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추억을 짜내며 사는 사람들' 성남 모란시장 '기름골목'을 가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2011. 3. 2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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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KBS '다큐멘터리 3일'

"이 동네는 진짜 고소한 마을이에요. 하루 종일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마을이 여기 모란시장 참기름마을이에요."

경기 성남시의 주민 이춘발(51)씨가 이렇게 말하는 곳은 모란시장의 기름골목이다. 장이 열리는 날이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성남 모란시장. 그 뒤쪽에 참기름, 들기름 등 기름이라는 기름은 다 있다는 기름골목이 있어서 가게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KBS 2TV '다큐멘터리 3일'(PD 김찬호)은 27일 오후 10시25분 모란시장을 찾아 기름골목을 들여다본다. 이 프로그램은 제목 그대로 72시간 특정한 공간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다. 2007년 5월3일 첫 방송을 한 이후로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우리 사회의 이면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새롭게 성찰케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기름골목은 40년 전 1~2개의 기름 가게로 시작됐으나 지금은 42개로 늘어났다. 가게는 대부분 가족이 대를 이어서 하고 있다. 그 중에는 자매가 운영하는 곳도 있다. 마주보는 두 가게에서 각자 제2의 삶을 살게 된 자매 임남심(60)씨와 지영(39)씨. 언니의 권유로 앞집 기름 가게 아들과 만남을 가진 후 결혼하게 된 지영씨는 시댁의 가업을 이어받았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20, 30년째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다. 그 중에는 멀리 충청도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 먼 곳으로 이사 가서도 굳이 찾아와 넉넉히 기름을 짜 가는 할머니. 이들에겐 기름도 중요하지만, 기름 짜는 50분의 시간 동안 밀려있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같이 늙어가는 것에 위안을 얻고,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한바탕 깨가 쏟아진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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