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던 주택 경매시장, DTI 부활로 '찬물'
85%대였던 수도권 낙찰가율64%로 급락한 사례 나오기도대출여력 줄자 투자자 발 빼규제 없는 연립·오피스텔 관심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 등을 담은 '3 · 2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튿날인 지난 23일 인천지방법원 경매23계.경매가 열리는 날이면 200~300명의 입찰자들로 북적이던 법정은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일 정도로 한산했다.
아파트 고가 낙찰도 눈에 띄게 줄었다. 감정가 9억원인 송도신도시 148㎡는 64.6%인 5억8150만원에 매각됐다. 중소형인 인천 마전동 85㎡도 감정가의 76.3%인 1억7500만원에 팔렸다. 얼마 전까지 경매물건마다 10~20명이 몰리면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85%가량에 육박하던 것과 대조적이다.
◆DTI 규제에 민감한 수도권 아파트
집값이 회복 조짐을 보이자 달아오르던 아파트 경매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음달 DTI 규제 부활을 앞두고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이 벌써부터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의 강은 기획팀장은 "경매시장은 일반 매매시장과 달리 실수요에 비해 투자자가 많고,잔금대출도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비중이 높다"며 "잔금 납부에 1개월가량 걸리는 점에 비춰 다음달 DTI규제가 부활하면 대출이 힘들 것으로 우려한 일부 투자자들이 미리 발을 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매시장은 DTI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009년 9월 47.6%로 치솟았던 수도권 아파트 낙찰률(경매 물건 대비 낙찰물건 비율)은 DTI 규제가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확대된 10월에는 44.3%로 떨어졌다. 이어 DTI 규제가 2금융권으로 확대 적용된 2009년 11월에는 40.3%로 낮아졌다.
◆연립 · 다세대 · 오피스텔은 반사 이익
DTI 적용을 받지 않는 연립 다세대 등과 오피스텔은 반사 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메트로컨설팅의 윤재호 대표는 "전세난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DTI 규제로 자금마련이 여의치 않은 서울 강북권 일부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대신 연립이나 다세대 등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거환경이 아파트 못지않은 일산 · 분당 등 신도시 내 연립주택은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오피스텔은 주택 대체 상품인데다 매달 일정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어서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지 않으면 DTI 규제를 받는 아파트를 대신해 법원경매 대표 상품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거래세 감소하는 강남아파트도 관심
DTI 적용과 무관하지만 취득세가 50% 줄어드는 고가 아파트도 경매 시장에서 관심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10억원짜리 강남권 아파트를 경매로 사들이면 취득세가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비강남권과 수도권의 경우 중저가 아파트가 많아 거래세 경감폭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DTI까지 부활돼 경매시장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정민 부동산태인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6억원 이하 아파트에는 15%포인트까지 DTI를 가산해 줄 방침이지만 비강남권과 수도권 아파트의 침체 분위기를 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거래세가 크게 줄어드는 강남권 아파트는 경매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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