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일본 대지진] 최저 영하10도(후쿠시마현)에 담요 몇장뿐.. "대피소서 얼어죽을 판"

변희원 기자 nastyb82@chosun.com 2011. 3. 19.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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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떠는 피난민들 전력난으로 난방 못해

18일 오전 일본센다이(仙臺)시는 최저기온 영하 4.1도를 기록했다. 이곳 와카바야시(若林)구의 한 초등학교 체육관에 모여 있는 피난민 300여명은 아침부터 추위에 떨었다. 6개의 석유난로로는 이들의 몸을 데우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다카하시 고이치(高橋光一·67)씨는 "담요를 몇장 걸쳐도 너무 추워서 몸이 뻣뻣하게 얼어버린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밤을 보낸 산케이(産經)신문 기자는 "대피소에서 받은 담요 넉장으로 몸을 감싸도 오전 3시쯤 추위 때문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와 세계의 이목이 후쿠시마의 원전에 집중되는 동안 대피소의 피난민들은 추위와 물자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 피해가 심했던 센다이는 17일 오전에도 최저 기온이 영하 2.7도였다. 평년보다 3.2도 낮은 기온이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19일 이후 기온이 조금 올라가 예년 수준과 비슷해지지만 22일부터는 다시 기온이 뚝 떨어질 전망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한겨울 같은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 데다 의료시설도 부족해 피난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이와테현 오쓰치초(大槌町) 대피소에서는 설사나 구역질을 호소하는 어린이와 노인 환자 8명이 생겨났다. 대피소 관계자는 지진으로 전기와 수도가 끊긴 뒤 3일간 오쓰치강의 물을 그냥 마신 게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추운 날씨에 식량과 난방용 연료가 부족하다 보니 피난민들이 사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8일 "추위와 피로로 인한 '2차 사망자'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며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시에서 80대 여성이 대피소에서 사망한 것을 비롯해 미야기(宮城)·아오모리(靑森)·후쿠시마(福島)현 대피소에서 수십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지진 및 쓰나미 피해를 상대적으로 덜 입은 친척집이나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난방 연료가 부족해 제대로 방안을 덥히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대부분 주유소가 문을 닫거나 긴급차량 우선으로 휘발유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時事)통신은 "다른 현에 사는 친척집으로 가려고 하지만 자동차를 움직일 수 없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주유소에서 주유량이나 순서를 둘러싸고 다툼이 일어나거나 긴급 차량인 것처럼 꾸며 휘발유를 넣는 사람도 있다"면서 "인내와 양보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폭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안에서 소형 등유 난로를 켜놓고 있다가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18일 오전 이와테현 오슈(奧州)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던 남성(58)이 차 안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자동차 엔진을 끈 채 주유소 앞에 1㎞ 이상 늘어선 행렬에 차를 세워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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