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위와 금감원의 어이없는 DTI 엇박자

윤예나 기자 yena@chosun.com 2011. 3. 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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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조건부로 늘려주는 정책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정책을 함께 만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서로 배치되는 방침을 주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데도 두 기관은 서로 의견을 모으기는 커녕 "내 탓이 아니라"는 변명에만 급급해 눈총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연소득의 일정비율까지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DTI규제를 오는 4월부터 환원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고정금리를 선택하면 5%포인트, 분할상환 방식을 선택하면 5%포인트, 원리금을 함께 갚아나가는 비거치식을 선택하면 추가로 5%포인트까지 총 15%포인트 우대적용하는 DTI 가산항목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 항목을 투기지역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도 적용할지를 놓고 발생했다.

금감원은 발표 하루만인 지난 23일 시중은행에 공문을 보내 DTI 가산비율과 최고한도 비율 상향 적용대상에서 수도권 투기지역(강남3구)은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 자료에서 서울의 DTI비율 최고 한도가 최대 15%포인트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 것과 어긋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금감원의 공문내용을 뒤늦게 확인한 금융위가 부랴부랴 "강남3구 역시 DTI 가산항목에 따라 최대 15%포인트까지 DTI비율이 확대될 수 있다"며 정반대 취지의 해명자료를 낸 것이다. 이같은 금융위 해명에 대해 금감원은 "강남3구는 실질적으로 DTI 가산항목을 적용받지 못하는 지역"이라며 다시 맞섰다. 대책을 함께 준비하고 발표한 두 기관이 서로 상반되는 의견을 내놓고 으르렁대는 셈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수습책 모색은 커녕 서로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다"며 버팅기는 두 기관의 태도다. 금융위 관계자는 "강남의 주택구입 실수요자를 다른 지역 실수요자와 차별하면 오히려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금감원이 시정 공문을 (시중은행들에) 다시 발송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측은 "이미 공문을 발송하기 전 실무자 차원에서 사전 협의를 모두 거쳤고, 우리 잘못이 아닌만큼 공문에 대한 시정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DTI비율 규제는 내 집 마련을 꿈꾸는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국가적 관심사다. 계산 방법이 복잡한 만큼 정부의 일관성 있고 친절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 같이 중요한 사안을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사전 조율도 되지 않은 공문을 발송하고, 번복 해명자료를 내는가 하면, 서로 정책이해도가 떨어진다고 헐뜯기에 바쁘다. DTI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준용해야 할 규칙과 룰을 만드는 두 감독당국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국민은 과연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요즘 금융당국 정신이 나간 것 같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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