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일본 대지진][염강수 기자, 미토 르포] 바람의 공포.. 너도나도 마스크 쓰고 풍향에 촉각

미토=염강수 기자 ksyoum@chosun.com 2011. 3. 16. 03: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 하나둘씩 떠나..

육지(지진)·바다(쓰나미)에 이어 하늘까지, 재난은 육·해·공에 퍼졌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남쪽 120㎞ 거리의 이바라기(茨城)현 미토(水戶)시는 15일 아침 깃발이 세차게 펄럭일 정도로 강풍이 불었다. 하필 북풍이었다. 출근길 샐러리맨들은 마치 겨울처럼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기온은 영상 4도, 쌀쌀한 날씨 탓이 아니었다. 출근길 버스정류장의 회사원은 "방사성 물질이 북풍을 타고 이곳 미토시 쪽으로 날아온다고 들었다. 회사에서도 '오늘은 외근하지 말고 가급적 사무실에서 전화로 일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미량이라 아직 건강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지만 만약에 대비해 '원자력 발전소 반경 20~30㎞ 이내 지역 행동 요령'에 준해 움직이라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했다.

오전 11시 지역 TV뉴스의 일기예보도 통상 앞세우는 '눈·비' 정보 대신 '풍향'이 먼저였다. '방사선' 피해 예방법은 대개 꽃가루 방지법과 비슷하다며 되도록 외부활동을 줄일 것, 부득이 나가야 한다면 마스크 등으로 피부노출을 최소화할 것 등을 조언했다.

주민들은 시시각각 악화되는 원전 소식에 불안해했지만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지만, 외국인들은 달랐다. 이날 처음 점심 영업을 시작한 음식점에서 만난 중년 남성은 "중국인 아내가 원전에서 문제가 터지자마자 성화를 부리는 중국 내 가족들 때문에 내일 아침 혼자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일본기자는 "이곳을 찾았던 유럽 기자들은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가 난 그날로 도쿄로 다시 돌아갔다"고 했다.

미토에서 외지를 잇는 국도(왕복 2차로)변은 영업 중인 주유소가 있는 곳마다 주유하려는 차량과 도로로 향하는 차량들이 엇갈려 긴 정체가 이어졌다. 5㎞ 넘게 차량 행렬이 이어진 곳도 있었다. 자동차로 국도를 타는 것이 도쿄로 이어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기자를 태운 택시 운전사는 " 도쿄까지 가는 전철이 운행 중인 도리데(取手)를 어제부터 벌써 세 번 다녀왔다"고 했다. 택시비는 약 3만엔(약 42만원) 정도로, 택시비가 아까워 버스·전철이 개통되길 기다리던 사람들이 '방사성 물질' 위험이 거론되자 더 이상 못 참고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돈은 벌어 좋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길이 더 막혀 꼼짝 못할 수 있다는 걱정도 든다"고 했다.

  • '3·26 기관총'으로 대한민국 서해 지킨다

  • "TV에서는 폭발 장면 나오는데… 뭘 하고 있었느냐"

  • '독도는 한국땅' 입장 밝힌 일본 도이 의원, 민주당 탈당

  • "의전용 관사가 정말 필요하냐?… 곽노현, 사과하라"

  • 천안함 피격 지켜본 멕시코 동포 "그래 결심했어"

  • 마지막까지 "쓰나미 온다"고 대피 방송했던 日여성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