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데스크] 간 나오토 총리의 대지진

2011. 3. 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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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성에 규모 8.0 대지진이 강타한 2008년 5월 12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그날 저녁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메가폰을 잡았다.

"여러분 제가 왔습니다. 총리가 왔습니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십시오. 구조대가 여러분을 구출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의 외침은 매몰된 생존자에게는 희망을 주었고 다른 이들에게도 감동을 주었다.

피해 현장에서 어린아이들을 끌어안고 "울지마라, 걱정마라. 국가가 너희들을 책임질 것이다"며 다독이는 모습은 보는 이들까지 눈물짓게 했다.

당시 베이징특파원으로 근무하던 기자도 쓰촨 지진 현장으로 달려갔다. "몇 시간 전 원자바오 총리가 이 병원에 다녀갔다. 지금은 아마 옆마을 피해 현장을 돌고 있을 것"이라는 구호요원들의 설명은 몇 차례 들었지만 요란 떨지 않고 조용히 움직이는 그를 따라잡기 힘들었다.

그런데 나흘 뒤인 5월 16일. 길거리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공안들이 자로 잰듯 20m 간격으로 길 양편에 줄지어 섰다. "어디서 저 많은 사람들이 튀어나왔지" 하며 놀랄 정도였다. 인적이 드문 논밭ㆍ산악지역에도 어김없이 20m 간격으로 공안이 늘어섰다. "지진 피해자를 구호해야 할 시간에 무슨 짓이냐"고 생각했더니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현장시찰에 맞춰 비상이 걸린 것이었다.

공산당ㆍ인민해방군을 움직이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행차와 국무원(행정부)을 움직이는 원자바오 총리의 행차는 이렇게 달랐다. 후 주석이 현장을 시찰한 후 "인민해방군이 목숨 걸고 구조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뉴스가 자주 등장한 점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당시 쓰촨 지진 현장에 나돈 소문을 인용하면 사정은 이랬다. 현장으로 달려온 원자바오 총리가 이런저런 긴급명령을 하달했는데도 인민해방군이 이를 무시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원 총리가 국가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하긴 하지만 군대명령체계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 소식을 듣고 진노한 후진타오 주석이 현장으로 달려와 호통을 치고 군기를 잡자 마침내 인민해방군이 바짝 긴장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게 소문의 내용이다.

물론 소문의 진위를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쓰촨 대지진 현장에서 1주일 이상 취재했던 기자로서는 당시 여러 정황들과 그 소문이 제법 그럴듯하게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원자바오 총리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리더십과 후진타오 주석의 엄중한 지도력이 잘 조화를 이룬다는 생각도 해봤다.

일본 동북부 지역에 규모 9.0 대지진과 쓰나미가 덮친 2011년 3월 11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이튿날에야 헬리콥터를 타고 피해 현장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그가 한 일이라곤 헬기에서 망원경으로 피해 현장을 내려다본 것이 전부였다. 피해 현장이나 대피소에 들러 이재민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쓰나미 발생 10일째인 21일 그는 처음으로 피해 지역과 이재민 대피소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날도 비가 내리자 "날씨가 좋지 않아 헬리콥터 이착륙이 어렵다"며 일정을 취소해버렸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국민을 뭉치게 할 수도, 흩어지게 할 수도 있다. 원자바오 총리가 "1949년 신중국 건설 이래 최대 재난"이라고 했던 쓰촨 대지진, 그리고 간 나오토 총리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라고 규정한 동일본 대지진. 두 재앙은 여러모로 닮은 꼴이지만 지도자의 대응은 천양지차다. 결과도 다르다.

쓰촨 대지진 때 이재민 수만명이 대피했던 미엔양시 주저우체육관. 그 앞마당에서 기자는 높이 5m에 이르는 '옷더미 산'을 목격하고 깜짝 놀란 기억이 생생하다. 주변 마을과 도시에서 "이재민에게 전달해달라"며 자발적으로 가져다 놓은 옷가지가 어느새 산더미처럼 쌓였던 것이다.

대지진 초기 일본인들은 그 특유의 냉정하고 침착한 행동으로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 놀라운 시민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분노하고 있다. 이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리더십 부재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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