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물<127>그믐달밤 백마강에서 하의 벗겼다

백영미 2011. 3. 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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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원작 박인권·글 유운하

◇제 25화 대물 하우스<127회>

하류의 대답으로 미루어 서혜림을 알고 있다는 것이 입증 됐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오피스텔에 등장한 것은 서혜림과 연관이 있다는 추리가 가능해졌다.

"그녀를 알고 있구나. 그렇지?"

"조금은."

"조금이라…? 그럼 오늘 거기 나타난 것은 많이 알고 싶었던 거야?"

"빙고! 역시 검사라 영리해!"

하도야는 갑자기 불안해 졌다. 과거의 기억이 조그만한 점에서 선으로, 그 선은 무한대의 곡선으로 질주하며 한 폭의 그림을 완성시켜 주었다. 그것은 한 폭의 초상화였고 그 초상화의 주인공은 미모의 여대생이었다. 이정애는 그 또래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학생이던 하도야는 가끔 그녀의 모습을 멀리서 훔쳐보며 가슴만 조리고 있을 때, 이 광경을 눈여겨보고 있던 깡패 선배 짝귀가 어느 날 불렀다.

그는 이정애의 속옷이라며 하도야에게 핑크색 팬티 한 장을 넘겨줬다. 거기에는 검은 실로 정애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여자의 성(性에) 대해 한참 민감하던 시절의 하도야는 두려움과 흥분으로 정애의 팬티를 부여잡고 밤을 지새웠다. 보물처럼 숨겨뒀던 팬티를 하류에게 발각 당한 것은 반 년 정도 지나서였다.

"하도야, 이 빙신…정애 가시나 그리 좋더나? 키키, 이런 거 백 번 가지고 있으면 모하냐? 내가 꼬셔서 넘겨 줄게!"

그리고 하류는 그믐 달밤 아래 백마강에서 이정애의 하의를 벗겼다.

하도야는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타이어의 마찰음과 고무 타는 냄새가 진동하며 이들 형제는 몸의 탄력을 크게 받아 휘청거렸다.

"너…서혜림씨에게는 절대 손대지마라!"

하도야의 성대가 미세하게 떨리며 명령조의 음성이 새어나왔다. 하류는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놈이 사랑에 빠졌구나. 형이란 놈이…이제 드디어 한 여자에게 감정을 품었구나. 꼰대 진짜 좋아 하겠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왜 그녀 서혜림인가?'고 사정없이 아우성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떤 목적으로 서혜림씨에게 접근하는 것인지는 묻지 않겠다. 이 시간 이후로 그녀에게 제비 짓은 금물이야."

"왜 그래야 하는 건지는 알려줄 수 있잖아?"

"대한민국에 귀중한 사람이 될 그릇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봐."

"너 따위 제비 녀석은 절대 넘볼 수도, 넘봐서도 안 되는 정치계의 큰 인물….0"

"정치대물이 된다는 거잖아? 그러니까…뭐 여성 대통령쯤인가?"

"그…럴지도!"

하류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내가 제비대물이니까…정치대물 하고 비교해도 꿇릴 것은 없잖아. 같은 대물이니까!"

하도야의 눈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류야! 나 지금 농담 하는 거 아니다. 심각한 이야기야."

하류가 '나도 심각하고 진지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하도야의 표정이 너무 엄숙하게 변해 있었다.

"너에게 이런 부탁 한 적 없었지? 서혜림씨는 대한민국 정치의 희망이 될 수 있는 빛이다! 그 빛 무리에는 한 점의 어둠도, 티끌도, 더러움도 있어서는 안 돼! 오염되지 않도록 보살펴야 하는 것이 내 사명이다."

하도야가 냉수로 샤워를 끝내고 나오자 부재중 전화가 핸드폰에 떠있었다. 두 통화였다. 하나는 오회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방금 전에 헤어지고 돌아온 서혜림이었다. 우선 서혜림에게 통화를 시도했다.

"나 하도야입니다!"

서혜림은 겉치레 인사를 생략하고 본론으로 물어왔다.

"동생분이 저의 주소지에 나타난 것에 대해 해명해 주실 수 있나요?"

하도야는 망설인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대방의 의혹도 더 길어질 것이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모릅니다."

"이상하군요. 그럼 형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아니라는 건데…나를 만나기 위해서요?"

"그런 거 같습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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