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살아 숨 쉬는 도서관을 만나다 / 김성은

2011. 4. 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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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성은 고려대 언론학부 대학원생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이다. 포근한 오후 햇살 아래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읽는 듯 보이지만, 책과 나는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이런 날이면 누군가 대신 책을 읽어주길 혹은 책이 스스로 말을 하길 바라며 '살아 있는 책'을 꿈꿔 본다.

오는 5월 그런 살아 있는 책에 대한 꿈이 현실이 될 예정이다. 지난 2000년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없애고 물리적·심리적 폭력을 없애고자 했던 '스톱 더 바이얼런스'(Stop the Violence)라는 비정부단체 소속 청년 다섯 명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로스킬레 페스티벌'에서 다양한 연령, 직업, 성, 문화적 배경 등을 가진 '사람'을 빌리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도서관을 열었다. 바로 이 도서관, '휴먼 라이브러리'가 5월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고려대에서 열릴 계획이다. 이번 휴먼 라이브러리는 코펜하겐의 본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열리는 국내 첫 행사다. 아시아에서는 네번째로 진행되는 공식적인 행사다.

책 대신 사람을 빌리는 휴먼 라이브러리는 대화를 장려하고 이를 통해 편견을 없애며 사람들 사이에 이해를 고무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서관이다. 휴먼 라이브러리에서 빌리는 '살아 있는 책'은 특히 우리의 고정관념과 편견에 가려지기 쉬웠던 장애인, 여성 소방관, 노숙인, 성적 소수자, 정치인, 채식주의자, 비만인 그룹 등을 대표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자는 실제로 살아 숨 쉬는 책과 만나 약 30분간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타인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묶여 있는 사람은 책이 되어 그것을 깨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책읽기를 통한 새로운 지식의 습득과는 확연히 다른 색다른 경험이 될 살아 있는 책과의 대화에서 중요한 점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려는 의지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겠다는 의지를 지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 오감을 사용해 나누는 대화는 다른 어떤 대화보다 서로의 생각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

곧 다가오는 계절의 여왕 5월에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봄날의 노곤한 잠을 깨워줄 도서관인 휴먼 라이브러리를 찾아 성숙한 태도로 서로 대화를 나누며, 발전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의 기회를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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