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옥죄 주택 구매심리 더 위축
[[머니위크]3·22 대책, 주택거래 활성화 묘책 될까]
정부가 800조원 수준까지 치솟은 가계부채를 통제하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부활하고 대출 규제로 막힐 수 있는 주택거래를 살리기 위해 취득세 한시 감면과 투기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DTI 규제를 부활하는 대신 고정금리·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에 대해 DTI 비율을 최대 15%포인트까지 확대 적용하는 보완책도 같이 내놨다. 3.22대책 발표 이후 수요자들은 시장이 어떻게 변화될 지를 주목하고 있다.
◇DTI 규제 부활, 시장 반응 싸늘
3.22대책에 대한 시장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일단 싸늘하다.
우선 서울 50%, 경기 및 인천 60%를 적용하는 종전 DTI 규제가 다시 적용됨에 따라 연소득 3000만원의 세대주가 8억원 아파트를 구입하면 2억9000만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담보인정비율(LTV)만 적용하는 현재보다 대출 가능금액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대출이 어려워지고 자금 마련이 힘들어지면 주택 구매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고정금리·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에 대해 DTI 비율을 최대 15%포인트까지 확대 적용하는 보완책도 서민들의 경우 비거치식이나 분할상환 등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사실상 추가 대출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취득세율 감면 혜택도 저렴한 소형주택을 원하는 서민들이나 실수요자들에게는 큰 혜택이 아니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5억원 주택을 살 경우 취득세율이 1%로 낮아져 500만~600만원의 취득세를 아낄 수 있지만 절세 혜택만 보고 집을 사기에는 대출 부담이 크고 향후 시장도 확신할 수 없다.
반면 고가주택을 매입할 계획이 있는 자금력 있는 투자자라면 저가로 출시되는 급처분 매물을 매입할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거래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대출 부담 등으로 처분해야 할 물건이 나온다면 매수자간 경쟁 없이 골라서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남3구는 현재도 DTI 규제가 40%로 적용되고 있었고 개포지구단위계획이 통과되면서 지역별 및 단지별 호재에 따라 투자 수요가 꾸준히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취득세 감면조치로 서울, 인천, 경기 등의 지자체는 세수가 줄어 지방재정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고 국회에서 실제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돼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취득세율 인하돼도 관망세 예상
3.22 주택거래 활성화대책에서 핵심 중 하나는 취득세율을 50% 감면해주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9억원 초과 아파트가 많은 강남권이 가장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지난해 작년에 종료됐던 9억원 초과 1인1주택, 다주택의 취득세율 감면혜택이 부활해 현행 4%에서 2%로 세율이 인하된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현재는 취득세를 4600만원 내야하지만 세율이 인하되면 2700만원으로 1900만원을 절세할 수 있다.
취득세를 다시 감면 받을 수 있게 된 9억원 초과 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은 단연 서울 강남이다. 강남구가 전체의 57%인 5만8174가구로 가장 많고 이어 ▲서초 3만7835가구 ▲송파 3만5882가구 ▲성남 1만5161가구 ▲양천 1만4508가구 순으로 강남3구에 9억원 초과 아파트가 집중돼있다.
9억원 이하 1인1주택도 현행 2%에서 1%로 세율이 추가 인하된다.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서울 비강남권, 수도권에 많이 분포돼있다. 전용 85㎡ 초과 5억원 아파트를 매입하면 종전까지는 취득세가 1350만원이지만 1%로 감면되면 675만원으로 절반이 절감된다.
하지만 9억원 초과주택, 다주택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취득세율 2%에 한시감면 혜택이 주어졌고 적체됐던 저가 매물이 거래되면서 현재는 물건이 많지 않은 상태다. 또 저가매물이 소진된 뒤 가격이 소폭 올라 매수자들은 다시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 취득세율을 인하한다 해도 실거래량이 갑자기 증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향후 가격 상승요인이나 시장 회복 시그널이 분명하지 않는다면 매수자들의 관망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일부 절세를 위해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들이 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형성할 가능성은 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변수는?
3.22 대책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조치는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당정이 확정한 것이다. 야당의 반대로 있었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면서 주택법 개정작업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장기간 계류됐던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당정이 추진하면서 주택공급시장의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기존주택시장뿐만 아니라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지방은 주택수요가 높은 곳을 중심으로 공급이 활성화되고 가격도 높아질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일부 건설업계가 지방의 투기성 기대수요를 반영해 분양가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해 실수요자들은 실제가치보다 고평가되지 않았는지 신중한 가격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미분양아파트가 많고 분양시장 상황이 좋지 못한 수도권은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당장 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민간아파트 공급이 증가하면서 장기적으로 공급부족에 따른 전세난은 해결기미가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중 분양이 임박한 사업장은 일정 조정이 있을 전망이다. 상한제폐지에 힘이 실리고 있는 만큼 주택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기다리며 사업일정을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단지는 성동 옥수12구역 래미안, 마포 신공덕6구역 아이파크, 성동 행당더샾 등이 꼽히고 있다.
또 강동 재건축, 용산 재개발, 과천 재건축 등 수익성 악화로 사업추진이 부진했던 주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도 분양가를 소폭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사업 재추진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분양가를 소폭 높이면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줄어들어 수익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사업성이 높아지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 관심을 갖는 수요자들이 나올 수 있지만 일반분양으로 나오게 되면 고가분양에 따른 미분양아파트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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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군호기자 g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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