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800兆 '훌쩍'..2016년 금융시스템 위기 경고

2011. 4. 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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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기준으로 8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계부채(빚)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등에서 외환위기 후 경제 규모나 소득 수준에 비해 빠르게 증가해 온 가계부채 문제가 앞으로 한국 경제를 뒤흔들 주요 리스크 중 하나라는 견해를 밝힌 적은 있지만 최근에는 정책당국까지 동조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800조원을 초과하는 가계부채의 잠재적 폭발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했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를 활용,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의 위험요인을 '축소'하는 성향이 강한 정책당국조차 이처럼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가계부채가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소득계층, 부동산시장 측면에서 분석했을 때 모든 부문에서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위험요인들에 본격적으로 노출되는 2016년 '카드대란'을 능가하는 금융시스템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가계빚, 소득 대비 급속 증가

가계부채는 통상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친 금액을 말한다.

한국은행이 분기 기준으로 집계하며 2010년말 현재 795조4000억원이다. 2009년 말 대비 61조7000억원, 2000년 말 대비 531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증가 추이를 감안했을 때 올 1·4분기 말에는 80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채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 자동적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가계부채 증가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상당 부분 웃돌고 있어서다.

지난 2000년 경상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49%였지만 2009년에는 81%였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0년 81%에서 2009년 153%까지 증가했다.

이 비율이 '150%'면 한 가계가 진 빚을 다 갚으려면 1년6개월 동안 벌어서 생긴 처분가능한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소득 대비 부채가 너무 많다는 뜻이다.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13%)도 크게 웃돈다.

앞으로가 더 위험하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0%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시중은행 등이 참여하는 가계부채 태스크포스(TF)는 향후 가계부채가 과거 5년간 연평균 수준으로 늘어난다면 2015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 가처분소득 대비 비율은 159%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채 수요가 높은 중·장년층 인구 비중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가계부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구구조·변동금리가 방아쇠

지금까지 가계부채에 대한 낙관론의 근거는 가계대출이 대부분 고소득층의 대출이고 주택담보도 상당 부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내 부동산이란 점에서 단기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다 한창 일할 나이인 중·장년층 인구가 늘고 있어 가계부채가 상대적으로 빨리 늘어도 우리나라 경제시스템으로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구구조 변화가 예고돼 있다는 게 최대 변수다.

통계청은 2016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아가 주택을 주로 구입하는 소위 중·장년층인 35∼54세 인구는 2013년부터 감소하고 2016년부터 노인부양 비율은 급격히 증가하는 등 인구구조가 바뀐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연구위원은 "중·장년 인구 감소에 앞서 가구주는 올해 860만가구(주)로 가장 많고 내년부터 감소, 2020년에는 2007년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전에도 '버블' 논란이 있었던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조정되면서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린다면 금융시스템 전반을 흔드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중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2.5%(2009년 말 기준)에 달하는 것도 위험요인 중 하나다. 변동금리 대출은 금리 등에 취약한 대출구조다. '가계부실 확대↔자산(집값) 하락'의 악순환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16년부터) 주택을 팔려는 노년층이 많아지고 주택을 사려는 청년층은 줄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변동금리부 만기일시상환대출의 증가는 금융시스템의 주요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이에 따라 DTI 규제를 부활시킨 데 이어 가계부채 축소를 위한 본격적인 관리에 들어간다. 금리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서민금융 지원책으로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또 금융회사들이 가계대출을 이용한 몸집 불리기 경쟁에 뛰어들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mirror@fnnews.com김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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