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LH, 토지보상 제때 못해 2014년 미착공 77만가구 '눈덩이'
보금자리 공급 차질 불가피
[세계일보]4대강 살리기 사업과 더불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꼽히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곳곳에서 삐걱이고 있다. 사업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난이 근본 원인으로, 돈이 없어 사업추진이 어렵다 보니 미보상·미착공 물량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LH의 부채 수준을 감안할 때 서민용 공공주택인 보금자리주택의 공급 목표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5일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9년 8·27 부동산대책에서 당초 2018년까지 공급하기로 했던 전국의 보금자리주택 150만가구 가운데 그린벨트 해제지역 내 건설할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를 2012년까지 6년 앞당겨 조기 공급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의 공급 물량은 10년간 연평균 3만2000가구에서 4년간 연평균 8만가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2010년까지 2년간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사업승인을 받은 물량은 고작 9만5000가구에 불과했다. 당초 연차별 목표대로라면 16만가구의 사업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60%에 그친 것이다.
착공물량은 더 적다. 2009년 10월 하남 미사, 서울 강남 세곡 등 첫 시범지구 4곳의 사전예약을 실시한 후 1년4개월 동안 공사에 들어간 아파트는 강남 세곡, 서울 서초 우면 등 강남권 2개 지구, 1994가구뿐이다.
LH의 재무구조를 볼 때 이런 상황은 쉽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감사원이 실시한 LH 감사보고에 따르면 국민임대, 일반 택지지구의 공공아파트 등 사업승인을 받아놓고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물량은 지난해 8월 기준 54만여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2년 이상 착공이 지연된 장기 미착공 물량도 줄잡아 20만여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LH의 착공 예정 물량은 6만가구다. 2012년까지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LH가 연평균 8만가구를 착공해야 하지만 산술적으로도 2만가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감사원은 LH의 재무구조와 사업 보유물량을 감안할 때 2014년에는 미착공 물량이 무려 77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그린벨트 해제지역의 보금자리주택사업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3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선정된 광명 시흥지구는 그해 5월 말 확정고시가 나왔고 12월에는 광역교통계획을 포함한 사업계획까지 나왔지만 사업주체인 LH가 설계 착수를 미루고 있다. 역시 3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선정된 성남 고등지구는 지자체와의 갈등으로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다가 지난달 환경영향평가 공람을 공고하는 등 사업이 간신히 재개된 상태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소장은 "LH는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 외에도 택지지구, 신도시에 짓는 공공주택과 국민임대주택도 공급해야 한다"며 "2012년까지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 공급은 달성이 어려운 목표"라고 말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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