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회 '분양가 상한 폐지' 서둘러야
DTI규제 부활 시장 흐름 왜곡…주택공급 늘려야 전세난 해소
논란이 됐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시한이 이달 말로 끝난다. 정부는 지난 22일 이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DTI 규제는 2006년 11월15일 도입됐다.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강화해 주택시장으로 흘러드는 자금줄을 조인다는 취지다. 수도권과 6대 광역시에서 6억원이 넘는 주택을 가진 사람은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를 넘지 않는 금액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받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수도권 집값 상승세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2008년 11월3일엔 주택경기를 활성화시켜 미분양주택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서울 강남 3구(강남 · 서초 · 송파)를 제외한 수도권과 6대 광역시의 DTI 규제를 철폐했다. 2009년 9월7일 정부는 다시 강남 3구 등 투기지역에만 적용하던 DTI를 수도권 비투기지역까지 확대 적용했다.
이번 조치는 작년 8 · 29 부동산 대책 때 강남 3구를 제외한 지역에 한해 은행 자율심사에 맡겨 DTI 규제를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했던 것을 되돌린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에서 DTI의 재규제가 주택가격 안정도 주택경기 부양도 아닌 가계부채의 증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강남 3구에 대해서는 비거치식 분할상환의 가산항목 점수를 10%포인트가 아닌 종전과 같은 5%포인트로 유지하도록 해 강남 3구의 DTI 상향 가능성을 봉쇄함으로써 사실상 주택시장의 위축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당국이 이렇게 정책방향을 정한 것은 지난 2월 가계부채가 800조원에 육박하고,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2조5000억원 이상으로 전월에 비해 한 달 새 1조원가량 늘어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경기의 회복도 필요하지만 출구대책의 일환으로서 가계부채의 증가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정책적 판단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DTI 규제의 재강화에 따른 폐해와 이로 인해 회복 기미를 보이던 주택경기가 다시 위축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주택 거래 활성화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대안으로서 주택 취득세를 추가 인하하기로 했다. 또 주택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분양가 상한제를 철폐하기로 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정부의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이 담고 있는 여러 정책 가운데 DTI 규제 부활은 주택시장에 아쉬움을 준다. DTI가 시장의 정상적인 흐름을 왜곡하고 행정지도로 국민의 재산권을 장기간 제한한다는 점에서 폐지하는 게 맞다. 다만 이번 조치를 통해 주택거래의 활력을 더하기 위해 그동안 주택시장의 가장 큰 악재였던 분양가 상한제를 철폐한 것은 시장 정상화와 거래 회복을 가져 올 요인이라 할 만하다. 또한 등록세의 경감은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는 상태에서 거래비용을 절감해주는 것이므로 주택의 교체수요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실종됐던 주택거래를 회복시킨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새길 수 있다.
문제는 상임위에 계류 중인 폐지법안이다. 야당에서 처리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한 시일만 허비하고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책효과는 사장되고 만다. 그런 점에서 분양가 상한제 철폐가 양당 합의로 시급히 통과돼야 할 과제다. 이를 통해 주택공급이 확대돼야 향후 지속될 전세시장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의 팽창은 근본적으로 금융권의 무분별한 대출행위가 불식되지 않는 한 막을 수 없다. DTI 규제와 같은 반시장적 조치에 집착하는 정책운영 방식을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금융권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대출을 통한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우리 은행권이 투자기능을 강화할 수 있게 하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성수 <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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