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통째로 흔들린다" 단체장들 취득세 감면에 발끈
[DTI규제 보완책 파열음]"양도세 줄여 주는게 더 효과적 정책 발상 전환 필요" 지적도당정 합의 분양가상한제 폐지도 국토위원장 반대로 처리 불투명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원상 복귀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내놓은 취득세 50% 감면,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발표 하루 만에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특히 취득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세원이었던 만큼 반발 강도가 매우 높다. 단체장이 한나라당 소속인 서울시와 경기도조차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앞으로의 추진과정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재정 송두리째 흔들린다" 지자체 강력 반발=
정부 대책에 대한 지자체의 반발은 소속당을 가리지 않고 있다. 당장 재정에 직격탄을 날리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6,085억원, 경기도는 5,194억원, 인천시는 3,168억원의 세입이 줄어들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결국 재정을 악화시켜 사업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압박을 가져오는 취득세 감면에 반대한다"고 밝혔고 서울시와 경기도도 대변인 등을 통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지자체들은 지난 2006년부터 이어져온 취득ㆍ등록세(올해부터 취득세로 통합) 한시감면에따른 세수부족을 완화시켜주던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교부금이 줄어든 지난해부터 상당한 예산압박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올해 이미 허리띠를 졸라맨 생태다. 이병한 서울시 예산과장은 "지난해부터 종부세 보전이 없어지고 지방소비세가 신설됐지만 취득세 감면으로 인한 세수보전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면서 "서울시도 문제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구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취득세 감면에 따른 세수부족분을 전액 보전하겠다는 정부 발표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선 감면 후 보전' 형태로 진행되는 정부 대책으로 일정 기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용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면서 "취득세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이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 보전대책이 선행된 후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8대2 구조인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5대5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취득세를 감면하면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발상 자체도 틀렸다는 지적이다. 박익수 경기도 자치행정국장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취득세 한시적 감면이 별다른 효과가 없음이 입증됐다"며 "취득세보다 규모가 큰 국세인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것이 주택거래 활성화에 더 효과적"이라고 반박했다.
취득세 감면으로 인한 지자체의 반발은 이미 예견됐지만 당정, 정부 부처 내 입장 조율과정에서 이같이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당초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안에는 양도세 감면 대상 확대 및 기한 연장이 포함돼 있었고 취득세 50% 감면기간도 2011년이 아니라 오는 2012년까지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협의과정에서 국세인 양도세 감면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행정안전부가 결사 반대하고 취득세 면제기간도 지자체 반발을 우려해 일단 올해까지만 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입법도 불투명=
당정이 합의한 분양가상한제 폐지안 입법은 소관 국회 국토해양위회 송광호 위원장의 반대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 위원장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으로 소관 법안에 대한 의결 사회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서민이 공감하지 않는 한 분양가상한제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이미 민주당 등 야당은 당론으로 분양가상한제 폐지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송 위원장이 분양가상한제 폐지 반대입장을 번복하지 않는 한 관련 법안 통과는 어렵다.
송 위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당론이지만 그것은 당의 생각이고 국민, 특히 서민들이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야당도 반대하고 있다"면서 "서민이 공감하고 야당도 찬성하거나 최소한 묵인하지 않는 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 표결처리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주택이 귀하므로 건설사들이 집을 짓게 하려면 얼마라도 이득을 볼 수 있게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는 데 원론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서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데 조급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분양가상한제 관련 법인 주택법 개정안은 국토위 소관으로 2008년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 법안과 정부 법안 등 3건이 국토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고 정부는 4월 임시국회에 주택법 개정안을 추가로 발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법안 상정은 물론 최종 의결을 위한 상임위 전체회의 회부 등은 위원장의 결정권이 커 4월 국회 회기 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한나라당은 2008년부터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추진하기는 했지만 여론의 반발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그러다 올 1월 초 정종환 국토부 장관이 전세난 대책 중 하나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겠다고 나서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당시 정 장관을 향해 송 위원장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면 전세난이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서민에 민감할 사안을 정부가 결정하면 다가오는 선거에서 여당만 피해를 본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병도기자 do@sed.co.kr임세원기자 w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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