야 순서인 것이다.

공항 시스템 계획은 영남권 지역 내 미래의 항공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기존의 공항 및 신공항의 위치, 성격 및 규모의 대강을 규정하는 계획으로서 지역 내 모든 교통수단 중에서 항공교통 수단이 담당해야 할 역할, 공항 개발 및 확장 시기와 투자 규모, 기타 관련 정책과 공항 개발 정책과의 관계 등을 다뤄야 한다.

즉, 영남권 내 모든 공항을 고려한 공항 시스템 개발 사업이 지향할 목표를 설정하고 기존 공항들의 수용 능력과 예측된 미래의 항공 수요를 비교, 기존의 공항 시스템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을 파악한다.

부족한 부분을 강화할 수 있는 여러 대안을 고안하고 이들을 비교·평가, 최적의 개발 대안을 선택해 시행하게 된다. 이때 모든 분석 과정의 출발점은 공항 개발 정책 목표인데, 공항 시스템의 정책 목표는 다양하다.

공항기본계획은 시스템 계획과 달리 개별 공항의 개발, 확장을 위한 계획이다. 즉 시스템 계획에서 부여한 각 공항의 기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개개의 공항은 어떤 과정을 거쳐 시설 능력을 갖출 것인지를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다루는 계획이다.

기본 플랜의 자세한 정도와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의 강도는 해당 공항의 규모와 기능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다음의 내용이 마스터플랜에 수록돼야 한다.

공항의 현재 시설 능력과 문제점, 항공 수요의 중·장기 예측, 개선이 필요한 부분 도출, 입지 분석 결과, 환경영향평가 분석 결과,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추가되는 시설에 대한 개략 도면, 공항 전체의 평면 배치도, 공항 및 주변 지역의 토이지용계획, 여객 청사 조감도, 공항 접근 교통 시설 계획 및 개략 도면, 개발 사업 추진 일정 및 재무 계획(경제 타당성 분석 및 재원 조달 방법 결정) 등이다.

공항 시스템 계획은 이러한 순서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14개의 지방 공항이 있는데, 수익 기준으로 3개 공항만이 흑자다. 나머지 공항은 시동 또는 재가동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최근의 고속철도 건설 사업이 진행될수록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의 적자 공항을 중심으로, 또는 지역단위별 공항 묶음으로 먼저 전체 시스템을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를 흔히 사용하는 표현으로 바꾸어 말하면 바야흐로 '공항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그러고 나서 개별 공항의 사활을 결정할 수 있고 필요할 때 개별적으로 신공항 건설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1958년생. 1982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89년 연세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미 텍사스주립대 객원교수. 1989년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현). 한국항공정책연구소 소장. 2010년 한국유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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